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5% '6일 연휴' 못 누린다...“통상임금 150% 추가로 받으세요"
“10월 2일 빨간날이 돼서 좋았는데, 회사에서 연차를 사용하고 쉬라고 합니다.”
“빨간날 일을 해도 두 달 연속 개근한 사람만 휴일수당을 준다고 합니다.”
정부가 다음 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추석과 개천절이 있는 이번 연휴 시즌은 최장 6일 휴일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휴일을 온전히 쉴 수 없는 직장인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 사업장일수록,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직위가 낮을수록 더 쉬기 어려웠다.
직장규모 작을수록 연휴 쉬지 못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인 31.3%는 명절ㆍ공휴일 등 빨간날에 유급으로 자유롭게 쉴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직장 규모가 작고 임금을 적게 받을수록 유급휴일로 쉬지 못했다. 정규직은 86%가 빨간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은 42.8%만 그럴 수 있었다.
쉬는 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나타났다. 300인 이상 기업의 노동자는 77.4%가 빨간날을 유급으로 쉴 수 있었지만, 5인 미만 기업의 노동자는 47.3%에 그쳤다. 500만 원 이상을 받는 노동자는 90.3%가 빨간날 유급으로 쉬었는데, 150만 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는 31%만 유급으로 쉬었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조합 비조합원(66.2%)은 조합원(86.9%)보다 빨간날 유급휴가를 더 적게 사용했다.
직위에 따른 편차도 나타났다. 실무자ㆍ중간관리자ㆍ상위관리자는 80% 이상이 빨간날을 유급휴일로 쉬었지만 일반 사원급은 50%에 그쳤다. 성별로는 남성(75.4%)이 여성(60%)보다 휴식권을 잘 보장받았다. 업종별로는 건설ㆍ제조ㆍ교육서비스업 종사자의 70% 이상이 빨간날 유급휴일로 쉴 수 있었던 데 비해 도소매업(57.7%), 숙박 및 음식점업(23.2%) 등은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직장인 4명 연휴 때 일하고도 수당 못 받아
이번 추석 연휴로 한정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706개 기업 조사 결과 연휴 기간을 온전히 쉴 수 없는 기업이 14.8%였다. 82.5%가 6일 휴무를 실시하고 2.7%는 7일 이상 휴일을 줬지만, ‘4일 이하 휴무’(11.6%)와 ‘5일 휴무’(3.2%)에 그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취업정보회사 인크루트가 직장인 927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 14.7%가 임시공휴일에 출근한다고 답했다.
5인 이상 기업은 임시공휴일에 출근하면 휴일근로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크루트 조사 결과 이번 추석에 근무하는 직장인 중 ‘수당’을 받는다고 응답한 경우는 41.9%에 그쳤다. 휴일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 기업은 △5인 미만 영세기업(69.7%) △중소기업(38.5%)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지정한 임시공휴일의 경우 ‘일하지 않아도 임금을 받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일을 했다면 통상임금의 150% 수준으로 임금을 받아야 한다. 가령 통상임금 1만 원인 직장인이 다음 달 2일 8시간을 일했다면 12만 원(1만 원×8×1.5)을 받는다. 시급ㆍ일급제 직장인은 유급휴일 임금(유급휴일분)도 그날 정산해 받는 것이므로 위 계산식에 유급휴일분 100%를 추가해 통상임금의 250%를 받아야 한다. 만근을 하지 않았더라도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한다면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다.
유급휴일에 ‘연차를 내고 쉬라’는 것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만일 빨간날 쉬는 조건으로 연차를 차감했다면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해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다.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일용노동자는 원칙적으로 공휴일과 휴일근로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형식은 일용직이라도 반복해서 근무한 ‘종속관계’가 있다면 상용노동자(1년 이상 계약)와 같이 유급으로 쉬거나 휴일근로수당을 요구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 김스롱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근로기준법 바깥에 서 있는 5인 미만,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근로감독 강화로 열악한 노동조건과 직장에서의 낮은 지위로 인해 발생하는 휴식권 침해를 근절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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