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인과 20대 청년의 특별한 힐링…뮤지컬 '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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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라디수스'를 지배한 독재자의 대역으로 일했던 노인 네불라는 자신의 과거가 혐오스럽지만 동시에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나 자신이 너무 싫지만 싫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네불라는 자신에게 애증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가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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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끝이 안 좋았어도 그 순간만큼은 너무 소중해서 버릴 수가 없는 기억. 수아 씨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나요?"
한때 '파라디수스'를 지배한 독재자의 대역으로 일했던 노인 네불라는 자신의 과거가 혐오스럽지만 동시에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나 자신이 너무 싫지만 싫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네불라는 자신에게 애증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
반면 네불라의 인생 이야기를 들은 청년 수아는 그의 양가적인 감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살면 되는데 굳이 복잡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지난 15일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가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독특하다. 70대와 20대인 두 주인공의 조합도, 힐링이 이뤄지는 방식도 다른 작품들과 구별된다.
'쇼맨'은 접점이 전혀 없는 70대 노인과 20대 입양아가 우연한 계기로 만나면서 시작된다. 유원지의 인형탈 알바인 네불라는 사진을 촬영하던 수아를 사진기사로 오인하고 화보 촬영을 의뢰하고, 돈이 필요했던 수아가 제안을 수락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두 사람은 관객의 힐링을 위해 억지스러운 감동을 유발하지 않는다. 네불라가 삶의 이력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관객은 그의 심리를 따라가며 몰입할 수 있다. 시종일관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던 수아도 자신의 아픈 기억을 공유하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그대로 인정할 때 비로소 힐링이 시작된다는 주제 의식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명료하지만 깊이 있는 주제는 전반적인 줄거리와도 어울린다. 독특한 인상을 주면서 시작한 작품은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 위치한 힐링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네불라를 연기한 신성민은 '스스로를 싫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네불라의 마음을 철저한 자기반성의 결과로 해석하고,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은 말투로 깊이 있는 감정을 전달했다.
시적인 가사로 이뤄진 넘버는 깊은 감정을 비유와 함께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인생에서 닥치는 어려움을 바다의 높이에 비유한 넘버 '인생은 내 키만큼'은 시작과 끝에 배치돼 울림을 준다.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수아의 과거를 노래하는 '굿걸' 역시 인상적이다.
첼로, 건반, 타악기 등 다채롭게 구성된 라이브 세션도 무대에 함께 올라 극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힐링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곳곳에 위치한다. 타인의 흉내를 내는 데 재능이 있는 네불라가 연기에 도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수아가 동료 직원과 티격태격하는 대목도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핑 카트를 활용한 안무도 흥미를 더한다. 카트에 매달려 앞으로 나가는 동작 등은 일상을 무대로 옮긴 듯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카트에 조명을 달아 유원지의 회전목마처럼 연출한 아이디어도 눈길을 끈다.
공연은 11월 12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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