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 추석엔 역시 우리 소리…창극 '심청가'[강진아의 이 공연Pick]

강진아 기자 2023. 9. 2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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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 청이는 요만큼도 생각 마옵시고 어서 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옵소서."

출렁출렁 일렁이는 물결에 선인들과 심청의 몸이 좌우로 흔들린다.

푸른 물빛 앞에서도 심청은 오로지 홀로 남은 아버지 생각뿐이다.

효심이 깊은 심청 그리고 아내와 자식을 떠나보낸 심봉사의 구슬프고 애달픈 소리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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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창극 '심청가'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 제공) 2023.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 청이는 요만큼도 생각 마옵시고 어서 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옵소서."

출렁출렁 일렁이는 물결에 선인들과 심청의 몸이 좌우로 흔들린다. 푸른 물빛 앞에서도 심청은 오로지 홀로 남은 아버지 생각뿐이다. 공양미 삼백석에 자신을 팔아 인당수 앞에 오게 된 심청은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애처롭게 부른 후 치마폭을 붙잡고 뱃전에서 물에 퐁당 뛰어든다.

긴장감을 주는 빠른 자진모리 장단부터 잔잔해진 바다와 같은 진양조 장단이 펼쳐진다. 심청을 뒤로 하고 뱃길을 나아가는 선인들의 애석함이 묻어나는 합창이 이어진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차례로 합창하고 마지막은 24명 모두의 소리가 합해지며 웅장하고 깊은 우리 소리의 힘을 뻗어낸다. 극의 하이라이트인 '범피중류' 장면으로 1막이 끝나자 마치 커튼콜처럼 우렁찬 박수와 환호가 터졌나왔다.

4년 만에 돌아온 국립창극단의 창극 '심청가'는 소리로 가득 채운 무대를 선사한다. 최근 신작 '리어', '정년이', '베니스의 상인들' 등 실험적이고 화려한 무대로 인기를 끌었던 창극단이 이번엔 창극의 뿌리인 판소리 본연에 집중했다.

[서울=뉴시스]창극 '심청가'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 제공) 2023.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무대엔 목재 평상과 의자, 담장 몇 개로 장치를 최소화했다. 이는 심청의 집, 심봉사가 개울에 빠지는 징검다리,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드는 뱃머리 등으로 변화한다. 소품도 부채와 종이 연꽃 정도다. 부채는 심봉사의 지팡이부터 바다 파도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무대를 비워낸 만큼 소리로 승부한다. 담백하고 수수한 무대로 오히려 소리가 주는 상상력의 공간이 자유롭게 펼쳐진다. 소리꾼들의 소리에 이끌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인당수가 되고, 맹인들의 잔치가 열리는 황성이 된다. 효심이 깊은 심청 그리고 아내와 자식을 떠나보낸 심봉사의 구슬프고 애달픈 소리가 일품이다.

5시간이 넘는 사설을 2시간여로 압축했다. 주요 대목을 빠짐없이 배치하면서 그중 일부를 합창으로 변형해 새롭게 소리를 구성했다. 주인공들의 독창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엄한 합창이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음악도 가야금, 거문고, 아쟁, 장구 등 전통 국악기로만 구성했다. 특히 무대 앞쪽에 자리한 고수가 추임새와 함께 흥을 돋우며 전통 소리에 자연스레 빠지게 돕는다.

[서울=뉴시스]창극 '심청가'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 제공) 2023.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얼씨구", "얼쑤", "허!" 등 중간중간 나오던 객석의 추임새는 2막에서 더 터져나왔다. 서글픈 분위기가 지배한 1막과 달리 판소리 특유의 해학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재미를 안겼다.

2막에서 짧은 등장에도 인기 스타로 등극한 건 '뺑덕'이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몸짓, 심봉사와의 티키타카로 객석에선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개울에 빠진 심봉사를 구해준 스님과 심봉사가 황성 잔치에서 눈을 번쩍 뜨는 장면 등에서도 웃음이 이어졌다. 맹인들이 눈을 끔뻑이며 광명천지를 찾으며 신명나는 한판 놀이가 완성된다.

[서울=뉴시스]창극 '심청가'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 제공) 2023.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극의 해설자인 도창의 역할도 주요했다. 해설 격의 소리로 극을 이끌면서 중간중간 직접 개입하기도 하며 소리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초연 당시 작창을 맡은 안숙선 명창이 직접 나섰던 역할로, 이번 공연에선 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발탁됐다.

어린 심청과 황후 심청은 각각 민은경과 이소연이 나눠서 연기하고, 유태평양이 심봉사 역을 맡았다. 연극계 원로 연출가인 손진책이 극본과 연출로 참여했다. 공연은 오는 10월1일까지.

[서울=뉴시스]창극 '심청가' 공연 사진. (사진=국립극장/국립창극단 제공) 2023.09.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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