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작의 시대

소민호 2023. 9.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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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판을 보면 이곳저곳 조작이 숱하게 발견된다.

그 조작질에 놀아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복'이 아닌가 싶을 때마저 있다.

그 발표 내용대로라면 이전 정권의 핵심 수뇌부들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착각을 국민에게 주입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조작에 가담했다.

현실을 반영하는 통계를 정책에 참고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정답이나 해결책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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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소민호 기자] 세상 돌아가는 판을 보면 이곳저곳 조작이 숱하게 발견된다. 그 조작질에 놀아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복'이 아닌가 싶을 때마저 있다.

노름판이 대표적이겠지만 조작은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휴대폰 문자부터 주식시장이나 예술작품 등 어느 특정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작사기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부산물이겠으나, 경제 발전과 기술 축적에 따라 그 종류와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듯 하다.

주택 분야에서도 서민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아넣는 전세사기가 대표적인데, 몇년간 지속돼온 조작 문제가 이른바 부동산 통계와 관련된 사안이다.

부동산 통계를 정권 차원에서 조작했다며 얼마전 감사원이 종합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발표 내용대로라면 이전 정권의 핵심 수뇌부들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착각을 국민에게 주입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조작에 가담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가 통계 작성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는 요약 문장에서, 감사원의 서슬 퍼런 자세가 엿보인다.

그 압박으로 인해 부동산원은 주택가격 주간변동률 보고를 주중치와 속보치, 확정치 등으로 1주일에 세 번씩이나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통계 담당자들을 주3회씩이나 귀찮게 보고하도록 한 것도 모자라 통계 작성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전 정권 관련자들은 통계수치 조작 등의 감사원 발표 내용 자체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감사원 발표가 조작됐음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맞서고 있다. 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그렇다면, 왜 이전 정권은 부동산 가격을 그리 심각하고 밀도있게 들여다봤을까. 부동산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고, 자산가치가 크기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주간 단위 가격변동 통계를 세번씩이나 보고를 받을 정도로 위중한 분야였을까.

사실 여러 부동산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면 주간 단위로 시세 변동을 집계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들이 많다. 주간 변동률 0.01%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더더욱이 시세의 표본이라는 것이 극히 적기도 하다. 1000채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표본이 손가락 안에 꼽히고, 그 중 한 채의 집주인 호가가 올라가면 상승으로 표시되는 통계치가 시장 전체의 흐름이나 정책 결정에 큰 함의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통계치를 1주일에 3회씩이나 보고를 받아야겠다고 이전 정권의 수뇌부가 마음먹은 것은 그야말로 지나친 집착 아니었을까.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이 장삼이사들에게는 평생 몇번 되지 않는 행위이니, 자주 많은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을 폈더라면 어땠을까. 글로벌 유동성 과잉에 따른 과도한 집값 상승, 그리고 그로 인한 서민들의 설움을 씻어내기 위한 차원이라 해석하더라도 말이다.

이제 다시 부동산시장은 변곡점을 맞은 모양새다. 매매와 전세 모두 상승세로 전환된 후 분양 물량마저 줄어들면서 향후 공급부족 사태가 예견된다는 분석들이 많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공급량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전략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시그널을 주는 것은 정책 당국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만 과도한 집착을 했음에도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은 막지 못한 채 통계 수치로 인한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졌던 전철을 밟지는 말기를 바란다. 현실을 반영하는 통계를 정책에 참고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정답이나 해결책을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말도 있다.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벤저민 디즈레일리)

/소민호 기자(sm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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