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도 인터넷으로 베팅?…"동물학대" vs "전통문화"
온라인으로 전통 소싸움을 보고 금액을 베팅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소싸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3년간 6차례나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논의에 진전은 없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소싸움법 개정안)은 2021년 4월부터 지난 20일까지 6차례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농림축산식품법안소위(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대로 법안소위에서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소싸움법 개정안은 21대 국회가 마무리되는 내년(2024년) 초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업계는 온라인 베팅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경마처럼 소싸움도 온라인 '우권(牛券)' 발행을 허용해 전통 소싸움을 확대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권은 경마의 '마권(馬券)'과 같다. 소싸움에서 우승할 것 같은 소에 적게는 100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
소싸움은 보통 지역에서 개최하는 축제 성격의 행사 정도로 알려졌지만 전통소싸움법을 근거로 하는 엄연히 합법적인 대회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도박과 광고, 오락과 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경북 청도군은 상설 소싸움경기장을 운영하며 현장 우권을 발행하고 있다. 정부가 소싸움을 허가한 전국 11개 지방자치단체 중 우권 발행 및 판매를 허용하는 곳은 청도군이 유일하다.
온라인 우권을 허용하자는 논의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한동안 소싸움 경기가 중단되면서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와 지역 관광 산업, 전통 소싸움 육성 기반이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경마 산업 위축을 고려,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지난 5월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업계에선 온라인 우권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동물보호단체 등은 동물 학대 문제 등을 들며 소싸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현정 '동물권 행동 카라' 활동가는 지난 2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투계·투견 등이 불법인 것처럼 소싸움 또한 도박과 유희를 위해 소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싸움을 부추겨 상해를 입히는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며 "농경 중심 사회에서 시작된 소싸움은 시대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우권 발매 허용은 오로지 소수의 금전적 이익을 위한 동물 학대 산업이자 사행산업의 확장"이라며 "동물권 인식 증진과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와 녹색당 등은 지난 6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이 동물 학대라는 시민 인식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사장돼가는 소싸움을 소생시키려 온라인으로 우권을 발매하겠다는 법 개정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년간 적자투성이였던 소싸움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우권 발매를 추진하는 것은 소싸움 도박판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회 농해수위가 동물 학대 소싸움을 폐지해 나갈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길 호소한다"고 했다.
정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14일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검토의견을 통해 "(온라인 우권 발매가) 매출 감소로 위축된 전통소싸움경기를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 종사자 생계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며 "온라인 우권이 도입되는 경우에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설정한 우권 매출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권 전체 매출 총량에서 일정 비율이 전자우권으로 전환되면 청도 지역 경기장에서 우권을 구매하는 관람객이 줄어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2022년 299억원이었던 우권 매출 총량의 한도가 1000억원 수준으로 상향되지 않는다면 온라인 우권이 도입돼도 청도 공영공사의 적자상황이 지속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동물을 이용한 경기는 동물 학대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전통 소싸움 경기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면서 "동물 학대라는 부정적 인식 및 사행산업 확산 우려에 대한 해소방안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시어머니가 친척들 앞에서 폭언, 뺨까지 때렸는데…남편은 '침묵' - 머니투데이
- 김혜영, 억대 출연료→사기 당해 사업 실패…이혼 3번 고백 '깜짝' - 머니투데이
- '나솔사계' 9기 현숙, 정식과 데이트 후 눈물…"내게 쓰는 돈 아깝나" - 머니투데이
- '고딩맘' 조아람 "월 수입 500, '대출 無' 아파트"…직업 뭐길래 - 머니투데이
- 한혜진 "♥기성용과 돈 관리 각자…8살 나이 차? 남자 다 똑같아" - 머니투데이
- "한국경제 정상 작동"…최태원 회장이 세계 상의에 서한보낸 이유 - 머니투데이
- 2400선도 위태로운 코스피…연말 V자 반등의 조건은 - 머니투데이
- 박수홍 "집, 자가 아냐 값싼 동정 필요"…지금 상황 어떻길래 - 머니투데이
- 블랙박스에 수상한 소리…"아내는 '아이스크림 먹었다' 거짓말" - 머니투데이
- 성기가 뼈처럼 굳어져…희소 질환 '이것'이 원인일 수 있어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