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에세이] '생애 첫 마닐라 방문' 필리핀 그리고 '바스켓볼'
생애 첫 방문 필리핀 마닐라. 5일 전 10일 동안 일본 여정의 피로도 채 가시지 않은 채 다시 필리핀 마닐라 행 비행기 몸을 실었다.
출발 시간 7시 50분. 4시 30분이 넘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기상하여 전날 저녁 챙겨놓은 짐을 바리 바리 둘러메고 인천 공항으로 나섰다. 중간 기착지인 신사역 1번 출구에서 필리핀 동행과 만난 후 서둘로 공항으로 향했다.
올림픽 대로를 타고 20분이 좀 넘는 시간을 달린 후 방화동에서 시작되는 인천 공항 고속도로에 차를 태우고 30분이 넘는 시간을 달려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터미널은 평소보다 한산한 느낌이었고, 어렵지 않게 짐을 필리핀으로 보내고 출국 수속을 했다. 수속장은 지난 일본 방문 때에 비해 여행 인파가 많았고, 조금은 기다린 후에 필리핀 행을 위한 모든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혹은 처음 찾는 느낌의 인천공항 2터미널을 느낀 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기내도 생각보다 한산했다. 한국 사람보다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필리피노가 더 많았다. 빈 자리가 많았던 탓인지 여유로운 기분 속에 필리핀으로 향할 수 있었다.
비행기는 정시에 이륙했다. 3시간을 조금 넘게 날라 첫 번째 목적지인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은 이제 여름이 조금씩 물러가고 가을이 찾아고 있었지만, 마닐라 날씨는 8월 중순과 말에 걸쳐 느낄 수 있는 덥고 습한 날씨였다. 공항 풍경과 외부는 1980년 대김포 공항 같은 모습이었다. 다소 낡은 건물들과 철제 펜스가 쳐진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선발대가 먼저 숙소로 출발했고, 2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후발대에 포함된 나는 일행과 함께 스타렉스와 같은 차에 몸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까지 걸렸던 시간은 30분 정도. 시내까지 들어가는 길 양쪽으로는 한국의 70,80년대에 볼 수 있었던 집들로 가득했다.
많은 색다른 느낌을 갖고 난생 처음 찾는 마닐라의 첫 느낌을 마음 속에 담으며 숙소로 향해갔다. 시내로 들어서자 한국 강남이나 여의도에서 느낄 수 있는 높은 건물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머지 않은 시간에 숙소에 다다랐다.
도착 후 코칭 스텝을 마주할 수 있었고, 간만에 만나는 창원 LG 조상현 감독의 환하고 밝은 웃음도 볼 수 있었다.
근처 대형 쇼핑몰을 찾아 점심을 해결한 후 잠시 숙소에서 휴식 시간을 가졌고, 다시 코칭 스텝과 만나 저녁을 함께했다. 대형 쇼핑몰 지하 슈퍼(?)에서 낯익은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엇다. 키워드는 '익숙함'이었다.
LG 선수단는 지난 20일 필리핀 마닐라 찾았고, 이미 연습 경기를 세 번이나 치렀다고 한다. 10일 일정에 8번 연습 경기라는 스케줄이 존재했고, 그 중에 1/3을 지나친 시점이었다. 이미 한국을 방문했던 UP를 시작으로 국가대표 팀 그리고 PBA 1부 리그 6위 팀인 컨버즈와 연습 경기를 가졌다고 한다.
21일 경기를 무리 없이 끝낸 LG는 22일 필리핀 국가대표 팀 경기에서 저스틴 구탕이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했다. 또, 어제(23일) 경기에서는 김준형이 상대 선수 팔꿈치에 맞아 광대뼈 근처에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필리핀 농구는 거칠기로 유명하다. 세 번 경기에서 두 명이 부상으로 인해 전열을 이탈했다. 구탕의 경우 모국의 국가대표와 경기이다 보니 조금은 업된 탓에 부상을 당한 듯 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고, 김준형은 조금은 안타까운 부상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구탕이 아무래도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시작부터 플레이가 너무 적극적이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레이업을 하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 발을 밟았다. 회복까지 3주 정도는 걸릴 것 같다. (김)준형이는 아쉽다. 비 시즌 동안 너무 연습을 너무 좋았다. 필리핀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하며 본인에게 정말 많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일요일) 한국으로 돌아갔다. 정밀 검진을 통해 부상 상태를 확인할 것이다”
두 선수 상태에 대한 구단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어쨌든 두 선수는 전지훈련 초반을 지나치며 훈련에서 이탈하는 아쉬운 상황과 접하고 말았다.(구탕은 26일 경기에 복귀했다.)
