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내몰린 사회복무요원, 제대로 된 보호법 필요하다[김관용의 軍界一學]
복무기관 등에서 제대로 된 대우 못받아
과중한 업무와 괴롭힘에 극단적 선택까지
괴롭힘 금지법 추진에 노동조합 "여전히 한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나라 병역제도 중에는 병역판정검사에서 보충역 처분을 받은 병역의무자들이 대체복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있습니다. 사회복지시설이나 공공단체, 국가기관, 지방자체단체 등에서 21개월 간 의무복무를 합니다. 과거에는 ‘방위’,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불렸지만 2013년 말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5만여 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은 지하철·철도 역사,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국민의 안전과 복지 증진을 위해 성실히 복무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업무에 질병얻어…극단적 선택까지
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다른 형태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만, 현역병에 비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사회복무요원들이 겪는 괴롭힘 피해에 대한 대책도 미흡한 상황입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20대 청년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갑작스러운 탈모를 겪었지만,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을 받았음에도 민원업무에 투입돼 민원인의 폭언에 노출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회복무요원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괴롭힘을 경험한 사회복무요원 4명 중 1명(28%)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고, 2015년부터 매년 적게는 9명, 많게는 19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실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노동조합 측은 이같이 사회복무요원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 건,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각종 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합니다.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금지법 여전히 한계”
이같은 목소리에 정부와 국회는 사회복무요원의 권익보호 강화를 위한 병역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복무기관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부당업무 지시, 비인격적 대우 등 괴롭힘을 금지하는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게 골자입니다. 현재 해당 법률안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측은 해당 개정안의 한계점을 지적합니다. 우선 괴롭힘의 보호 범위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의 대부분인 70% 이상이 사회서비스 업무를 담당합니다. 이같은 사회복무요원의 업무 특성을 고려해 괴롭힘의 범위를 ‘복무기관 내 괴롭힘’에서 ‘복무 중 괴롭힘’으로 확대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의 조항을 준용해 복무기관 이용자 또는 민원인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복무기관장의 의무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개정 법률안은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 ‘근무장소 변경’을 규정하고 있는데, 더 나아가 ‘복무기관 재지정’이 가능하도록 병역법 제32조를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복무기관장 또는 복무기관 직원들의 괴롭힘도 상당한 상황에서 같은 복무기관 내 근무 장소 변경 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신림역 및 서현역에서 잇달아 벌어진 칼부림 사건 등으로 국민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안전에 극도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동대구역에서 복무하는 사회복무요원이 역사에서 흉기를 꺼내던 사람을 발견해 즉시 철도경찰에 신고해 범죄를 예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사회 안전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요즘, 사회안전망 곳곳에 배치돼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도, 그렇다고 군인도 아닌 모호한 지위에 있는 사회복무요원의 구조적 문제들 역시 해결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논의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 금지법 제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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