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물질’은 중력을 거스르지 않는다...SF 영감 준 ‘반중력’ 설자리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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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 과학자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물질과 전기적 성질이 정반대인 '반(反)물질'이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직후에 물질과 함께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반물질이 뉴턴의 사과처럼 지구를 향해 떨어질 것인지, '반(反)중력'에 의해 떠오를 것인지 궁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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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물질,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것처럼 중력에 반응
미국과 영국 과학자를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물질과 전기적 성질이 정반대인 ‘반(反)물질’이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직후에 물질과 함께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반물질이 뉴턴의 사과처럼 지구를 향해 떨어질 것인지, ‘반(反)중력’에 의해 떠오를 것인지 궁금해했다. 이번 연구로 반중력을 주장하는 측에 제동을 걸게 되면서 90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유럽 코크로프트연구소 등 11개국 연구진은 27일(현지 시각) 수소의 반물질인 반수소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낙하하는 현상을 직접 관측했다고 밝혔다.
반물질은 우리 몸 주위에 있는 물질과 쌍을 이루는 쌍둥이다. 전기적인 성질 등이 물질과 정반대의 특성을 가진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막대한 빛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서로 소멸한다. 댄 브라운의 소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 바티칸 궁전을 폭파하기 위해 ‘반물질’이 사용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 암을 판독하는 양전자단층촬영(PET)에서 사용된다. 몸에 반물질을 방출하는 방사성 물질을 넣고 반물질이 쌍소멸하는 흔적을 추적하는 방법이다.
반물질은 1928년 영국 물리학자 폴 디락이 존재를 처음 예언했다. 이어 1932년 미국 물리학자 칼 앤더슨이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를 처음 발견하며 존재를 입증했다. 과학자들은 물질과 반물질에 대한 중력 영향에 대해 논쟁을 이어왔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중력 효과를 설명한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든 1915년 반물질은 아직 미지의 존재였다. 물질과 만나면 바로 소멸하는 반물질의 성질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는 반물질도 사과처럼 지구를 향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왔다. 반면 일부 과학자들은 오히려 떠오르는 ‘반중력’이 작용한다고 믿기도 했다.
연구진도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반(反)사과’가 낙하할지, 다시 떠오를지 알아보기 위해 검증 작업에 들어갔다. 연구진은 CERN에 설치된’AD-5′라고도 알려진 반수소 레이저 물리학 장치(ALPHA)를 이용해 수소의 반물질 ‘반수소’로 실험을 진행했다. 반물질인 ‘반수소’를 만든 후 이를 떨어뜨려 봄으로써 지구와 반물질 사이에 얼마나 인력이 작용하는지 측정하는 실험 장치다.
수소는 양전기를 띤 ‘양성자’와 음전기를 띤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반수소는 음전기의 ‘반양성자’와 플러스 ‘양전자’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반수소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한 번에 약 100개씩, 진공 상태의 지름 4.4cm, 길이 25.6cm의 수직의 원통에 가뒀다. 이 원통 위와 아래로 자기장을 흘려 ‘뚜껑’을 만들었다. 자기장을 약하게 하면 뚜껑이 조금씩 열리면서 반수소가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새어 나오는 원리다.
바깥으로 새어 나온 반수소는 물질인 원통의 벽에 부딪히면 소멸하면서 에너지가 나온다. 이를 정밀하게 감지해 반수소의 수를 세는 식으로 100회 정도 반복했다. 연구진은 그 결과 약 80%의 반수소가 아래쪽에서 소멸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반수소가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것을 처음으로 직접 관찰해 일각에서 주장하는 반중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중력은 미국의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에서 모티브로 되어 왔고 다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SF 작품에 등장해왔다. 지금도 방영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도라에몽’의 주인공 머리에서 나오는 비밀도구인 대나무 헬리콥터의 비행 원리도 반중력이라는 설정이 나올 정도다.
일각에선 이번 연구가 반중력에서 작품 아이디어를 얻어온 작가들에겐 충격적인 발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을 자극해 매력적인 작품을 낳는 원천이던 ‘반중력’의 존재가 부정되면서 향후 SF 작품의 구상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7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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