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선 한가위 달이 무슨 색으로 보일까
화성이나 목성에선 석양이나 보름달이 무슨 색으로 보일까. 인간은 다른 행성에 가면 달라지는 주변의 색에 어떻게 적응할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조명의 색이 바뀌거나 색깔 있는 선글라스를 껴도 원래 색깔로 보정해서 보는 능력이 있다. 처음에는 세상이 온통 누렇거나 붉게 보이다가도 차차 적응이 되면 원래의 색깔을 인식하게 된다. 신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점점 노랗게 변하지만 뇌의 보정작업 덕분에 사물이 더 누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색깔을 걸러서 보는 뇌의 능력
그렇다면 지구와 완전히 다른 환경인 화성이나 목성 같은 전혀 다른 세상에 가면 뇌가 색깔에 어떻게 적응할까. 화성에서도 보름달과 석양의 색깔은 지구와 다를 바 없이 보일까. 아니면 지표면도 공기도 온통 붉은 색이니 보름달도 빨갛게 보일까.
미국 네바다대학의 인지 시각 과학자 마이클 웹스터 교수는 "화성에 가면 처음엔 온통 붉은색으로 보이겠지만 뇌의 보정작업 덕분에 결국 주변이 주로 회색에 가깝게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다.
웹스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우주비행사가 붉은 색 일색인 화성으로 가도 지구에서와 같이 뇌의 보정 메커니즘 덕분에 주변 색깔을 더 중립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화성은 표면에 산화철이 많이 분포해 있어서 햇빛을 받으면 붉은 빛을 띤다. 여기에다 화성의 대기도 화학적으로 산화철과 유사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붉은색이다. 뿐만 아니라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다 보니 도달하는 태양광에서 파장이 긴 붉은 빛의 파장이 더 많이 전달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화성이 붉은색 일색인 이유다.
◇화성에 적응하면 붉은색이 점점 걷힌다
그러나 웹스터 교수에 따르면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도 인간의 뇌는 중심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화성이 더 이상 붉게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대신 갈색이나 회색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토색을 띠는 화성의 하늘도 지구 같은 파란색은 아니더라도 평소 우리가 사진에서 익숙하게 봤던 주황색과는 달리 보이고, 지구 같지는 않겠지만 푸른색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웹스터 교수의 연구결과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덕분에 화성에 도착하자마자 보름달을 본다면 누렇거나 붉은색이 강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소 보는 색깔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고 해서 외계 어디에서나 시간이 지나면 하늘이 파랗게 보일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대기를 통과하는 빛의 주된 색과 풍경의 주된 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컬러차트에서 주황색의 반대가 파란색이기 때문에 관찰자의 뇌가 중립적으로 보정을 하면 차가운 톤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보라색 식물과 황금빛 하늘이 있는 외계 행성이 있다면 뇌는 다르게 적응할 수 있다.
◇외계에 가면 작동하는 뇌 '색깔 필터', 지구로 오면 다시 제자리로
한편 뇌의 '색깔 필터'는 색조뿐 아니라 강도도 조정한다. 천연색이 제한된 행성에서는 뇌가 매우 미묘한 색조 변화에도 적응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래거나 희미한 색을 더 선명하게 보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시 지구로 돌아오면 뇌의 색깔 필터는 원래 설정으로 돌아온다는 게 웹스터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사람이 전혀 다른 환경으로 옮겨갔을 경우 눈과 뇌가 적응하도록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주변 색깔을 자동 보정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팀도 있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의 해양학자인 데리야 아케이낙 박사 연구팀은 우주가 아닌 해양환경을 대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수중에서 촬영한 이미지와 동영상의 색상을 조정해서 마치 육지에서 촬영한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시스루(Sea-thru)'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물의 푸른 색을 보정하는 게 첫 단계다. 물은 소금 입자, 식물성 플랑크톤, 퇴적물 등의 영향으로 제각각 다른 색깔을 띠게 되는데 아케이낙 박사팀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이런 기술이 발달하면, 외계 행성의 대기와 바다의 구성만 알면 빛이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예측해서 주변 환경의 색상을 보정하는 필터를 우주복의 바이저에 설치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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