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전상비약 도입 10년, 의료공백 보완했을까?
명절 등 약국이 문을 닫았을 때 ‘응급구급함’ 역할을 하는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안전상비약)’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약국 영업 외 시간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농촌처럼 의료기관의 수가 부족한 의료공백지역에서 수요가 높다.
다만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의약품을 구입하고 복약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는 주장 등 제도에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은 의료공백, 특히 약국공백을 보완했을까?

명절 연휴 매출↑…판매 품목은 시행 당시 ‘그대로’
안전상비약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심야 시간대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시작됐다.
28일 기준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안전상비약은 ▲해열진통제 5종(타이레놀‧부루펜시럽 등) ▲종합감기약 2종(판콜에이·판피린) ▲소화제 4종(베아제 2종·훼스탈 2종) ▲붙이는 소염진통제(파스) 2종(신신파스·제일쿨파프)으로 구성된 13개 품목이다.
안전상비약에 대한 시민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올해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96.8%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답했으며, 68.8%가 ‘안전상비약을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휴일이나 심야시간에 급하게 약이 필요해서’라고 밝혔다.
실제로 편의점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추석이나 설 등 명절 연휴에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가 평소보다 4~5배가량 증가하며, 매년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휴 기간이 길수록 판매량 증가폭이 컸다.
연휴기간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국민 편의를 위해 판매 품목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농촌 등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는 기초의료 서비스를 보완하는 역할로도 활용되고 있기 때문.
앞선 인식조사에서도 편의점 안전상비약 구입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62.1%는 ‘품목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지사제‧화상연고‧속쓰림완화제 등 질환군을 확대하고 기존의 해열진통제와 감기약도 품목을 추가하자는 응답이 나왔다.
2012년 개정된 약사법에서는 안전상비약을 20개 품목 이내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안전상비약 판매 품목은 시행 당시 보건복지부가 13개 품목을 지정한 후 10년째 제자리다.

약물 오남용 우려 VS 국민 편의성 고려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약사단체 관계자는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의약품’인 만큼 국민의 편리성 만을 고려해 품목을 확대하면 의약품 오남용 위험성을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약사회 차원에서도 공공심야약국을 늘리는 게 국민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의약품을 구입하고 복약하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는 것.
공공심야약국은 2022년 7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 지원으로 시범운영이 시작됐으며, 시간당 3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해 새벽 1시까지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제도다. 올해 3월 공공심야약국 법제화를 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2024년 4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약국 영업외 시간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 의료공백지역의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해 시작된 안전상비약 제도를 공공심야약국이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공심야약국 운영시간이 새벽 1시까지기 때문에 약국 영업 재개 시간인 오전 9시까지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공공심야약국에 참여하는 약국 수가 너무 적어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3년 6월 기준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은 전국 184곳이다. 심지어 강원 지역은 도 전체에 5곳, 충북도 도내 4곳에 그친다.
이주열 교수는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주민들은 어느 곳에 공공심야약국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라며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전국 편의점은 약 4만8000곳이기 때문에 정부가 ‘추가예산’을 쓰지 않고도 약국의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10년 넘게 운영된 제도인 만큼, 안전상비약 취급품목 확대와 관리체계가 정비된다면 국민들의 편익 향상과 더불어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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