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뵌 부모님, 살 쭉 빠지고 땀 흥건"…이것 의심

송연주 기자 2023. 9. 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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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위협하는 혈액 암 'DLBCL'
방치하면 수개월 내 사망 이르기도
20년만에 재발위험 낮춘 신약등장
[서울=뉴시스] 공격적인 혈액암으로 꼽히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이하 DLBCL)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최나영(가명)씨는 추석을 앞두고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가 아버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일이 바빠 집을 찾지 못했던 6개월 동안, 아버지의 체중은 10% 정도 줄어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목 부분에 울퉁불퉁한 무언가도 만져졌다. 아버지는 아픈 곳은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셨지만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자,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으로 진단받았다.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격적인 혈액암으로 꼽히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이하 DLBCL)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DLBCL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만2910명으로, 2018년 1만428명에서 23.8% 늘어났다.

방송인 허지웅씨가 투병한 것으로 알려진 DLBCL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B 림프구'가 악성세포로 변해 발생하는 암이다. 공격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뒤늦게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수개월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반면 일찍 진단받아 제대로 치료받을 경우, 약 절반 정도는 장기생존(완치)이 가능하다. 최근에 20년 만에 기존 치료제 대비 재발 위험을 낮춘 DLBCL 1차 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아, 건강보험급여 심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 65~74세 첫 진단…남성에게 조금 더 빈번

DLBCL은 혈액이나 림프 계통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아형이다. 대부분 65세에서 74세 사이에 첫 진단을 받고, 남성에게 조금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 동안 10% 이상 체중이 감소하거나 38도 이상의 열이 지속되고, 잠잘 때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나는 등 이른바 'B 증상'이 나타난다면 DLBCL을 의심해볼 수 있다. 통증과 관계없이 신체 일부에 종괴(혹)나 부종이 발견되기도 한다. 림프절이나 림프관이 커지거나, 림프절 외에 위장관, 피부, 뼈, 중추신경계, 갑상선, 고환 등 실질 장기에 악성 종양이 침범한 탓이다. 이외에도 림프종이 위장관 계통을 침범해 복통,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DLBCL은 림프절 조직을 떼어내 진단할 수 있다. 병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알기 위해 가슴, 배, 골반의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와 골수검사가 필요하다. PET(양전자단층촬영술) 검사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DLBCL이 중추신경계까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환자에게는 뇌척수액 검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재발 위험 낮춘 20년만의 치료제 국내 허가

적기에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을 경우, DLBCL 환자 중 약 절반은 완치에 도달한다. 하나의 약제로는 공격적인 DLBCL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어려워 'R-CHOP'이라고도 불리는 복합항암화학요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다. 이 치료는 표적항암제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에 크리스틴, 아드리아마이신,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프레드니졸론을 더해 총 5가지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20년만에 기존 치료 대비 재발 위험을 낮춘 치료제 '폴라이비'(성분명 폴라투주맙베도틴)가 허가돼 치료 성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DLBCL 환자 10명 중 4명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겪었다. 첫 치료 후 2년 이내 빠르게 재발하는 경우 중앙생존기간이 재발 이후 4.6개월에 불과했다. 한국혈액암협회에서 DLBCL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2.8%는 치료 후 2년 이내 재발이나 불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라이비는 '암 잡는 유도미사일'로도 불리는 항체-약물 결합체(ADC)로,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질병 악화 혹은 사망 가능성을 24% 낮췄다. 기존 치료법과 유사한 안전성을 보이면서도 삶의 질 역시 잘 유지시켰다. 또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해당 치료를 받았을 때 재발 위험이 낮아져 향후 10년 동안 2차 치료를 받을 확률이 2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해당 치료법을 DLBCL 치료의 가장 높은 권고수준(category 1A)으로 권고하고 있다.

폴라이비 국내 공급사인 한국로슈 관계자는 "폴라이비는 20년 만에 DLBCL 치료 분야에서 기존 치료 대비 질병 악화 혹은 사망 가능성을 24% 낮춘 혁신 신약"이라며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위한 심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보다 많은 환자가 적기에 우수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및 의료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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