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업무 정지되나… ‘셧다운’ 현실화 코앞으로 [이슈+]
공화 다수 하원 vs 민주 다수 상원…‘교착상태’ 계속
“셧다운은 미국경제에 피할 수 있는 위험.”
미국 정부가 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커지자, 줄리 코잭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합의에 도달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했다.
미 정부기관들은 셧다운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정부기관들은 28일 연방 공무원에게 셧다운이 시작될 경우 근무 지침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날 직원들에게 “셧다운 기간에 일부는 임시 휴직에 들어갈 것이며 필수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부여받은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셧다운 기간에 연방정부는 전체 공무원 약 200만명에 급여를 지급할 예산이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능만 유지하게 된다. 안보, 안전 관련 등 필수로 분류되는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해야 하며, 나머지 공무원은 무급 휴직이 된다. 이후 의회가 예산안을 처리하면 셧다운 때 받지 못한 급여를 소급해서 받는다.
약 130만명의 현역 군인도 무급으로 복무해야 한다. 백악관은 셧다운이 국가 안보를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국무부의 셧다운 지침에 따르면 재외공관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계속 운영한다. 여권과 비자 발급 업무는 신청자가 내는 수수료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국가 안보에 중요한 경우를 제외한 공무 출장은 중단된다.
항공기 운항도 필수 업무로 분류되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연방항공청(FAA)의 항공 교통 관제사, 사고 조사관, 대테러 및 안전 담당 등 직원 2만5000명 이상이 무급으로 계속 근무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 셧다운이 34일간 진행된 2018년의 경우 원래 스트레스가 큰 직종인 관제사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피로에 시달려 FAA가 결국 뉴욕과 필라델피아, 애틀랜타 등 대도시 운항 횟수를 줄여야 했다. 마찬가지로 당시 공항 보안 검색을 담당하는 교통안전청(TSA) 직원의 10%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공항 곳곳에 긴 줄이 형성됐다.
우체국은 주로 우편 서비스 판매를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정상 운영한다. 국립공원은 과거 셧다운 때 문을 열었지만, 화장실 청소와 쓰레기 수거, 방문객센터 운영 등은 하지 않았다. 저소득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과 노인 대상 의료보험(메디케어), 연금(소셜시큐리티) 혜택은 연례 세출법안이 아닌 다른 절차로 예산을 확보하기 때문에 중단 없이 지급된다. 취약계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도 비상시에 대비해 비축해둔 자금이 떨어지면 중단될 수 있다.
◆공화 강경파 정국 주도권…상원 합의안도 거부
미국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상원에서 잠정 합의한 임시예산안을 거부하고, 강경파 요구가 담긴 예산안을 별도로 추진하는 등 독단적인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7일 공화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전날 상원 절차 투표를 통과한 임시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인 밥 굿 하원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상원이 임시예산을 처리한다 해도 하원에 오자마자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 “매카시 의장이 다른 비공개 모임에서는 상원 임시예산안에서 공화당이 반대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국경 안보 법안을 붙여 처리한 뒤 상원에 돌려보내는 방안을 거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와 별도로 2023 회계연도가 종료하는 이달 말까지 국경 안보 조항을 포함한 30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WP는 양원이 절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 셧다운 사태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역대 미국 의회는 두 차례에 걸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셧다운 사태를 맞았었다. 가장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18년 말 ‘국경장벽’ 예산이 문제가 돼 최장 35일 동안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된 바 있다.
현재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정부 예산의 급격한 삭감을 요구하는 강경파의 반대로 예산 협상은 물론이고 임시예산안 처리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매카시 의장은 하원에서 공화당 강경파의 협조가 없으며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단독으로 예산안 처리를 할 수 없게 된다.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 내 강경파를 배제한 채 예산안을 처리하는 방안은 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뿐이지만, 이 경우 당내 리더십을 잃게 돼 사실상 불신임 수순을 밟게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매카시 의장은 내부적으로 국경 안보 등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한 자체 예산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앞서 상원은 전날 셧다운 사태를 피하기 위해 오는 11월17일까지 정부 단기 지출을 보장하는 예산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합의, 절차에 착수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향해 “셧다운을 피하는 길은 초당적 해법뿐”이라며 “강경파들의 요구에 집착하면 당신은 점차적으로 셧다운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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