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봤던 몽골의 초원, 앞으로도 안녕할까요?
몽골에 관해 인기 있는 콘텐츠는 대개 둘 중 하나다. 여름철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서 은하수를 본 이야기, 그리고 이 나라 시민들이 한국을 유독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수도인 울란바토르에는 CU와 GS25 등 한국 편의점이 500곳 넘고, 한국 음식점도 즐비하다.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길에서 함부로 몽골에 대한 흉을 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 여행 팁이다.
몽골 사람들이 왜 한국에 우호적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예의 케이팝, 드라마 등 한류의 인기에다 전체 인구 330만명 중 5만명 이상(2022년 기준)이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으로 체류 중인 까닭에 한국 문화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 아닌지 짐작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한국에 대한 호감이 알려지면서 몽골은 여름철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여러 항공사들이 앞다투어 몽골 노선을 신규 취항하거나 증편할 만큼 인기다. 현재 〈택배는 몽골몽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류 스타가 몽골의 대초원을 가로질러 유목민에게 선물을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푸르른 초원과 찬란한 은하수는 이 나라의 겉모습일 뿐이다. 몽골의 가장 절박한 문제는 따로 있다. 그것도 한국과 몹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제다. 어쩌면 앞으로 몽골 여행의 풍경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초원과 은하수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 아름다운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끝도 없는 초원을 얼마나 헤맸을까. 지프차도 아닌 한국산 승합차가 어른 무릎까지 빠지는 늪지대를 어지럽게 질주했다. 벌써 여러 번 이 지역을 와본 적 있다는 몽골인 운전기사의 얼굴에도 긴장이 가득했다. 내비게이션이 쓸모가 없어진, 도로도 표지판도 없는 초원 한가운데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몽골의 광활한 대자연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전봇대를 따라가세요!”
지나가던 사람이 말했다.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되돌아가기를 반복한 끝에 차량을 발견하고, 목적지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의 조언은 전봇대였다. 우리는 무릎을 쳤다. 이곳에서 딱 하나, 인간의 흔적이 바로 전봇대였다. 전봇대를 따라가면 분명히 마을이 있을 것이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약 360㎞ 떨어진 곳. 포장과 비포장 길 6시간을 달려 이곳 어기노르 솜(우리로 치면 군·郡)에 도착했다. 인구 3200명이 사는 이곳 어기노르를 찾은 까닭은 ‘숲’ 때문이다. 하늘로 쭉쭉 뻗은 울창한 숲이 아니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어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숲이다.

유목민, 협동조합을 만들다
이 숲을 만나기 위해 6시간을 달려오는 동안 우리는 몽골 땅 곳곳에서 또 다른 식물의 군락을 마주쳤다. 몽골어로 ‘하르간’, 우리말로는 ‘좀골담초’라 불리는 식물이다. 이른바 ‘사막화 지표 식물’이다. 사막화된 땅에서 잘 자라는 하르간은 땅속 깊은 곳까지 사방에 뿌리를 뻗고 물을 빨아들여 사막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하르간이 발견되는 곳은 그만큼 사막화가 진행된 땅이라고 할 수 있다.

하르간은 지금 몽골의 초원을 점령해가고 있는 새로운 지배자다. 지표에서 워낙 낮게 자라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초원의 평범한 식물인 듯하지만, 사막화 위기에 처한 몽골 땅의 위기를 상징하는 식물이다. 가시가 많고 이파리가 억세 낙타 말고는 먹을 수 있는 동물이 없다고 한다.
이번 취재에 동행한 기후대응 NGO ‘푸른아시아’의 현지 활동가 헝거르졸 씨가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임업을 전공했다. “하르간이 너무 많이 늘어났어요. 이미 4분의 3이 넘는 몽골 땅이 사막화됐어요. 비교적 나무가 많던 북부 삼림지대도 황폐화되고 있어요. 20~30년 전만 해도 국토의 20% 이상이 나무가 있는 삼림지대였는데 지금은 8%도 안 돼요.”
우리가 이번에 찾은 숲의 이름은 ‘페이퍼리스 생태림’이다. 푸른아시아가 주관하고 한국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2019년부터 조성한 숲이다. 페이퍼리스란 BC카드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이 도입한 카드 매출전표 미출력 제도다. 참여 가맹점은 카드 결제 시 고객 요청에 따라 영수증 출력을 생략할 수 있는데, 이 비용을 아껴 몽골의 사막화 지역 복원에 쓰고 있다. KEITI, BC카드, 세븐일레븐, BGF리테일(CU), 사랑의열매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7억3000만원을 지원했고, 어기노르 내 50㏊에 나무 5만 그루를 심었다.
