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이민자 급증에 둘로 갈라진 美... 민주당 내분 조짐도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급증문제가 내년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몰려드는 망명 신청으로 미국 뉴욕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뉴욕시는 몰려드는 이민자를 수용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지게 됐고,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와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주민의 불만도 증폭하는 분위기다. 최근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선 이민자를 태운 버스를 막기 위해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민 10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24일 뉴욕 맨해튼 대학교 기숙사 건물 앞에서 망명 신청자를 위한 임시숙소 제공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최근 맨해튼대가 부동산 업체에 매각한 이 기숙사 건물이 망명 신청자 숙소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00명에 가까운 지역주민과 이민 반대 활동가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은 망명 신청자보다 노숙자 등 미국 시민을 위한 시설이 먼저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정된 예산이 미국인이 아닌 망명 신청자에게 사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뉴욕시는 83개의 침실이 있는 이 건물에 대한 임대료로 부동산 업체에 매년 240만 달러(약 32억 원)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다. 침실 1개를 빌리는데 매달 약 2400달러(약 320만 원)를 내는 셈이다.
이날 이민자 반대 시위 현장 인근에서는 망명 신청자를 위한 숙소 제공에 찬성하는 맞불 시위도 열렸다. 이들은 자신들을 향해 고함을 치는 반대 시위대를 향해 “뉴욕은 이민자들의 도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민자 급증 문제가 내년 미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민자에 대해 포용적인 입장을 보였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 남부 텍사스주(州) 엘패소의 오스카 리서 시장(민주당)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엘패소가 (이민자 유입으로)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6주 전까지만 해도 엘패소로 넘어오는 이민자는 하루 350~400명 정도였으나 최근엔 하루 2000명 이상으로 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노숙자 쉼터에 이민자를 임시로 수용하고 있지만 수용 가능 인원이 4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엘패소로 몰려드는 이민자는 대부분 베네수엘라 출신이다. 이들은 버스와 화물열차를 타고 멕시코를 통과해 텍사스의 엘패소, 이글패스나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등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다. 특히 바이든 정부가 베네수엘라 출신에게 특별 취업 비자 역할을 하는 ‘임시보호신분(TPS)’을 부여해주면서 이민자는 더욱 빠르게 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오스카 리서 엘패소 시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엘패소가 (이민자 유입으로) 한계점에 다다랐다”며 같은 당 소속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좋은 파트너였지만 미국의 전반적인 이민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패소 시당국은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이민자를 민주당 소속 시장이 이끌고 있는 대도시인 뉴욕·시카고·덴버 등으로 보내기 위해 버스 5대를 임차해 운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민자 수송’은 텍사스, 플로리다 등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써왔던 방법인데, 민주당 소속 시장마저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
리서 시장은 이와 관련해 “이민자는 엘패소로 온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온 것이다. 이민자 본인들이 선택한 도시로 자발적으로 가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민자 문제가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악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4월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 응답자의 27%만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찬성했다. 여기에 오는 1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불법 이민자를 즉시 추방토록 한 ‘42호’ 정책 종료를 앞두고 3만6000명 이상이 미국 입국을 위해 국경선에 몰려들면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0일 군인 1500명을 남부국경에 배치키로 하는 등 불법 이민자 유입 막기에 나섰다. 기존 주 방위군 2500명을 더하면 모두 4000명의 병력이 미·멕시코 국경을 따라 전개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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