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셨죠"…추석 차례상 앞에 고한 74년 만의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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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인 29일 오후 2시30분.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김현우씨(56)네 차례상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수 음식과 함께 처음으로 하얀 서류가 하나 올랐다.
김씨는 "가족들 모두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다함께 할아버지의 넋을 기렸다"며 "개인적으로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원망스러움이 남아 있지만 오늘만큼은 할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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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친척에게도 말 못 꺼내…하늘에서 평안하시길"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추석인 29일 오후 2시30분.
서귀포시 대정읍에 사는 김현우씨(56)네 차례상에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수 음식과 함께 처음으로 하얀 서류가 하나 올랐다.
제주4·3 수형인 희생자인 할아버지 고(故) 김두규씨의 재심 경과가 담긴 법원 홈페이지 캡처물이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아직 송달받지 못한 무죄 판결문 대신 올린 서류였다.
김씨의 할아버지는 제주4·3 광풍이 몰아치던 1948년 전후 두 차례나 일반재판에 넘겨지면서 억울하게 연거푸 죄인의 누명을 썼다.
1947년 7월에는 제주지방심리원(옛 제주지법)으로부터 징역 5월, 1949년 8월에는 제주지법으로부터 징역 3년을 잇따라 선고받았던 그다.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 결의문 작성 행위로 정부의 계획을 방해했다거나 남로당 제주도당에 가입한 뒤 대남전단(삐라)를 부착하고, 폭도에게 군자금을 넘기는 식으로 폭동 행위를 방조했다는 것이었다.
그길로 목포형무소로 끌려간 김씨의 할아버지는 이후 행방불명됐다. 1970년에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제적 등본이 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제주지법은 지난 재심에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의 할아버지가 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그 자리에는 어느덧 백발의 노신사가 된 아들 김정대씨(83)도 있었다. 제주4·3 당시 9살에 불과했던 아들은 하늘로 간 아버지를 대신해 피고인석에 앉아 "74년이 걸렸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한을 풀 수 있게 돼 여한이 없다"고 아이처럼 눈물을 훔쳤었다.
그렇게 김씨 가족은 이날 여느 때 보다 특별한 추석 차례를 지냈다.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은 죄가 없음을 고하고, 두 손으로 잔을 받들어 고이 술 한 잔을 올리며 억울함과 답답함으로 점철돼 온 통한의 세월에 드디어 하나의 마침표를 찍었다.
손자 김현우씨는 "해마다 차례, 제사를 지내면서도 직계가 아닌 친척들 앞에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면서 "사실 그동안은 이야기해 봐야 좋을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가족들 모두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다함께 할아버지의 넋을 기렸다"며 "개인적으로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원망스러움이 남아 있지만 오늘만큼은 할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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