“‘1947 보스톤’ 진부하다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3. 9. 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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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있다고?
2. 회상(플래시백)이 몰입을 해친다?
3. ‘논란’ 배성우, 잘라낼 순 없었다?
영화 ‘1947 보스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은 실화의 힘이 강한 작품이다. 서윤복 선수와 손기정 감독, 남승룡 선수가 1947 보스톤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펼치는 눈물겨운 여정에 뭉클한 애국심마저 들끓게 한다.

그만큼 강력한 실화이기에 스크린으로 옮겨내기까진 고려되어야 할 지점들이 많았다. 역사가 스포일러라 결말까지 달려갈 원동력을 어디에 둬야 할지, 국가적인 거사를 다루면서도 ‘국뽕’ 느낌은 어떻게 상쇄해야할지, 그리고 이미 촬영이 끝나버린 직후에 터진 남승룡 역의 배성우 분량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후반작업에 들어간 강제규 감독의 머리는 아주 많이 복잡해졌다.

‘스포츠경향’은 최근 만난 강제규 감독에게서 쟁점 세 가지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947 보스톤’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



■쟁점1. 진부할 수 있는 시대극에 대해

이 작품은 시대극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칫 진부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강제규 감독도 이런 점을 애초부터 의식하고 있었다며 영화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이야기 원형 자체가 드라마틱해서 이걸 잘 가져가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넘치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1947년 시대 상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큰 숙제였죠. 젊은 관객들은 시대극이나 역사물에 관심이 떨어질테고, 단조로워보일 수 있는 마라톤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기가 쉽지 않아서 그 20분을 관객들에게 어떤 긴장감을 줘야하나 집중했죠. 시대극에서 오는 진부함과 강요된 감정을 어떻게 덜어낼까 고민했고요. 워낙 드라마틱한 얘기라 감정이 오버되면 과잉되게 느껴질 게 뻔하니 절제하고 자제하면서도 사실성을 최대한 극대화할 수 있게 정리해나가자 스스로 다독였어요.”

극 중 보스톤으로 가기까지 두 번의 갈등이 너무나도 쉽게 풀려 긴장감이 상쇄될 수도 있다는 평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대한문 모금 장면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장면인데요. 사실 당시엔 손기정 선수의 승전부를 떠나서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고 중일 전쟁이 이어지면서 체육인 활동이 차단됐고, 마라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식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일부 픽션이 가해진 장면이긴 해요. 스매들리 여사가 실제론 큰 구실을 했지만, 영화에선 조금 더 극적으로 다뤘죠.”

‘1947 보스톤’ 한 장면.



■쟁점2. 플래시백이 너무 많다?

플래시백(회상신)이 많아질 수록 극에 힘이 풀리고 속도감이 늘어진다. ‘1947 보스톤’도 그 지점이 아쉬웠다고 하자 강 감독은 클라이맥스에서 플래시백으로 서윤복과 어머니의 사연을 넣은 이유를 설명했다.

“보스톤국제마라톤대회의 가장 주목할 구간은 하트 브레이크 언덕 지점이에요. 그곳에서 항상 반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곳인데, 마라톤의 매력과 이 드라마가 가진 강점 몇가지가 서윤복 선수가 어릴 적 거닐었던 무악재 고개와 겹쳐지더라고요. 무악재 고개는 항상 서윤복이 즐겨놀았던 길이고 엄마와 서사가 무악재 서낭당에서 농축되어 있거든요. 그것이 하트 브레이크 언덕에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었던 동력이었고요. 42.195km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서윤복의 레이스만 갖고 감성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요. 피니시(Finish) 지점 통과하기 직전 한번은 그 감정을 건드리고 가야하지 않나 싶었어요. 강아지가 튀어나온 해프닝까지 이겨낼 주인공의 마지막 스퍼트는 어떤 동력에서 나올 수 있었을까. 그게 바로 무악재에 대한 기억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강제규 감독.



■ 쟁점3. 배성우 분량 편집 권한에 대하여

서윤복, 손기정에 못지 않게 큰 존재감을 자랑한 남승룡 역의 배성우는 강 감독에게도 아픈 손가락이자 어려운 숙제였다. 촬영을 끝낸 직후 불미스러운 일을 벌여 자숙에 들어갔고, 영화도 더불어 개봉이 3년여 늦춰지게 됐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의 분량을 모두 삭제할 순 없었다고 고백했다.

“정말 속상했어요. 이야기의 원형 자체를 건드릴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전체 구조가 무너질 수밖에 없거든요. 최종 편집을 한 뒤에도 일부 더 편집해서 조절을 하긴 했는데, 무엇보다고 관객이 정말 중요하고 배우 입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걸 조율하는 게 정말 힘든 과정이었죠. 제작보고회 전 배성우와 긴시간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지만, 본인 스스로 저나 제작진에게 송구해하더라고요. 그 마음을 어떻게 다 전하겠어요.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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