다음날인 25일 LG는 PBA(필리핀 프로리그) 강호인 TNT와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TNT 내부 사정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었다. LG 프런트는 급히 첫 날 경기를 가졌던 UP와 리턴 매치를 준비했다고 전해왔다.
점심 시간이 다가왔고 체육관에 동행하기로 한 일행은 필리핀의 유명한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졸리비에서 햄버거와 치킨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식사와 함께 다양한 주제로 수다를 나눈 일행은 시합이 예정되어 있는 UPPER DECK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숙소에서 약 10분 정도 도보를 통해 이동했다. 숙소에서 체육관으로 이동하는 거리는 현대와 과거가 오버랩되는 곳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응답하라 1994’에 나올 법한 거리 풍경과 고층 건물이 혼재되어 있는 특이한 이동 경로였다.
이후 지난 3일 동안 마닐라를 키워드로 벌어졌던 에피소드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토요일 경기가 끝난 후에는 컨버즈 팀 단장이 김준형 부상 때문인지 다소 미안한(?) 마음에 선수단 전체에게 저녁을 사기도 했다고 한다. 김준형의 부상과 아쉬웠던 심판 콜에 대한 보상 아닌 보상 그리고 필리피노의 따듯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조상현 감독은 3일 동안 경기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조 감독은 21일 신인 드래프트로 인해 두 경기를 결장했다. 코칭 스텝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연습은 확실히 되었던 경기였다. 필리핀 가드 진 압박에 우리 선수들 연습이 너무 잘되었다. 과정에서 여러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어쨌던 첫 번째 주제였던 연습이라는 키워드에 있어서는 120% 효과가 있었다.”
한국에 비해 몸싸움이 강한 필리핀 농구에 연습 효과는 극대화되었다는 전언이었다.
이외에도 앞선 세 경기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를 전해주었다. 세 경기를 통해 느낀 점과 숙제 그리고 이전에 필리핀을 찾았던 때와 선수 시절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그렇게 첫 날의 모든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난생 처음 찾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밤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한상욱 단장과 대화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3경기 동안 자유투 성공률이 극히 떨어졌다고 한다. 마레이와 이승우가 특히 그랬다고 한다. 필리핀 대표님과 경기에서는 20개를 던져 11개만 성공시켰다고 들었다. 부상을 당한 구탕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구탕은 한국에서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 아쉽다. 남은 경기에서 자유투 성공률이 올라서기를 기대한다.”
약간의 더위를 느낄 때 즈음해서 체육관에 도착했다. 총 6층 짜리 건물로 6층에 농구장 두 개와 배드민턴 코트 6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농구의 나라임을 느낄 수 있는, 통상적인 한국의 체육관과는 조금 달랐다.
한국의 경우 사설과 학교 체육관은 농구 코트 하나가 존재하지만, 배드민턴 동호회가 거의 사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드민턴 코트와 분리되어 있는 두 개의 농구장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부러움’이었다.
일찌감치 체육관에 도착한 양 팀 선수들은 한 시간이 넘는 동안 몸을 푸는 시간을 지나쳤고, 경기 시간 20분 전에 LG는 UP대학과 MOU를 체결했다. 원활한 교류를 위한 ‘약속’과도 같은 것이었다.
양 팀 선수단의 단체 촬영 시간을 지나 경기가 시작되었다. UP대학은 LG 전지훈련 첫 경기 상대였다. 패했다. 복수혈전이 필요했다.
LG는 양준석, 이관희, 정인덕, 정희재, 아셈 마레이를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87-77 승. 시작은 팽팽했지만, 1쿼터 5분이 지나면서 점수 차를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던 LG는 공수에서 더욱 높은 집중력과 밸런스를 바탕으로 앞서갔다. UP는 이렇다할 저항을 하지 못했다. 2쿼터 26-20으로 앞섰지만, 3쿼터 LG 상승세를 버티지 못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었다.
4쿼터 중반, LG는 이승훈, 박준형 등 백업 멤버를 두루 기용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시간까지 가질 수 있었다. 가비지 타임이었다. 10점차 승리와 함께 1차전 패배의 설욕을 멋지게 해낸 LG였다.
그렇게 필리핀에서 하루는 또 지나갔다. 선수단은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고, 기자는 비록 대학 팀이지만, 필리핀 현지에서 필리핀 농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경기력은 1차전에서 패배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지만, 그들을 관통하는 트랜드는 알 수 있던 두 시간이었다. 키워드는 Tough 혹은 Hard였다. 대학 팀이었던 탓인지 투박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뛰는 필리핀 선수들과는 분명 기량에서 차이가 있었다.
참고로 필리핀에는 대학 리그 두 개가 있다고 한다. NCWA와 UAAP다. 전자는 필리핀 국적 대학 선수만 뛸 수 있고, 후자는 외국인 국적을 가진 선수도 리그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 UP는 전자에 속하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학교와 같은 학교라고 한다. PBA에 진출하는 선수는 50대 50 정도 비율이라고 한다.
