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 법은 통과됐지만…여전히 교권 지키기 어렵다는 이유는?

권영지 기자 2023. 9. 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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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발생 시 교사 대신 변호사·전문인력이 법적 절차 처리해야"
잇따르는 교사 폭행, 학부모 악성민원 교권침해…교권회복 해법은?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시행된 25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2023.9.25/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부산=뉴스1) 권영지 기자 = #지난 15일 부산 북구의 한 중학교 교무실에서 교사를 폭행한 중학생이 검찰에 송치됐다. 이 학생은 체육시간에 체육복이 아닌 교복을 입고 참여, 교사가 이를 지적하자 욕설을 하며 수업을 방해했다. 해당 학생의 모욕과 수업방해가 계속되자 교사는 그를 교무실로 데려갔지만, 여기서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행이 일어났다. 이 학생은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결과에 따라 강제전학 조치됐지만, 결국 대책은 없는 폭탄돌리기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대전의 한 어린이집 교사 A씨는 얼마 전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어린이집을 그만뒀다. A씨가 학부모와 갈등을 빚게 된 건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보인 문제행동을 알림장에 남긴 일 때문이다. 교사는 아이의 행동과 언행 등을 매일 알림장에 적어 학부모에게 알리고 이를 가정에서 지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런데 아이의 학부모는 되레 A씨에게 "어린이집 교사는 교사도 아니지만…", "본인이 교사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냐",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것 같으니 정신병원에 가봐라"는 등의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A씨가 일을 그만두게 된 이유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터져 나오며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장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교권 4법'이 국회를 통과, 지난 25일에는 국무회의에서 공포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 4법을 통해 교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교권 행사를 법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금지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고, 징계와 처벌이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교권 침해를 비롯한 각종 분쟁에 직면한 교사에게 시·도교육청 보험을 통해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 1인당 최대 500만원의 소송비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교권 4법 등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률이 통과되고 교육 현장에서 갈등에 직면한 교사를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교육계와 학계 등 현장에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사의 권한이 단 한 번도 법적으로 명시된 적이 없어 그동안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면서 "교권 4법은 미약하지만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개정된 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최근 지방재정교부금이 대폭 삭감됐다"면서 "예산이 삭감된 만큼 교사수를 줄이고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리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교육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교사들도 교권 4법 도입만으로는 교권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당한 생활지도'의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등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특수학교 교사인 A씨(30대·여)는 "주변에 많은 선생님들이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학교 밖으로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에 오는 충격이 굉장히 큰데 결국 무죄 판정을 받아도 그 절차를 거치는 과정 속에서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크게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특수교사의 경우 학생이 과잉행동을 하거나 도전적인 행동을 할 때 제재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손을 잡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아동학대로 신고 받는 사례가 많다"면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정당한 교육행위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도 지금의 교권 4법만으로는 교사들의 교권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당한 생활지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법부가 하게 되기 때문에 교사의 신고나 고소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줄어들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권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보장돼 있다. 박 교수의 '교사의 학생생활지도권 근거 입법 이슈 분석'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학생이 교사의 수업이나 다른 학생의 학습활동을 방해하고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등 특정한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면 교사가 해당 학생 격리를 교장(혹은 담당관)에게 통보, 교사는 이후 절차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는 문제 학생을 분리할 경우 그 학생을 방치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그곳에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다가 학생이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다시 교실로 돌려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정당한 생활지도는 무죄판결을 받고 있다. 진짜 문제는 법적 절차 속에서 교사가 받는 고통"이라면서 "필요한 조치는 교사가 직접 사건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변호사 혹은 전문인력을 제공해 법적 절차를 처리하고 교사는 뒤로 빠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0z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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