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꼬마가 금메달… 아재들 가슴 불지핀 40대 게이머

항저우/김영준 기자 2023. 9. 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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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세 김관우, 스트리트파이터V 인생 역전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V' 김관우가 2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한 후 시상대에 선 모습. /김동환 기자

덩치 큰 형들 틈에 섞여 오락실에서 50원 넣고 게임을 즐기던 꼬마가 커서 44세 ‘아재’가 되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에서 한국이 처음 수확한 금메달. 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V’의 김관우(44)가 그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즐겨하던 게임이 아시안게임에 등장하고, 동년배가 나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한국 40대 남성들 가슴이 활활 타올랐다.

김관우는 지난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스트리트파이터V 결승에서 대만 샹여우린을 세트 스코어 4대3으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다른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 ‘FC온라인’과 달리 스트리트파이터V에선 한국의 금메달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김관우는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우승을 일궜다.

2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V' 결승전에 나선 김관우. 오른쪽은 그가 사용한 캐릭터 '베가'. (레이어 합성) /김동환 기자

그는 한국 격투 게임의 ‘고인물’이다. 스트리트파이터Ⅰ(1987년 출시)으로 시작해, 스트리트파이터Ⅱ(1991년 출시)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에 빠져들었다. 오락실에서 50원짜리 동전 넣고 게임하던 시절. 김관우는 “오락실 요금이 50원에서 100원으로 올랐을 때, 집에 돌아갈 버스비까지 탈탈 털어 게임을 해서 집에 걸어갈 때가 게임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었다”며 웃었다.

게임에 빠져 있던 그를 그 시절 어른들이 곱게 볼 리 없었다. 김관우는 “우리 어렸을 때 오락실은 절대 금기였다. 오락실 갔다가 걸려서 선생님에게 혼나기 일쑤였고, 부모님도 오락실 가는 걸 엄청 싫어하셨다”고 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그의 부모는 아들의 게임 인생을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김관우는 “어느 순간부터 반쯤 포기하신 것처럼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두시더라”며 “대회 나가서 상 받았다고 하면 좋아하시고, 2등하면 ‘1등 왜 못했냐’고 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메달 땄으니까 정말 기뻐하시지 않을까. 게임 못하게 안 하고 놔두길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했다.

김관우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회사 생활을 병행하던 직장인이었다.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 일을 하면서 선수 생활을 함께 했다. 코로나 시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그만 뒀고, 지금은 게임으로 인터넷 방송을 한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합숙 훈련도 했다. 하루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0시간까지도 게임에 몰두했다. 그곳에 전국에 있는 스트리트파이터 ‘재야의 고수’들이 모여 그의 훈련을 도왔다. 게임을 쉬던 이들, 스트리트파이터 시리즈 최신작인 ‘스트리트파이터Ⅵ’에 몰두하던 이들까지 김관우를 돕기 위해 합숙소를 찾아와 연습 상대가 돼줬다. 지방에 있어 서울에 오기 힘든 이들은 온라인으로라도 그의 스파링 상대를 자처했다. 김관우는 “그분들 입장에선 이 게임 감을 찾으려고 따로 연습을 하고 와서 나를 도왔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 이런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2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파이터V' 결승전이 열린 항저우 e스포츠 센터. /김동환 기자

김관우는 금메달 시상식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게임 왜 하겠습니까? 재미 있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재미 있었다”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2026년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어디선가 봤는데 뇌 노화가 60~70대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라고요. 진짜인 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때까지 게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나이도 넘어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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