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포용으로 ‘내로남불 정치’ 극복할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 다음날인 28일 당무에 복귀했다. 그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사무부총장으로부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상황 보고를 들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파 의원들을 향해 해당 행위자라고 규정한 당 지도부에 대해선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 당원 청원 시스템인 국민응답센터에는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해당행위 5인 이상민, 김종민, 이원욱, 설훈, 조응천에 대한 징계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지도부 응답 기준인 5만명을 넘겼다.
이 대표의 선택적 침묵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부터 논란이 됐다. 이 대표는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이르는 말)이라 칭하며 ‘살생부’를 작성한 강성 지지자들에 대해 ‘분열을 선동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힌 적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녹색병원에 병문안을 왔을 때 “문재인 출당”을 외친 강성 지지자들에겐 바로 경고 메시지를 낸 것과 대조된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복귀 첫 메시지가 통합의 길일지, 숙청의 길일지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가 가결파 의원들을 포용한다면 통합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대국민 선언했으면서 정작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고 호소했다는 내로남불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의 모습도 일부 극복할 수 있다. 반면 이 대표가 색출 움직임에 침묵하거나 동조한다면 당은 헤어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 정부 모두 잊지 말고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 친명계 의원은 “정치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두고 “당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해석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체포동의안 가결이 이 대표를 구속시키라는 의미가 아니라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을 극복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27일 SBS 라디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했고, 죄도 없고 그러니 더 이상 민주당을 방탄 정당 이미지로 만들지 말고 떳떳하게 가서 조사(영장실질심사)를 받아라. 그게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떻게 하면 통합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인데 오히려 분열을 획책하는 단어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응천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방탄에 대해서는 조금 몸이 가벼워졌다”며 “뺄셈의 정치보다는 통합의 정치로 가야 된다. 팬덤정당을 끊어내야 된다”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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