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아빠’ 구본길 대기록 세웠다...AG 6번째 金, 한국 최다 타이

구본길(34)이 개인 통산 6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구본길과 오상욱(27), 김정환(40), 김준호(29)가 나선 한국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중국을 45대33으로 물리치고 3대회 연속 정상에 섰다.
지난 25일 개인전에서 오상욱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구본길은 이날 단체전 우승으로 아시안게임 6번째 금메달(2010 광저우 개인, 2014 인천 개인·단체, 2018 자카르타-팔렘방 개인·단체, 2022 항저우 단체)을 거머쥐며 박태환(수영)과 서정균(승마), 양창훈(양궁), 남현희(펜싱), 류서연(볼링)과 함께 최다 금메달 기록 보유자가 됐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구본길은 대회 이후로 개인전 성적을 내지 못하며 슬럼프에 시달렸다. 부진을 이어가다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정상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함께 일군 원우영 코치는 “구본길의 강점은 특유의 유연함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상대 예상보다 더 깊게 찌르는 것”이라며 “한동안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길래 네가 잘하는 동작을 해야 다른 것도 잘 할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구본길이 다행히 자신의 ‘공격 본능’을 되찾으며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지난 3월 부다페스트 월드컵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항저우 대회에 대한 기대를 높여왔다.

구본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제공하는 심리 상담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도쿄올림픽 금메달 등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생각도 많아졌는데 상담을 받으면서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눈앞에 주어진 목표에 집중하는 평정심을 얻었다”며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못 따더라도 이미 펜싱 선수로는 큰 업적을 이룬 만큼 나 자신을 더욱 믿는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구본길은 “항저우가 내 마지막 아시안게임은 아니다. 나고야(2026년 아시안게임 개최지)까지 달려가겠다”며 “경쟁력이 있는데 나이가 들었다고 무책임하게 은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이 마흔에 여전히 국가대표이자 금메달을 합작한 팀 동료 김정환이 그에겐 울타리이자 지표가 되어준다.
구본길은 “베테랑들이 할 수 있는 한 팀에서 중심을 잡고 버티고 있고, 후배들이 저희와 경쟁을 통해 성장하면서 사브르 대표팀은 더욱 강해졌다”고 했다. 내년 파리 올림픽에도 도전장을 던진 그는 7번째 금메달을 위해 다음 아시안게임 출전권도 따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사브르 종목은 몸으로 두는 체스라고 할 만큼 수싸움이 중요하다”며 “경험이 쌓일수록 원숙한 기량을 뽐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태어난 아들이 구본길이 은퇴를 떠올리지 않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구본길은 지난 3월 이탈리아 월드컵을 마친 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태어난 아들에게 ‘우주’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세계를 정복한 아빠보다 더 큰 사람이 되라는 의미다. 구본길은 “우주가 커서 아빠가 펜싱 선수라는 것을 인지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는 검을 놓지 않을 생각”이라며 “우주에게 상대를 제압하는 멋진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주도 아빠처럼 펜싱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떨까. 구본길은 “우주가 펜싱 선수로 자라나 정말 잘한다고 해도 웬만해선 아빠의 업적을 넘을 순 없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답했다. “아빠와 평생 비교를 당하느니 차라리 다른 운동을 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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