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놀다가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놀란 적 있나요?[이제학의 힐링카페]
“오늘은 뭐하지?”
매일 노는 것이 일인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정년퇴임 후 몇 달 간은 신나게 노는데 노는 것이 일이 되면 사람들은 신나하지 않고 뭔가 좌불안석이다. 여기 저기 기웃기웃 하면서 혹시 일자리가 없나 어깨를 움츠리고 귀를 기울인다.
남일이 아니다. 시간이 무한정 남아돌아 그날그날 무엇을 하면서 지낼지 막막하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세기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뭔가 죄를 짓는 느낌으로 살아와 어찌할 바를 모른다. 놀이를 할 줄 모른다고 봐야 한다.
보통은 일과 놀이가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이므로 일 자체는 고통이 따르고 강제성도 있다. 반대로, 놀이는 어떤 목적이나 목표와 독립되어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행해진다. 활동 자체가 즐거움과 만족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활동에는 일과 놀이의 구분이 없으며,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일이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스튜어트 브라운은 살인범 26명을 면접하고 흥미로운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하나는 그들이 대부분 결손가정 출신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과 결코 뛰어놀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혼자 외톨이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놀 줄 모른다. 까치와 까마귀처럼 큰 뇌를 가진 새들을 제외하고 놀기 좋아하는 동물은 포유류뿐이다. 왜냐하면 놀이는 위험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물개의 새끼는 80퍼센트가 재미있게 놀다가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해 잡아먹힌다. 하지만 사람은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창조적인 뇌를 갖게 된다.
일과 놀이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바꾸어야 할 때다. 일하기 위해 놀고, 놀기 위해 일한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뇌 분야에서 특정 놀이 행동과 관련하여 신경활동이 일어나는 위치를 찾고, 그 기능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밝히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경주되고 있다.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현직에 있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고령화는 전직(前職)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만약 60세에 건강하게 정년퇴직하고 은퇴한다면, 남은 30여년을 전직으로 살아야 한다. 계속 현직으로 살기 위해서는 먼저 ‘일과 놀이’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한다.
“Work playfully, play seriously.” 정신분석학자인 칼 융(Carl Jung)은 일찍이 일과 놀이의 관계를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노는 것처럼 재미있게 일하고, 일하는 것처럼 열심히 놀자”인 것이다.
더 이상 일과 놀이를 구분하지 않고 사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다. 기준은 재미다. 사는 것이 재미있어야 한다. 은퇴 후에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미덕을 몸에 익혀야 한다. 젊었을 때처럼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즐거운 것이 중요하다. 일보다 놀이가 좋다는 건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결정권’이 행사되는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신없이 놀다가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놀랐다면 그것은 나의 정신건강에 매우 좋은 것이다. 신바람이 난 것이다. 뇌는 가장 창조적으로 가동되고 행복물질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경험을 자주해야 한다. 그런다고 세상 무너지지 않는다. 나 없다고 세상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데 천만의 말씀이다. 자동차를 운전해보라. 잠시 조금만 딴생각하고 있으면 어느 결에 내 앞의 차가 바뀌어 있다.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노느냐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도 바로 노는 시간이다. 놀이하는 동물,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인 인간에게 놀이는 삶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오늘 뭐하지(?)를 오늘 뭐하고 놀지(?)로 바꾸어도 된다. 인생 길다. 내가 정신없이 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찾아서 자주 만들어야 한다. 나는 누구랑 어떻게 놀 때 가장 행복하지? 추석명절에 가족과 함께 윷놀이라도 신나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단법인 힐링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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