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원폭피해자 초청 오찬...“모시기까지 78년 걸려 너무 죄송”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9. 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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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힘들게 해
동포 여러분의 아픔 외면 않을 것”
권준오 원폭피해자특위 위원장
“78년의 고통 사라지는 것 같아”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의 답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와 가족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대통령은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하고 원폭 피해 동포들을 고국에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맞아 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29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재일동포 42명과 국내 거주자 43명 등 85명의 원폭 피해동포를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 최대 명절인 추석을 여러분과 함께 맞이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며 “정부가 여러분을 이렇게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원폭 피해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다”며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동포 여러분의 아픔을 다시는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일본 히로시마에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위령비 참배 당시를 회상하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며 “여러분의 아픔과 희생에 대한 위로는 오늘의 이 자리로만 그치지 않겠다.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우리 동포를 잘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을 통해 여러분과 후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권준오 히로시 원폭피해자 대책위 위원장은 답사를 통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저희를 초청하신다고 하신 약속을 지켜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5월 대통령께서 ‘정부와 정부를 대표하여 대통령으로서 동포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데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저희는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재차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일본인들도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고 한다. 저희와 저희 자손들, 이제는 과거와 다른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와 함께 원폭 피해자로서 두 가지 소망도 피력했다. 그는 “하나는 언젠가 대통령께서 히로시마에 오셔서 우리 위령비를 방문해 주시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 5월 달성되었고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개무량하다”며 “또 한 염원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저희에게 핵무기는 악몽이다. 최근 그 악몽 같은 핵무기가 한반도에도 다시 등장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다만 저희는 우리 정부의 능력을 믿고 있으며 히로시마로 돌아가서도 우리 정부의 평화, 비핵화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대통령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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