이곳에 유독 눈에 띄는 나무가 있었다. 주홍빛에 가까운 노란 열매를 맺은 나무다. 현지에서 ‘차차르간’이라 부르는 이 나무는 일명 ‘비타민 나무’다. 여러 종의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몽골에서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진다. 북한에서도 ‘김일성 나무’라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취재진이 찾은 8월 말경이 열매 수확철이다. 나무를 심어 사막화를 방지할 뿐 아니라, 그 열매를 수확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페이퍼리스 생태림 안에는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비닐하우스 9개 동 가운데 5곳에서는 양묘를, 4곳에서는 오이·호박·옥수수·수박 등을 키운다. 겨울이 길고 강수량이 적으며 척박한 땅이 많은 몽골은 ‘농사’ 개념이 희박한 곳이다. 농산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몽골에서 이런 비닐하우스는 아주 새로운 풍경이다.
페이퍼리스 생태림 사업에 참여하는 마을 주민은 26명이다. 이들 대다수는 본래 유목민이었다. 대대로 평생을 유목민으로 살아온 이들은 점차 사라지는 초지와 급격한 기후변화 문제로 목축을 접어야 했다. 그렇게 삶이 막막해졌을 때 생태림 조성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이들 주민에게는 일정한 활동비가 지급된다.

물론 관련 기업과 기관의 지원사업이 중단되면 활동비 지원도 끊긴다. 생태림 조성 사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주민들 스스로 자립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지난해 ‘어깅 에코싱 투굴(어기노르 숲)' 협동조합이 정식으로 탄생했다. 마을 주민 아마르 툽신 씨는 “기후변화로 가축을 잃고 어려움을 겪었는데, 생태림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쓸모없던 땅을 가꿔서 사막화를 막고 있다는 자부심도 크다”라고 말했다.
‘조드’라는 말이 있다. 몽골어로 ‘재앙’이라는 뜻인데 겨울에 몰아닥치는 극심한 한파를 말한다. 조드라는 단어만 나오면 손사래를 칠 정도로 몽골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보통 수십 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데, 조드가 발생하면 기온이 영하 40~50℃로 떨어져 가축이 떼죽음을 당한다.
문제는 조드가 점점 자주,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강도로 닥친다는 것이다. 2010년 조드 때는 몽골 전체 가축의 10%가 넘는 약 6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는 2년 연속 조드가 발생했다. 조드가 왜 점점 심해지는지는 아직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 분명한 것은 사막화에 따른 초지 부족과 이상기후로 인해 몽골 유목민의 삶이 크게 황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르자이흐 어기노르 솜장(우리로 치면 군수)은 “내가 1987년생인데, 어릴 적 말을 타고 놀 때는 풀이 발 받침대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지금은 그런 곳을 찾기 힘들다. 지난겨울에는 솜의 가축 약 34만5000마리 중에 5만 마리가 먹이 부족 등으로 폐사했다”라고 말했다.
몽골은 땅덩이가 한반도의 약 7.4배에 달하는 큰 나라지만, 인구는 약 330만명에 불과하다. 부산광역시 인구 수준인데,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는 울란바토르에 모여 산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약 4500달러에 불과한 탓에 도로 인프라가 제자리걸음이라 울란바토르 시내는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악명 높다. 분지 지형인 데다 영하 40℃까지 떨어지는 겨울철이면 이것저것 태워 난방을 하느라 대기오염도 심각하다.

봄철이면 상상을 초월하는 모래폭풍이 몽골 전역을 휩쓴다. 높이 100m 넘게 치솟는 거대한 모래폭풍이 생겨난다. 그저 잠깐 피하고 나면 괜찮은 수준이 아니다. 초속 수십m에 달하는 태풍급 모래바람이 닥치면 사람과 가축이 떼죽음을 당한다. 2021년 봄에는 600명이 실종되고 10명이 사망하는 초강력 모래폭풍이 일기도 했다. 앞서 생태림 조성에 참여했던 주민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숲이 ‘방풍림’ 구실을 하면서 모래폭풍이 훨씬 줄었다는 것이다.
