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선물은 돌려보내요"…日 오염수가 바꾼 추석 선물
상인들 "생선 선물 보내도 안 받는다며 반송"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 많아"
건어물 사재기 반짝 매출도 이제는 없어
활어 등 소비 안된 물고기 쓰레기통으로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전남 여수수산시장. 매년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면 수산물을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올해는 한산하기만 하다.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여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산시장으로, 활어와 건어물, 젓갈류, 갓김치 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어 여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이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 사정은 명절 대목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수산시장 입구에서 30년째 건어물을 팔고 있는 김승미(60) 씨는 "선물하시던 분들도 많이 줄어들고 보내면 반송되어 오기도 한다"면서 "오염수 때문에 생선은 안 받는다고 선물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건어물은 오염수 방류 이슈 직후 일부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3대째 건어물 장사를 이어왔다는 이옥숙(70) 씨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한다고 하던 시기에는 일주일 정도 사재기 때문에 잠깐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는 "대목인 명절을 앞두고는 그보다 더 못하다. 작년보다 반 정도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활어 가게의 사정은 더 딱하다. 수조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생선들은 생기를 잃었다.
20년 동안 활어 장사를 해온 왕장호(58) 씨는 "추석은 대목인데 작년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거의 5분의 1로 줄었다. 매출을 보면 안다"면서 "명절인데도 손님 보기가 힘들고 간혹 사가는 손님들도 물고기를 언제까지 먹어도 되는지 이걸 가장 많이 물어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년 가까이 활어를 판매해온 김미자(73) 씨는 "매출이 완전히 딱 떨어졌다. 주말과 휴일에는 그나마 팔리곤 했는데 후쿠시마 이슈가 터지고부터는 평일보다 못하다"면서 "전어는 제철이라 예년에는 어항이 터지도록 들어차 있었지만 안 팔리니까 조금씩 밖에 못 넣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 씨의 가게 도마 옆에 자리를 잡은 쓰레기통에는 팔지 못하고 죽은 물고기들이 쌓여 있었다. 김 씨는 "활어는 하루하루 소비를 해야 하는데 안되니까 이렇게 죽어서 쓰레기통에 집어 넣어놨다"면서 "카드 명세서를 보면 매출이 뚝 떨어졌는데 정부에서 재난지원금이라도 줘야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활어 상인들의 이 같은 하소연은 빈말이 아니다. 여수시의 수협위판동향 자료를 보면 사재기의 영향으로 지난달 30일 기준 멸치 장기보관이 가능한 건어물 등 수산물 택배량과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액이 약 3배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지난 6일 오염수 방류 전으로 돌아갔고, 활어는 오염수 방류 전보다 3분이 1 이상 감소하는 등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젓갈을 파는 상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어떤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채은희(48) 씨는 "선물세트를 준비하던 분들도 받는 쪽에서 수산물은 안 받고 싶다고 해서 줄어들거나 아예 안 하시거나 그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기관 단체, 기업 등이 나서 추석 명절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채 씨는 "관련해서 체감하거나 영향을 받은 적도 없고 보여주기 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갈수록 심해질 거라는 것이 더 절망적"이라며 "가끔 구매하시는 분들도 가장 많이 말씀하시는 게 지금 빨리 먹어야겠단 말"이라고 말했다.
여수의 특산품인 갓김치와 간장게장을 취급하는 송경희(63) 씨는 수산물 소비 촉진의 영향을 조금 느낀다고 말했다. 단골 손님들의 발길도 줄었다는 송 씨는 "개별 손님들 상대로 하는 장사는 딱 줄었고 기업에서 단체로 주문하는 경우만 드문드문 있다"면서 "갓김치에서 게장으로 바꾼 경우가 있었는데 수산물 소비 촉진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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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최창민 기자 ccm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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