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정수정 "나는 늘, 다시 신인" [인터뷰]

우다빈 2023. 9. 2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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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수정, 영화 '거미집' 인터뷰
송강호·임수정·오정세에게 배운 점
"칸에서 박수 받던 순간, 울컥했죠"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수정은 본지와 만나 영화 '거미집'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른손이엔에이 제공

배우 정수정이 여전히 초심으로 작품에 임하는 중이다. 드라마 '볼수록 애교만점'으로 연기를 시작한 정수정은 어느덧 13년차 연기자다. 그럼에도 늘 떨리는 마음으로 현장에 임한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수정은 본지와 만나 영화 '거미집'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극중 정수정은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아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날 정수정은 관객들을 만나기 전 떨리는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드디어 개봉하는구나,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촬영할 때도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얼른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개봉 전 2번이나 작품을 봤기 때문에 남다른 설렘으로 개봉을 기다렸다. 여기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냈다는 자부심도 한몫했다. 그는 "작품을 보면서 다행히 제가 민폐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개봉 후가 너무 궁금했다"고 말했다.

정수정이 '거미집'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컸기 때문이란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에다가 영화 속 영화를 찍는 배우라는 이색적인 설정도 그를 매료시켰다. 대본을 두고 정수정은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욕심이 날 시나리오였다. 어떤 부분이 됐든 참여를 하고 싶었다"면서도 "확정되었을 때 불안감을 느꼈다. 울컥하기도 했다. 저는 매 작품마다 처음 하는 느낌을 받는다. 늘 긴장이 된다. 늘 마인드컨트롤이 있어야 한다. '에라 모르겠다, 해버리자'라는 마음이다. 후회 없이 하자는 것이 저의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순간을 회상하며 "칸에서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길지만 짧은 순간이었다. 언제 끝나지 싶으면서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순간에 박수를 같이 받고 있네. 울컥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수정은 본지와 만나 영화 '거미집'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른손이엔에이 제공

극중 한유림은 드라마를 병행하면서 영화를 찍는 설정마저 정수정과 흡사했다. 정수정은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묻자 "유림은 애 같고 철딱서니 없는데 할 일은 다 한다. 저 역시 그런 부분이 있다. 목표를 잘 해내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고전 영화 '하녀'를 참고했지만 특유의 대사 소화는 어려운 숙제였다. 당시를 두고 정수정은 "감독님의 디렉팅 이후 인터뷰, 영상들을 참고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70년대의 과장된 액션과 호흡이 있다. 연습과 리허설을 계속 하다 보니 감이 잡혔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착장만 입어도 그 톤으로 나오더라. 오히려 현대 말투를 하는 게 이상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등 진심으로 인물을 대하는 선배 연기자들과의 케미스트리도 큰 도움이 됐다. 대선배들과 함께 하는 경험은 정수정이라는 배우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수정이 이번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앙상블'이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굳은 유대감을 토대로 다양한 색채의 연기자들이 현장을 화목하게 만들었다. "선배들 연기하는 모든 장면을 감탄하면서 봤어요. 나는 저렇게 못 할 것 같은데, 언제 저렇게 하지 싶었죠. 송강호 선배님의 애드리브나 순간 순간 나오는 코믹함, 포인트를 봤을 때 모두가 함께 웃었기도 했어요. 그런 힘, 에너지를 배우고 싶었죠."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수정은 본지와 만나 영화 '거미집'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거미집' 스틸컷

이처럼 배울 것이 넘치는 현장에서 정수정은 임수정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오정세의 아이디어와 재치를 배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수정은 "오정세 오빠는 아이디어 뱅크다. 애드리브도 너무 차지고 재밌다. 감탄하면서 어떻게 받아쳐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있다. 현장에서 '나를 당황하게 하지 말라'고 할 때도 있었다"고 언급하며 웃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정수정에게 큰 벅참을 가져다주었다. 긴 시간 촬영하면서 자신 역시 이들과 함께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강한 자부심의 원천이 됐다. 그러면서도 정수정은 "항상 새로운 작품에 새로운 캐릭터다. 나는 또 새로운 사람이 된다. 그런 의미의 '늘 다시 신인'이다. 많은 경험에서 노하우는 터득했지만 그래도 백지가 되는 느낌"이라고 겸손한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애비규환' '새콤달콤' 그리고 '거미집'까지 각기 다른 톤과 색채를 가진 이야기를 고르는 정수정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에 정수정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 대본을 읽었을 때 첫 느낌을 우선시해요. 직감, '촉'이 있어요. '애비규환'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이미지 변신을 노렸냐고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 대본이 너무 좋았거든요. '거미집' 또한 김지운 감독에 송강호 선배님이잖아요. 작게나마 참여하고 싶었던 것도 있는데 제목부터 좋았어요. 해야 하는 이유로 가득 찼습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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