경기 후 양준석과 인터뷰를 나누었다. 약 10분 정도 진행한 인터뷰 속에 양준석의 인상은 침착함이었다. 진중함도 느낄 수 있었다. 가드다운 분석력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건강한 시즌 나기’라는 소박한 목표를 전해주었다. 이날 양준석은 전지훈련 네 번째 경기 만에 만점 활약을 남겼다. 자신 역시 기분은 나쁘지 않은 듯 했다.
필리핀 농구 탐방과 LG 라인업 분석과 전력 구상 속에 어김없이 밤은 찾아왔고, 그렇게 필리핀에서 또 하루가 나갔다.
26일 오전, 선수단은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가벼운 운동을 가졌다. 오후 2시 30분으로 연습 경기가 잡혀 있는 탓에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조상현 감독 역시 비슷한 답변을 해주었다.
짧은 오전 시간이 지나고, 점심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가 열리는 UPPER DECK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도착 시간은 1시 30분 정도. 게임이 열리기 한 시간 전이었다. 이미 상대 팀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몸을 풀고 있었고, LG 선수들 역시 한 두명씩 짝을 지어 체육관에 도착했다.
외부 날씨는 무더웠다. 체류 3일 동안 느낀 더위 중 가장 강한 더위였다. 쨍쨍한 햇살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숙소와 체육관 거리는 길지 않다. 덕분에 짧은 필리핀 더위를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LG 선수들도 테이핑과 스트레칭 그리고 슈팅 등으로 몸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작은 걱정이 있었다. 기우였다. LG는 시작부터 테리팔마를 압도했고, 어렵지 않게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단테 커닝햄이 26점 8리바운드로 공격을 주도했고, 이관희(12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유기상(14점)에 더해 양준석이 10개 어시스트를 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커닝햄의 몸 관리에 감탄했다. 지금 당장 리그에 나서도 손색이 없는 상태였다. 역시 NBA에서 이름을 날린 리거다웠다. 유기상이 두 번째 경기 만에 LG 선수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남기기도 했다. 득점 뿐 아니라 공간을 찾아가는 능력과 수비에서 집중력은 높은 점수를 줄만 했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해냈다. LG의 두터운 스쿼드를 확인할 수 있던 경기였다.
테리팔마는 PBA 하부 팀이라고 한다. 지난 시즌에는 12개 팀 중 9위를 차지했다. PBA는 상위권과 하위권 성적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9위를 차지한 테리팔마는 외국인 선수가 뛰고 있지 않았다. PBA 전통의 강호인 산미구엘, TNT, NLEX 등은 성적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지만, 테리팔마는 계속 하위권에 있는 팀이라고 전해왔다.
두 명의 가드와 한 명의 센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 가드는 선수는 40살이 넘었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는 기량과 센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불혹은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수준급 기량을 지니고 있었다. 귀감(龜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205cm이 훌쩍 넘어 보이는 센터는 3점슛에 장점이 있었다. 인사이드에 버티는 수비가 가능하고 슈팅에 능해 보였다. 어렵지 않게 3점을 시도했고, 슛팅 자세와 적중률도 좋았다. KBL에서 볼 수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트랜지션에는 일부분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세컨 옵션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보였다.
두 경기로 필리핀 농구의 수준과 색깔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대학과 프로 하부 팀과 경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후 가진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 경기를 더 보고 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던 대목이었다.
그렇게 처음 필리핀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던 ‘필리핀 농구’는 마무리 되었고, 식사 자리를 지나친 후 3일째 일정을 마무리했다. 식사 자리에서 필리핀 농구의 현실 등 많은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재 PBA는 아시아쿼터에 대해 아주 호의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현재 한국과 일본으로 많은 선수들이 진출하고 있어 PBA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해왔다. 교류라는 측면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계속된 선수 유출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고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4일째 아침, 가장 먼저 머리 속을 스친 생각은 ‘몇 시간 전에 온 것 같은데’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필리핀에서 보냈던 4일은 ‘바람처럼’ 지나갔고, 다시 우리 일행은 귀국을 위해 니노이 아키노 공항으로 향했다.
조식 후 짐을 챙겼고, 9시 30분에 선수단과 인사를 나눈 후 벤에 나누어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공항으로 향하는 길, 이제는 마닐라의 시그니처 풍경인 교통 혼잡과 공항 부근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1970년대 한국의 어느 동네 풍경을 지나쳤다.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내가 참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구나’였다.
그렇게 적지 않은 생각들과 함께 공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수속을 끝내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9월 한달간 가졌던 14일간 외유를 마무리하는 시작점이었다. 일본과 필리핀 농구를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날들이었다.
사진 =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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