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잔혹하고 야만스러운 시대였을까…신간 '중세 시대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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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는 야만의 시대이며 암흑의 시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세가 어둠의 시대였던 것만은 아니다.
미술사학자 잭 하트넬이 쓴 신간 '중세 시대의 몸'(시공아트)은 인간의 몸을 통해 중세라는 시대를 입체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그는 머리에서 시작해 감각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발 등 신체 부위를 차례로 조명하며 중세 시대를 탐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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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세는 야만의 시대이며 암흑의 시대로 알려졌다. 화형과 각종 잔혹한 형벌이 횡행했던 시대이기도 하다. 중세를 보는 시각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영화 '펄프픽션'(1994)에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마약상 마셀러스는 자신을 감금했던 남자에게 보복할 기회를 얻는다. 그는 불행한 '먹잇감' 앞에서 다음과 같은 신랄한 대사를 내뱉는다. "네 XXX는 중세 방식으로 대접해 주마."
중세가 이런 오명을 얻은 건 로마제국과 관련이 있다. 제국 국민이 수세식 화장실 같은 최첨단 문화생활을 누렸던 로마 제국은 당대 야만인으로 취급됐던 게르만족에게 멸망했다. 로마의 최신식 장비는 파괴됐고, 생활 수준은 땅에 떨어졌다. '기물 파괴범'(Vandal)이란 단어 어원은 게르만족 한 분파였던 반달족에서 기원했다.
그러나 중세가 어둠의 시대였던 것만은 아니다. 중세는 여러 방면에서 현대의 각종 제도와 체계가 마련된 시기였다. 특히 중세 의학은 과학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중세인들은 인간의 몸을 신비하고 특별한 대상으로 바라보며 문학, 예술, 건축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미술사학자 잭 하트넬이 쓴 신간 '중세 시대의 몸'(시공아트)은 인간의 몸을 통해 중세라는 시대를 입체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그는 머리에서 시작해 감각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발 등 신체 부위를 차례로 조명하며 중세 시대를 탐험한다.
책에 따르면 중세 의학자들은 이슬람 학자들이 해석한 그리스·로마 체계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중세인들은 이를 토대로 그 나름의 사회문화적이고 종교적 위계질서를 구축했다.
그들은 인류의 가장 강력한 힘이 직립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했다. 똑바로 섬으로써 다른 동물을 굽어볼 수 있게 됐다고 여긴 것이다. 특히 뛰어난 지능(머리)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가장 커다란 요소였다.
중세 의학자들이 몸에서 가장 으뜸가는 부위로 머리를 꼽은 이유였다. 그들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가슴을 2급, 복잡한 구조를 갖춘 배를 3급, 생식기와 항문을 4급으로 분류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머리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등급이 하락하는 순서로 서열을 매긴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나누어진 신체 등급이 중세의 정치·종교·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헤친다. 가령, 신체의 광기와 대머리가 당대 정치 및 종교에 미친 영향, 동물 가죽으로 제작된 양피지가 출판문화에 끼친 영향, 발이 도보여행과 지도 제작에 미친 영향 등을 살펴본다.
저자는 "태어나고, 씻기고, 옷을 입고, 사랑받고, 다치고, 멍들고, 절개되고, 매장되고, 심지어 부활하기까지 한 중세의 몸은, 과거 일상생활의 본질 자체를 이해하는 경로"라고 말한다.
장성주 옮김. 456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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