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으로 무단이탈 ‘1명’…강원 홍천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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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많이 이탈하지 않냐고요? 글쎄요. 우리 지역에선 딴나라 얘기처럼 들리네요."
본격 수확철을 맞아 계절근로자가 무단으로 이탈할까 다른 지역 농가들이 전전긍긍하는 상황과는 딴판이다.
지난해 홍천엔 외국인 계절근로자 545명이 입국했지만 단 1명의 무단이탈 없이 모두 근무 기간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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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면접 통해 농업 경험 확인
언어소통 도우미 배치도 호평 일색
전국 최초로 긴급의료비 예산 편성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많이 이탈하지 않냐고요? 글쎄요. 우리 지역에선 딴나라 얘기처럼 들리네요."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에서 23.1㏊(7만평) 규모로 인삼 농사를 짓는 허문상씨(52·자운리)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4명 고용해 농사를 지으면서도 아무 걱정이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본격 수확철을 맞아 계절근로자가 무단으로 이탈할까 다른 지역 농가들이 전전긍긍하는 상황과는 딴판이다. 계절근로자들과 함께 인삼을 캐던 허씨의 이마에선 연신 굵은 땀방울이 흘렀지만 목소리에는 기운이 넘쳤다.
강원 홍천군(군수 신영재)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운영이 전국에서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홍천엔 외국인 계절근로자 545명이 입국했지만 단 1명의 무단이탈 없이 모두 근무 기간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강원도 전체 입국자 3132명 중 618명(19.7%)이 무단이탈한 것과 비교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지난해 계절근로자(1만2027명) 중 1151명(9.5%)이 이탈한 바 있다.
올해는 홍천지역 입국자 926명 중 무단이탈자가 1명 발생해 이탈률 0.1%를 기록 중이다.
홍천군의 성공 요인으로는 우선 ‘믿을만한 사람 뽑기'가 꼽힌다. 선발할 때부터 무단이탈하지 않을 만한 계절근로자를 들여오는 것이다. 홍천군은 2009년 필리핀 산후안시와 우호교류협정을 맺은 데 이어 2017년엔 계절근로자 도입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군은 협약을 기반으로 지역에 거주 중인 결혼이주자의 본국 가족을 주로 초청한다. 이는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할 여지를 차단해 무단이탈 방지에 효과적이다.
계절근로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꼼꼼한 면접도 거치는데 이때 농업 경험이 있는 자를 우선시한다. 또 군은 올해 3월 산후안시 시청에 ‘홍천-산후안 세종학당’을 개원해 계절근로자들이 미리 기본적인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언어소통 도우미를 촘촘히 배치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제시됐다. 홍천군은 2017년부터 농장주와 근로자 간 언어 장벽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결혼이주자를 도우미로 활용한다. 민원이 발생하면 운전자, 농가 소통 담당, 근로자 소통 담당이 3인 1개조로 신속 출동해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점을 모색한다. 권상경 홍천군 농촌인력지원팀장은 “이들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우며 서로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전국에서 최초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위한 긴급의료비를 예산에 편성한 것을 들 수 있다. 타국에서 온 계절근로자가 입국 초기 달라진 기후·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등 위급한 상황이 생길 것에 대비해 군은 올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긴급의료비를 지원한다. 이는 계절근로자의 과다한 의료비 발생 부담을 막아 농사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 무단이탈을 막는 데도 한몫한다.
성과를 바탕으로 홍천군은 이달 초 열린 ‘2023년 강원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실에 천군만마 같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란 주제로 발표해 장려상을 받았다. 신영재 군수는 “앞으로도 계절근로자들이 홍천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건강히 근무한 뒤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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