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목숨 구했던 오송 참사 '남색 셔츠 의인'이 말하는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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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행복이고 아무런 일 없이 지나는 나날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모든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3명의 시민을 구해 '남색 셔츠 의인'으로 불렸던 충북 증평군청 정영석 하수도팀장(45)은 29일 이같이 말했다.
정 팀장은 "내가 지하차도로 들어가는 바람에 따라 들어와 사고를 당한 분, 구하지 못한 분이 자꾸 떠오른다"며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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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일 없이 지나는 나날이 더없이 소중한 시간"
(증평=뉴스1) 엄기찬 기자 = "일상이 행복이고 아무런 일 없이 지나는 나날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모든 분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3명의 시민을 구해 '남색 셔츠 의인'으로 불렸던 충북 증평군청 정영석 하수도팀장(45)은 29일 이같이 말했다.
정 팀장은 의인이기도 하지만 사고 생존자이기도 하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정 팀장에게 올해 추석은 더 의미 있고 특별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아 처음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행복에 감사하다는 정 팀장은 "삶과 죽음이 간발의 차이였다. 다시 태어나 새롭게 얻은 삶이라 생각하고 날마다 소중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과 두통, 불쑥 밀려오는 죄책감과 무기력감에 힘들기도 하지만 살아남아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침수 사고가 났던 지난 7월15일 정 팀장은 집중호우 비상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길이었다. 지하차도를 중간 정도 지나는 순간 밀려든 급류에 차량이 멈췄다.
차량이 물에 뜰 정도로 물이 들이차면서 위험을 직감했다. 주변 다른 차량 운전자들에게 "빠져나가야 한다"고 소리치며 필사의 탈출을 시작했다.
밀려드는 물살을 헤치고 지하차도 천장의 철제 구조물을 붙잡고 탈출하는 것은 힘겨웠다. 구조물은 부여잡은 두 손은 금세 상처투성이로 변했고 팔의 힘은 빠졌다.
'이게 마지막인가'란 생각과 함께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투병 중인 아내 그리고 아이들, 자신을 따라 탈출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니 그럴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온 힘을 쥐어짜 가까스로 지하차도를 빠져나왔다. 더는 힘이 없어 스티로폼에 의지해 버티고 있는 순간 누군가 자신을 난간으로 끌어올렸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또 다른 의인인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씨(44)였다. 난간에서 숨을 고른 정 팀장은 함께 빠져나온 생존자 3명을 붙잡아 구했다.
하지만 함께 빠져나오던 이들 가운데 1명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 바로 뒤에 있던 여성 2명과 가운데에 있던 남성 1명은 탈출했는데, 맨 뒤의 남성이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수습되면서 이 남성이 생존자 명단이 아닌 희생자 명단에 있는 것을 알게 된 정 팀장에게 큰 죄책감과 함께 무기력감이 찾아왔다.
탈출하면서 뒤에 더 신경을 썼으면 같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내 차를 따라 들어와 사고를 당한 건 아닌가란 죄책감이 그를 한없이 힘들게 했다.
정 팀장은 "내가 지하차도로 들어가는 바람에 따라 들어와 사고를 당한 분, 구하지 못한 분이 자꾸 떠오른다"며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정 팀장이 구했던 이들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하고, 더 열심히 살자고 함께했던 다짐이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큰 힘이 됐다.
아무 일 없는 연휴가 됐으면 좋겠다는 정 팀장은 "모두가 건강한 가족을 마주하는 행복한 추석이 되길 바란다"며 더 특별해진 올해 추석의 바람을 전했다.
sedam_081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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