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 ‘비겁하다’ 쓴 송중기… ‘화란’, 어른 속 소년을 연기하다 [엄형준의 씬세계]
어두운 역할에 대한 열의… 얼굴의 상처 드러내
“힘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절제하느라 힘들어
극 중 ‘치건’은 덜 자란 어른… 그 지점에 흥미”
핵심 장면에 ‘비겁하다’ 메모… 영화 곱씹게 해
송중기가 제 얼굴의 상처를 스스로 드러냈다. 그리고 내면에 감춰진 욕망도 함께 드러난다.

오는 10월11일 개봉하는 누아르 영화 ‘화란’에 송중기는 깡패 중간 보스인 ‘치건’ 역으로 나온다.
밝은 햇살에 환한 얼굴이 잘 어울리는 송중기가 이번엔 어둡고 스산한 영화를 택했다. ‘택했다’는 표현이 적확한 건, 본인은 알리려 한 적이 없다지만 이젠 너무 잘 알려진 대로, ‘노게런티'(출연료 없이)로 이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그리고 연기에 대한 송중기의 욕망은 컸다.
“치건의 매력에 먼저 끌린 건 아니에요. 대본을 처음 보고 이 장르가 좋았어요. 대본이나 작품을 볼 때, 당시 느끼는 생각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데, 당시엔 색다른 거에 꽂혀있던 시기였고, (이 작품이) 되게 새롭다고 느꼈어요.”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싶은 건 배우로서 송중기의 욕망이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캐릭터를 어떤 걸 하고 싶다기보다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큰 게 있어요. 굳이 비교하자면, 그쪽(장르)이 더 큰 거 같아요.”
장르를 먼저 고민했다지만, 치건의 스타일에도 끌린 듯하다.

돈을 안 받은 것도 놀랍지만, 그가 가장 비중 있는 역도 아니다. 이 영화는 아직 대부분은 얼굴도 몰랐던, 그렇지만 깊은 내면의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홍사빈이 맡은 ‘연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그에게 이 작품은 ‘절제’의 미덕을 요구했다.
“저라고 욕심이 왜 없겠어요. 연규 역할이 중심이 돼야 하고… 사빈이가 액션을 하면 리액션만 하자가 목표였어요. (안 그러면) 영화 느낌이 깨지니까. 그런데 저도 본능적으로 배우다 보니 잘하고 싶고 현장에서 힘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절제하느라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송중기의 역할이 작은 건 아니다. 연규에게 있어 치건은 형이고, 조언자다. 그리고 치건에게 있어 연규는 자신의 거울과 같은 존재고,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 주는 존재다. 외면적 주인공은 연규일지 몰라도 더 깊이 주제를 곱씹어 보면, 이 영화는 치건과 연규, 결국 두 사람의 이야기다.
“영화가 아닌 실제 생활에서 아이들을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는 게 어른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연규는 자라는 아이고, 치건은 어른인데 연규랑 똑같이 성장하지 못한 어른이란 생각이에요. 영화가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데, 그 지점이 재미있었었어요.”

영화의 제목인 ‘화란’은 ‘네덜란드’의 음역어로, 재앙과 난리라는 뜻도 있다. 지옥 같은 현실을 사는 연규에겐 네덜란드가 꼭 가고 싶은 유토피아다. 연규가 결국 화란에 가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는 올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됐고, 치건의 송중기는 처음으로 프랑스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칸에 가고픈 욕망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지만, 그에겐 이 영화가 준 기회가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을지 모른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억 전액 현금’ 제니, 팀내 재산 1위 아니었다! 블랙핑크 진짜 실세 따로 있다
- “스타벅스 빌딩까지 다 던졌다” 하정우, 7월 결혼설 앞두고 터진 ‘100억원’ 잭팟
- “100억 빌딩보다 ‘아버지의 배’가 먼저”… 박신혜·박서진·자이언티가 돈을 쓰는 법
- “1년 내내 노란 옷 한 벌만” 정상훈, 14번 이사 끝에 ‘74억’ 건물주
- 침묵 깬 김길리, 빙상계 ‘발칵’ 뒤집은 ‘최민정 양보’ 루머에 직접 입 열었다
- “통장에 1600만원 찍혀도 컵라면 불렸다” 박형식, ‘식탐’ 소년의 눈물겨운 억대 보상
- “비데 공장 알바서 45억 성북동 주택으로”… 유해진, 30년 ‘독기’가 만든 자수성가
- “매일 1만보 걸었는데 심장이”…50대의 후회, ‘속도’가 생사 갈랐다
- “부모님 빚 갚고 싶었다”… ‘자낳괴’ 장성규가 청담동 100억 건물주 된 비결
- “방배동 1만 평·3000억 가문”…이준혁·이진욱, 집안 배경 숨긴 ‘진짜 왕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