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김덕훈, 처형위기서 살아남다
‘김덕훈은 무사할까?’ 지난달 통일부 안팎과 북한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았던 물음이 한 달 만에 해소됐다. 조직문제(인사문제)가 논의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보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바로 옆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형’될 줄 알았던 북한 총리
8월 22일, 북한 노동신문에는 김정은의 분노를 담은 기사가 1면부터 도배되다시피 했다. 장마 때 제방 붕괴 사고가 난 평안남도 안석간석지 건설 종합기업소 현지지도를 한 김 위원장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물에 잠긴 간석지에 간부들을 끌고 직접 들어갔다. 피해를 복구하라고 군대까지 보내줬는데 책임자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내각 총리, 내각 부총리, 연유 은닉혐의까지 더한 간석지건설국장에게 비난과 질책을 퍼붓다시피 했다. “정치적 미숙아들, 지적저능아들, 인민의 생명재산안전을 외면하는 관료배들, 책무 앞에 불성실한 자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당 조직지도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 중앙검찰소가 공동으로 문제자를 색출해 당적, 법적으로 단단히 문책하고 엄격히 처벌하라고 명령”했다. 간석지건설국장은 출당문제도 심의하라고 했다. 신문은 간석지건설국, 국가건설감독성, 평안남도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남포시국토환경보호관리국, 남포시건설감독국에 대한 집중검열사업이 시작된다고 알렸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부터 조선중앙통신은 ‘김덕훈 내각 총리가 ○○국가 축전을 받았다’는 등 정상 집무 중인 걸로 추정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북·러정상회담때는 러시아로 떠나는 김 위원장을 제일 먼저 배웅하고 마중했다. 김 위원장은 김덕훈 총리에게 나라를 맡겨두고 떠나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이 북한 매체에 실렸다. 그런 가운데 9월 26, 2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직문제(인사)가 안건으로 오른다고 예고됐고 김덕훈 거취가 결정될지 관심이 쏠렸다.
28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최고인민회의 조직문제 논의 결과 보도에서는 김덕훈 안건은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에서 김덕훈 총리는 김정은 위원장 왼쪽,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분석은 다양하다. 먼저 외부 시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례에 비추어 8월 보도를 분석하면, 여러 기관의 합동조사가 시작된다는 부분에서 어마어마한 ‘피의 숙청을’ 예고한 것”이라며 “내각 총리를 다섯번 지목하고 ‘당적, 법적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한다는 용어로 미뤄 보면 김덕훈을 처형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례에 비춰서는 충분히 여러 명을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건데, 김정은에겐 고모부 장성택, 형 김정남을 죽인 전력으로 광폭한 이미지가 씌워져 있다”며 “공개적인 대규모 숙청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식량 문제가 심각하고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제기된다. 조 연구위원은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이 조사에 불려가면서 죽은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김덕훈의 경우는 대체할 인물이 없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북한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올해 식량 문제 해결이 워낙 급하니 내각을 쥐어짜서 연말까지 목표달성을 하는 것이 일단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2001년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2003년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을 거쳐 2003년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 2011년 12월 자강도 인민위원회 위원장, 2014년 4월 내각 부총리에 올랐다. 2019년 12월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부장이 됐고, 2019년 4월 내각 부총리 유임 후 2020년 내각 총리에 올랐다.
한 탈북민은 “공장 지배인은 북한에서 낮지는 않지만, ‘흙수저’가 내각 총리까지 가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충성심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정부소식통은 “공장, 기업소가 우리가 생각하듯이 규모가 큰 것이 아니다”라며 “말단에서 출발한 인물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포에 있는 대한전기공장지배인 출신으로 배경이 좋은 출신은 아닌데, 아마도 실력과 충성심으로 아마 이 자리에 올라와 있지 않은가 추정한다”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차질을 받거나 실패해도 그럴(처형할) 여유가 없지 않을까, 김덕훈을 대신할 대안이 없는 게 아닌가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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