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밴드’ 명불허전, 불협화음은 기우였다
레전드 밴드들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두 배의 감동을 안긴 ‘불꽃밴드’가 최종장을 향해 달려간다.
지난 28일 방송된 MBN ‘불꽃밴드’ 8회에서는 사랑과 평화, 전인권밴드, 이치현과 벗님들, 다섯손가락, 부활, 김종서밴드 등 레전드 밴드 6팀이 5라운드 ‘밴드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베네핏으로 30표가 추가 부여되는 ‘밴드 컬레버레이션’은 헌정의 의미를 담은 ‘트리뷰트’ 무대로 꾸며졌다. 공정한 투표를 위해 모든 경연 끝날 때까지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사랑과 평화X다섯손가락이 뭉친 ‘사랑의 손가락’이 가장 먼저 무대를 꾸몄다.
합주 시작과 동시에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 두 팀은 공연 당일까지도 분위기가 냉랭했다. 리허설 후 이철호가 임형순과 대화를 시도하면서 본무대 직전 극적으로 화합했다. 이철호의 허스키 보이스와 임형순의 부드러운 보컬이 어우러진 것은 물론 더욱 풍성한 사운드가 완성됐다. 노련함으로 떼창까지 끌어내면서 함께 즐기는 무대가 됐고, 파티 같은 무대에 부활의 김태원은 “노래들이 다 좋다. 경연이 아니고 추석 같다”고 극찬했다.
무대 후 임형순은 트리뷰트 대상으로 조용필을 택한 이유로 “철호 형님이 연배가 높으시다”며 “신중현, 조용필 선생님밖에 안 남아 여쭤보니 (이철호가) 조용필을 선택해주셨다”는 깜짝 비화로 웃음을 안겼다. 무대에서 내려온 두 팀은 “고생했다”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다섯손가락은 “연습할 땐 서로 의심하는 게 있었다. 걱정이 별 것 아니라는 걸 느꼈다”며 만족스러워했고, 사랑과 평화 이철호도 “아우들과 아주 재밌게 잘했다”고 웃었다.
두 번째로 이치현과 벗님들X김종서밴드가 만난 ‘이김밴드’가 무대를 꾸몄다. 이들도 갈등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건반 3대에 기타 5대 등 ‘최다인원’ 밴드의 조합에 무대가 꽉 찼다. 이들의 트리뷰트 대상은 김현식으로, 악기들이 많은 만큼 “투머치”한 사운드를 어떻게 빼느냐에 초점을 뒀다.
첫 연습은 아이디어가 많아 제대로 합주를 맞춰보지 못한 채 끝이 났고, 김종서는 “누군가 한 명은 악역을 맡아야한다”며 다음 연습에서 전달사항을 전하며 의견을 밝혔다. 이치현과 벗님들의 천상용(키보드)은 “아이디어 추가는 약속을 깨자는 것”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치현은 “종서를 믿는다”며 따라가 줬고, 잡음이 나왔지만 무대는 역시 성공적이었다. ‘사랑사랑사랑’, ‘내사랑 내곁에’까지 강렬함과 서정적인 느낌이 다 있는 무대에 관객들은 휴대폰 플래시로 화답하며 장관을 이뤘다.
무대 후 김종서는 “연습할 때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다 무시해버렸다. 저한테 맞춰주셔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천상용은 “(이치현이) 웬만하면 양보하라 당부하시더라”며 “서로 기분 상하면 술 한 잔 먹고 풀 수도 있는데 김종서 씨는 한 번 떠나면 돌이키기가 힘들다더라”고 김종서를 디스(?)해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마지막 무대는 전인권밴드X부활이 만난 ‘전부밴드’였다. ‘가요계 대부’들답게, 어두운 분위기가 예상됐지만, 이들은 유일하게 갈등이 없었다. 특히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까지 외치는 부활 박완규의 애교가 형들을 녹였다. 트리뷰트 대상은 한국 록의 아버지 신중현으로, 첫 합주부터 순조롭게 연습이 진행됐다. 특히 전인권밴드 신석철은 신중현의 삼남이라 어깨가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부활 채제민과의 드럼 퍼포먼스 연습에서 박자를 여러 번 놓쳤지만, 이들은 모두 신석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용기를 북돋았다.
마침내 경연 당일, 신중현의 ‘미인’, ‘님은 먼 곳에’를 선곡한 전부밴드는 에너지 넘치는 강렬한 무대로 앙코르 요청까지 받았다. 특히 신석철은 채제민과 드럼을 주고받는 구간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부담감을 이겨낸 모습을 보였다. MC 김구라 역시 “가장 록에 충실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고, 배성재는 “또 보고 싶다” 등의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무대 후 전인권은 “우리가 정성을 많이 쏟았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멤버들”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김태원은 “우리 팀 음악이 80년대에 좋다가 설 자리가 없는 와중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조건 없이 와주시는 여러분들이 너무 고맙다”라며 밴드 음악의 부활을 알린 ‘불꽃 밴드’와 관객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5라운드 경연 종료 후 한자리에 모인 밴드들은 바로 순위를 확인했다. 최하위 3위 밴드는 167표를 얻은 이치현과 벗님들, 김종서 밴드였다. 김종서는 “점수는 높은데 기분은 안 좋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표정이 좋지 않은 김종서에게 김구라는 “1위는 몇 표 정도라고 보냐?”고 물었고, 김종서는 “관심 없다”고 대꾸해 짠내를 안겼다. 이치현과 벗님들 천상용도 “어차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면 되겠다”는 말로 다시금 경쟁 의지를 불태웠다.
1위와 2위의 득표수 차이는 단 1표 차. 초박빙의 상황에서 1위는 183표로 전인권밴드X부활이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30표’ 베네핏이 주어지면서 순위에도 영향이 생겼다. 특히 ‘부동의 1위’ 사랑과 평화와 2위 부활이 8표로 격차가 감소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했다.
다음 미션은 최종 우승밴드를 가리는 파이널 라운드. 2번의 대결을 진행하는 가운데, 1차전 경연 주제는 ‘밴드 1대1 매치’였다. 5라운드까지 누적득표수 1위부터 순서대로 1대1 매치 상대를 지목하게 됐다. ‘누적득표수 1위’ 사랑과 평화의 상대 지목을 앞두고 타 밴드들은 “큰형님들은 조금 무섭다”며 걱정을 쏟아냈다.
사랑과 평화는 “태원아, 같이 가자”라며 부활을 선택, 누적득표수 1위와 2위의 대결이 성사됐다. 이에 3위 전인권밴드에게 선택권이 갔고, 다섯손가락을 상대로 지목했다. 자동으로 5위와 6위 이치현과 벗님들, 김종서밴드가 만났다. 말이 씨가 돼 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이김밴드’. 이치현은 “공교롭게도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버렸다”며 웃었고, 김종서는 “우린 완전히 벼랑으로 몰렸다. 우린 지금 ‘다 덤벼’다”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아울러, 결승전 마지막 관문에는 더 많아진 관객과 함께 ‘1대1 매치’가 펼쳐진다. 보컬도 악기도 만반의 준비를 한 레전드 밴드들은 각자의 필살기로 양보 없는 무대를 펼칠 예정. 레전드 대 레전드의 정면 대결로 흥미진진한 최종장을 예고한 MBN ‘불꽃밴드’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송된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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