몽골은 왜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인가

이 모래폭풍이 편서풍을 타고 수천㎞를 날아가 한반도에 도착하면 그게 바로 황사다. 황사가 중국발인지, 몽골발인지 두 나라 간에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황사가 발생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특히 2000년 이후에는 몽골발 황사 발생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1991년 몽골의 황사 발생 일수는 평균 10일이었는데, 2010년에는 48일로 늘었다.
몽골에서 황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래땅, 즉 사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이 늘어나면서 모래를 머금은 바람이 부는 것이다. 황사의 원인은 이처럼 간단하지만, 사막화의 원인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사막화의 첫 번째 원인은 기후위기다. 1906~2005년 100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0.74℃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1940~2010년 70년간 2.1℃ 상승했다. 특정 지역의 온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더 오른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는 곧 그 지역이 건조해진다는 뜻이다.
나무가 자라던 땅이 메말라 모래땅이 되고, 모래땅은 태양빛을 반사하지 못해 그대로 흡수한다. 온도가 올라 숲이 사라지고, 황폐화된 땅이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몽골의 사막화를 막아야 하는 문제는 전 세계적 이슈다. 몽골을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두 번째 원인은 목축이다. 몽골은 유목민의 나라다. 인구가 330만명인데 사육하는 가축 수는 약 8500만 마리에 달한다. 그리고 가축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신되고 있다. 몽골 통계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업(목축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전체 인구의 26.79%다. 2000년 무렵 인구의 절반 정도가 농업(목축업)에 종사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줄었지만, 가축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가축 수가 늘어난 것은 시장경제 도입의 결과다. 몽골은 1924년 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나라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1990년 무렵부터 시장경제를 도입했고, 목축업에서 가장 급속히 ‘사유화’가 진행됐다. 계획경제 시대와 달리 가축 수를 늘리는 유목민에게 이득을 주는 정책을 펼치면서 ‘과목축’ 문제가 불거졌다. 캐시미어 제품이 인기를 끌자 염소 사육 두수가 증가한 것도 큰 문제가 됐다. 몽골 환경부 자문위원인 담딘 씨는 “사회주의 경제 시절 목축업 관리가 체계적으로 잘됐다. 지금은 목초지는 줄어드는데 가축 수는 늘어나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원인은 광산 개발이다. 뜻밖에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 부국’이다. 석탄 매장량 세계 4위, 구리 2위, 우라늄 14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취약한 운송 인프라 탓에 광물자원 대다수를 중국에 헐값으로 수출하는 형편이다. 지난겨울에는 고위 관료들이 중국 수출용 석탄 수백만t을 빼돌렸다는 사상 최악의 ‘석탄 스캔들’이 터지면서 연일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무분별한 광산 개발은 몽골의 사막화를 크게 부추겼다. 목초지를 파괴하고, 수자원을 고갈시켰다. 과거 우라늄 채굴에 따른 방사능 노출 문제도 심각했다. 2010년에는 목초지 파괴에 분노한 유목민들이 광산업체를 찾아가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몽골의 광산 개발에는 한국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과도한 목축업, 광산 개발의 결과, 전체 몽골 면적의 76.9%가 사막화되었다(〈그림〉 참조). 전체 산림 면적은 8% 이하로 줄어들었고, 호수와 연못 1166개, 강 887개, 개천 2096개, 온천 60개가 사라졌다. 몽골 남부에 있는 울란 호수는 서울의 절반 크기인데, 한때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몽골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목초지가 사라지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유목민들은 울란바토르로 모여들었다. 이른바 ‘기후난민’이다. 기후변화로 살던 곳을 떠나 사실상 난민이 된 사람을 일컫는다. 한국식 아파트며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울란바토르 시내와 달리 외곽의 고지대에는 게르촌이 빽빽하다. 한국으로 치면 달동네다. 기후난민이 터를 잡은 곳이다. 이런 기후난민이 울란바토르에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도 없다. 2000년대 이후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음을 체감할 뿐이다.

이곳에서 만난 미시크돌람 씨도 기후난민이다. 1977년생으로 몽골 중부 어워르항가이 아이막(한국으로 치면 도·道)에서 양과 염소 500마리, 말과 소 300마리를 키웠다. 그러다 조드를 맞았고 키우던 가축 절반이 죽었다. 마침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가 되어 남은 가축을 모두 팔고 2014년 울란바토르에 왔다. 게르 세 동에 가족 15명이 함께 산다.
