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서로 꼬이고 충돌, 이재명 기각 결정문 이상한 4가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서로 꼬이고 충돌하고 이상한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에요.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결정이다 보니 '법원 방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800자 분량의 결정문 행간의 의미와 논리적으로 모순된 부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위증교사가 증거인멸 아니라는 법원
이재명 대표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먼저 알아보고 유창훈 부장판사가 작성한 결정문의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보도록 하죠.
이 대표 구속영장에 청구된 범죄 사실은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 사건의 핵심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내용입니다. 두 번째는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4단계 용도변경을 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200억 원의 손해를 보게 한 혐의, 세 번째는 제3자를 통해 800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혐의입니다.
결정문은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으며, 백현동은 '피의자가 관여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고, 대북송금은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는 증거인멸 가능성 여부가 가장 중요한데요. 대북송금과 관련해선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도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상식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이원석 검찰총장은 27일 "법원의 결정과 검찰 간의 견해 차이가 상당해 보인다"면서 "사법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결정문의 어떤 부분이 이상한지 들여 다 보도록 하죠.
①위증교사와 증거인멸 없음 충돌=위증교사가 소명됐다고 명시했으면서도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는 부분이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법원 스스로 위증교사 혐의가 상당히 소명된다고 인정했고, 그렇다면 사실상 증거인멸의 전례가 있었는데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형용모순이죠. 부장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이 내용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모순적인 결론을 가진 기각 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②정당 대표는 증거인멸 없다=이 대표가 정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은 그야말로 황당합니다. 정당 대표라는 사실이 영장 기각 사유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치적 판단의 냄새를 풍깁니다. 정당의 대표라든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증거인멸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인데요. 일반 국민이라면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어 구속시킨다는 얘기나 다름없죠.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각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결정한 것처럼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며 "누가 보더라도 제1야당의 당 대표라는 이유로 전혀 다른 잣대와 기준으로 구속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③이 대표 개입 의심하나 안 하나=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아리송합니다. 피의자의 관여를 상당히 의심한다고 하면서도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적시했죠. 백현동 개발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참여가 배제된 데 대해 이 대표의 관여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직접 지시한 증거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부지의 용도가 4단계나 상향 조정됐고 결국 민간업자에 1300억 원대의 이익이 돌아갔는데 이걸 지자체 수장이 모른다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④이화영 진술 이현령비현령?=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놓고 범죄 소명과 증거 인멸 염려에 대해 서로 다르게 판단했어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이화영 진술에 대해 (법원이) 범죄 소명 부분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근거로 봤다"면서 "그런데 증거인멸 염려 부분에 갔을 때는 임의성이 인정되고, 그것의 신빙성 여부는 법정에서 다투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겠지만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결정문을 보면 처음부터 영장 기각을 염두에 두고 꿰어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서는 영장담당 판사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어느 정도 인지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음은 법원이 공개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결정문 전문입니다.
① 혐의 소명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공사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② 증거인멸의 염려에 관하여 본다.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 물적 자료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의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인 점,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및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하여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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