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인사? 신호등이나 가리지 말지” 추석맞이 풍성한 현수막 쓰레기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저분하고 보기 싫지. 명절 인사 한답시고 몇 개를 걸어두는 거야”
26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역 교차로에서 만난 70대 박모 씨는 신호등마다 걸린 현수막을 가리키며 이같이 일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교차로에 걸린 현수막만 9개. 가로등, 신호등 등 끈을 동여 맬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병렬로 두세 개씩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지정 게시대의 광고 현수막과 인근의 도로까지 합치면 이곳 사거리에 붙은 현수막은 스무 개가 넘는다. 알록달록한 현수막들이 파묻혀 신호등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양심껏 ‘1인(당) 1현수막’을 내걸면 다행이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합정역 교차로. 큰 길을 사이에 두고 같은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현수막들이 버젓이 마주 보고 있다.
이곳에서 불과 600m 떨어진 성산초교 앞 교차로까지 횡단보도 앞에 설 때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구청장의 명절 덕담이 끝없이 따라붙었다. 사랑, 행복, 풍요, 풍성, 한가위 등 추석 인사뿐 아니라 상대 당을 향한 공격적인 글귀도 함께였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정당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고 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나 사전 신고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현수막이 급증했는데, 여기에 ‘명절 특수’까지 더해졌다.
현수막을 걸기 쉽게 법이 바뀌기는 했지만 이중 상당수는 여전히 불법이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의회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지정된 곳이 아니라면 현수막을 걸 수 없다. 정당에서 건 현수막도 15일 이내에 내려야 한다.
이처럼 너도나도 현수막을 내걸다 보니 법 개정을 기점으로 현수막 쓰레기는 급증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 받은 폐현수막 발생량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버려진 현수막은 총 2732.9t이다.
선거가 전혀 없었는데도 굵직굵직한 선거가 있던 예년보다 더 많은 현수막이 버려졌다. 지난해 1~7월에 나온 폐현수막은 2668.1t이다. 대통령선거에 지방선거까지 치른 7개월보다 올해 6개월 동안 현수막 쓰레기가 64.8t이나 더 나왔다.
총선이 있었던 2022년 1~5월(1739.5t)보다 올해 상반기 현수막 쓰레기가 57.1% 늘어났다. 9개 시도에서만 재보궐 선거가 있었던 2021년 1~5월(357.5t)과 비교하면 현수막 쓰레기는 7.6배가 됐다.
현수막이 미관을 해치기만 하는 게 아니다. 내리면 전부 쓰레기다. 현수막 쓰레기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재활용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재활용률은 2018년 33.5%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4.7%까지 감소했다.
재활용되지 않은 현수막 쓰레기 중 대다수는 소각장 행이다. 올해 상반기 현수막 쓰레기는 ▷재활용 24.7% ▷소각 44.3% ▷보관 24.6% ▷매립 등 기타 6.4%로 처리됐다.
보관 중인 현수막들도 결국에는 소각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올해보다 재활용을 더 잘했던 2018년, 현수막 쓰레기 중 59.0% 소각됐고, 아직도 보관 중인 현수막은 1.2%에 불과하다.
현수막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나온다. 1장 당 4㎏의 온실가스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고 한다.
매립해도 환경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볍고 바람에 잘 날리는 현수막 소재는 주로 폴리염화비닐(PVC)이다. 플라스틱인데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넣는 첨가제 ‘프랄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흔히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현수막 쓰레기를 향한 시선도 달갑지 않다. 법 개정 직후 관련 민원이 두배 이상 급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민원은 지난해 9월~12월 6415건에서 12월~올해 3월까지는 1만4197건으로 늘어났다.
반발이 큰 만큼 지자체들은 각자도생으로 현수막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6월 인천시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현수막을 4개 이내로 지정된 게시대로 제한하는 조례를 개정했다. 이를 근거로 7월부터 철거한 현수막이 130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지자체 재량에 따라 현수막 쓰레기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의 조례가 상위 법과 상충한다며 낸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14일 대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 울산 등도 현수막을 제한 및 강제 철거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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