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악재에 게걸음 증시 … 반도체 수출 회복이 관건"
美 긴축 우려 불거진데다
中 경기부진에 주가 발목
코스피 박스권 장세 불가피
D램·낸드값 인상 전망에
수출 반등 흐름 이어져
4분기 주가 상승 기대감
주식시장이 올해 상반기에 보여주던 반등을 멈추고 3분기 들어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재차 불거진 데다 중국 경기 부진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남은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 수준과 이에 따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 코스피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예상보다 긍정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호실적이 주가 상승 동력을 마련할 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800선으로 예상했다. 반면 2450~2500선에서 하단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회복이 상승 요인이라면 연준의 긴축 우려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4분기 상승 요인은 경기선행지수 등 경기 사이클의 상승 추세 지속과 이 과정에서 기대되는 달러 하락 안정"이라며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은 추가 긴축과 고금리 기조의 유지 가능성을 키워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의 긴축 완화 가능성이 감소하면서 고금리에 취약한 성장주가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 기대 후퇴로 조정 압력이 커졌다"며 "시장 전반은 박스권 내에서 조정을 받겠고 고금리 영향으로 성장주는 깊은 조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점은 기업들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월부터 시작되는 실적 시즌은 예상보다 좋은 미국 경제 상황을 감안해 추가적인 이익 전망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실적보다는 4분기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액의 정체가 관찰된다는 점에서 3분기 실적 시즌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소비 성수기인 4분기부터 수출 증가 흐름이 다시 진행되며 증시가 계단식 상승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증시 반등을 이끌 핵심 변수라면 신용 리스크는 불안 요소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승현 센터장은 "무역 수지 개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달러당 원화값이 재차 1200원대 후반으로 안정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증시 상승 추세를 뒷받침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부동산 기업의 연이은 파산과 수면 아래에 있는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은 시중금리 상승 시 재차 부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경기 호전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정보기술(IT) 수요가 증가하고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리서치센터들도 일제히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 반도체를 제시하는 분위기다.
김지산 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업체들의 대규모 감산 이후 고객들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4분기부터는 D램과 낸드의 고정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반도체는 재고 축소에 따른 업황 개선 기대감이 있다"고 짚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감산 본격화 속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IT 중소형주들이 수혜를 받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보다는 경기가 우호적인 만큼 경기 민감 수출 종목들을 중심으로 투자하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승현 센터장은 "반도체는 업황 반전, 자동차는 주가 리레이팅(재평가), 기계 업종은 업황 개선이 투자 포인트"라고 전했다.
제약과 헬스케어도 추천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경수 센터장은 "비만 치료제 등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센터장은 "일부 제약주는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개선과 단체관광 등 규제 완화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분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김승현 센터장은 "호텔·레저 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오태동 센터장은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만에 재개됨에 따라 면세점, 카지노 등 여행 관련 분야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도 인공지능(AI)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오태동 센터장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공개했지만 관련 서비스는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어 중심의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여러 서비스가 성과로 이어진다면 주가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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