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버스만 문제일까..수학여행이 두려운 교사들
[편집자주] 이른바 '노란버스 사태'로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이 대거 취소됐다. 교육계에선 이를 노란버스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생에 한번 뿐인 추억, 수학여행이 사라진 배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대안도 찾아본다.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해 10월 제주교육청이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하면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어린이 통학버스를 '어린이의 통학 등에 이용되는 자동차'로 규정한다. 제주교육청은 수학여행 등 현장 체험학습이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하는지 문의했다. 법제처는 '해당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장 체험학습을 갈 때도 어린이 통학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일반 전세버스로 현장 체험학습을 갔다. 특히 경찰청이 지난달 '현장 체험학습 등 비정기적인 운행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로 신고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수학여행을 준비 중이던 일선 학교에 혼란이 발생했다.
물량이 한정된 어린이 통학버스를 구할 수 없었던 학교들은 속속 수학여행 취소 결정을 내렸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청은 이 자리에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단속 대신 계도·홍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많은 교사들은 현장 체험학습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등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전사고 외에 학부모들의 다양한 민원도 큰 짐이다. 가령 수학여행 식단의 반찬까지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이 수학여행을 꺼리는 이유가 단순히 노란버스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1만2154명의 유·초등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현장 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 고소·고발 등이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88.5%에 이른다.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도 8.8%다.
해당 설문조사에선 학교 주관의 현장 체험학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55.9%로 집계됐다. 교총 관계자는 "현장 체험학습 중 문제가 생기면 교권을 존중하기 보다 어떻게든 책임을 묻고 잘못을 잡아내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현장 체험학습을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오랫동안 수학여행을 기대한 학생들은 '수학여행의 추억'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교육당국도 노란버스 문제 외에 대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의 일환인 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기회"라며 "각 학교에 안전 매뉴얼 등을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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