생계비는 광산과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아들이 주로 책임지고 있다. 미시크돌람 씨 역시 울란바토르에 와서 요리사로 일했지만 기관지가 나빠지면서 지금은 쉬고 있다. 그는 고향에서 살 때가 더 좋았다고 말했다. “고향에는 숲과 산이 있었다. 조드와 목초지 파괴로 가축이 죽지 않았다면 지금도 고향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몽골에서 나무심기 운동을 주도한 단체는 기후위기 대응 NGO인 푸른아시아다. 2007년 몽골에 지부를 설치하고 본격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몽골 유목민은 나무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다. 가축이 나무 밑으로 숨어버리면 찾기 어렵기 때문에 유목민은 나무가 보이는 족족 잘라내곤 했다.
몽골 사막화 방지 운동을 주도해온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저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를 통해 이런 일을 회상했다. “생태림 주변에 가축이 넘어오지 못하게 방책을 쳐놓았는데, 한 아주머니가 양과 염소를 끌고 와 방책 안으로 한 마리씩 들여보냈다. 가축은 방책 안의 나뭇잎과 풀을 뜯어먹었다. 그제야 우리가 사막화 방지를 한 것이 아니라 가축 먹이를 공급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무가 아니라 사람을 심는다
이후 전략을 바꾸었다. “몽골에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사람을 심어야겠다”라고 판단했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주민 자립형 숲 가꾸기 모델을 제시했다. 앞서 어기노르 솜의 사례처럼 주민들이 나무를 가꾸고 그 과실을 판매함으로써 스스로 숲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방식이다. 푸른아시아는 현재 몽골 내 8개 지역에서 조림지를 운영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까지 푸른아시아가 한국 내 여러 기업과 기관의 참여로 몽골 전체에서 조성한 숲의 규모는 840㏊에 나무 약 92만9000그루. 척박하고 강수량이 적은 몽골에서 나무의 생존율은 70%를 상회하지만,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심긴 나무는 그보다 생존율이 훨씬 떨어진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립형 숲 가꾸기 모델이 기후위기 대응과 사막화 방지에서 중요한 이유다.
주목할 만한 자료가 있다. 몽골에 조성한 숲이 온실가스를 얼마나 흡수했는지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 여기서 조금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세계자원연구소(WRI)와 세계지속가능기업위원회(WBCSD)가 공동 제정한 ‘GHGP(Green House Gas Protocol:온실가스 프로토콜)’라는 세계적인 온실가스 산정 표준이 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의 92%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표준이다.
GHGP는 2020년부터 토지와 관련된 온실가스(Land Sector and Removal Guidance, LSRG)’ 발생량 및 흡수량을 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침을 추가적으로 만들었다. LSRG 지침을 검토하고 연구하기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기업과 단체가 참여하는데, 한국에서는 푸른아시아가 유일한 검토자이자 파일럿 참여자다.
이번 분석은 푸른아시아가 공주대, 연세대 연구팀에 의뢰해 이루어졌다. 2007년부터 조성한 바양노르 지역 숲 조림지의 온실가스 흡수량을 측정한 결과 조림지와 비조림지(황무지) 사이의 흡수량 차이를 확인했다. 식물의 경우 조림지 식물의 연간 탄소 흡수량이 비조림지보다 약 9배 높았고, 토양의 경우 조림지의 토양이 비조림지보다 약 2.54배 더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에서의 숲 조성이 사막화 방지뿐 아니라 온실가스 저장 구실도 한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다.
몽골 정부도 사막화 방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2021년 9월 유엔총회에서 기후위기와 사막화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몽골에 나무 10억 그루를 심을 것이며, 이를 위해 몽골 GDP의 1%를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 역시 산림청 주도로 2007년부터 ‘한·몽 그린벨트 사업’을 통해 사막화 방지에 나서고 있다.
몽골이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국이 된 데에는 다른 나라의 책임이 크다. 산업 발달이 더디고 인구도 적은 몽골이 그동안 배출한 탄소는 미미하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 같은 주변국은 물론이고 산업화로 이미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먹은 미국, 유럽, 일본의 탄소 배출이 몽골을 메마른 땅으로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매년 봄 한국에 황사가 밀려올 때 몽골에서는 죽음 같은 모래폭풍이 몰아친다.
울란바토르·어기노르/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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