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19년간 걸어온 연기 인생 [HI★인터뷰]

우다빈 2023. 9. 28.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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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디즈니플러스 '무빙' 인터뷰
19년의 연기 인생 속 모토는?
과거 이준익 감독에게 고백한 속내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류승룡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 류승룡이 육해공 액션부터 절절한 멜로, 뭉클한 감동까지 한 작품에 모든 것을 선보였다. '무빙'은 류승룡의 연기 집합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쏟아냈고 이에 화답하듯 대중은 '무빙'에 큰 호응을 보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류승룡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류승룡은 극중 무한 재생 능력을 가진 장주원으로 분해 장희수(고윤정)와 애틋한 부녀 연기를 소화했다. 또 강렬한 액션부터 투박하지만 가슴 먹먹한 로맨스, 모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가족애까지 다양한 면면을 모두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깊이 있는 연기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의 변화를 켜켜이 쌓아가며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날 류승룡은 마지막 회를 극장에서 다 같이 시사했다면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보게 돼 너무 감사했다"면서 감격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많은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지만 작품의 흥망을 점치는 것은 그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류승룡은 "흥행을 가늠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요즘에는 빨리빨리, 짧은 이야기를 선호한다. 클래식하고 진중한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까, 지루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다. 시리즈물 '토지'처럼 느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우려에도 시청자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공개되는 '무빙'을 기꺼이 즐겼다. 각 인물마다 갖고 있는 서사와 매력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작품에 스며들었고 배우들과 제작진이 담은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류승룡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에게 '무빙'은 유독 특별하다. 이유를 묻자 "클래식하게 던지는 이야기다. mz세대는 이해 못 할 거야 라고 하지만 오히려 더 좋아했다. 세대 간의 '브릿지'를 했다. 가교 역할을 해 굉장히 보람이 있다"면서 "20대부터 지금 현재를 그려내야 했다. 긴 호흡이 좋았다. 얼마나 내 안의 모습이 있냐. 희로애락, 생로병사가 있다.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긴 호흡 안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이냐. 훌륭한 작품을 보고 또 참여했다. 공부하고 경험을 쌓았는데 '무빙'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20대의 연기까지 소화하는 관록을 과시했다. 이를 두고 "제 실제의 20대가 더 노안이어서 이해를 해주시더라. 살도 많이 뺐다. 교복을 안 입어서 다행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인성 차태현 등과 달리 류승룡은 직접 액션을 소화하면서 '아날로그'식으로 임했다. 수도 없이 칼에 찔리고 피를 뒤집어쓰면서 '무빙'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액션이 훌륭한 작품이 너무 많아요. '무빙'은 잔인함의 전시가 아니라 사연이 다 있어요. 그런 점이 너무 좋았어요. 두 아빠가 아이를 구한다는 내용에 전율이 왔습니다. 하는 입장에서도 뿌듯하게 액션을 할 수 있었어요."

특히 가족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100대 1로 싸우는 회차가 공개됐을 때 두 아들이 자신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고 밝힌 류승룡은 "우리 아이들이 중3, 고3인데 펑펑 울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각기 다른 배경과 시대에서 액션이 펼쳐지는 만큼 '무빙'의 현장은 안전에 주안점을 뒀다. 류승룡 역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스트레칭 등 철저히 준비했다.

류승룡은 박인제 감독의 '킹덤' 인연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대본을 받은 후 장주원을 인간적이고 치유의 능력이 있지만 상처를 받고 아픔을 느끼는 인물로 분석했고 선한 위로와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전달했다.

또 부부로 연기한 곽선영에 대해서 "곽선영이 아니고서는 어떤 배우도 떠오르지 않는다. 대안을 제시할 법도 한데 곽선영에게 일정을 맞췄다. 장주원의 이름을 처음 부르는 인물이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나의 빛이자 사는 이유가 돼 줬다. 희수와 지희를 처음 만날 때 꽃을 선물했다. 꽃 선물이 요즘은 참 좋다"고 전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부녀 호흡으로 만난 고윤정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류승룡은 "아들이 둘이라서 딸에 대한 로망이 있다. 고윤정 배우가 진짜 딸처럼 '아부지'라고 부른다. 너무 고맙다. 딸은 이런 느낌이겠구나. 속 깊은 딸"이라면서 "그의 활약이 뿌듯하다. 고윤정 뿐만 아니라 강훈 정하 모두 앞날이 기대되는 배우다. 고윤정은 워낙 준비된 배우다. '무빙'으로 더 많이 사랑받게 됐다"면서 후배 연기자들을 칭찬했다. 류승룡은 현장에서 후배들을 동료로서 대했고 편안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부녀, 또 직장 동료, 부부의 연기가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류승룡은 본지와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러면서 류승룡은 '용두용미'라는 평가에 대한 만족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류승룡은 "저 역시 안도가 됐다. 떡밥 회수가 돼 해피엔딩을 한다. 뒷이야기가 열린 결말처럼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제작진이 끝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시즌2 이야기는 들은 바는 없다. 간절히 원하고 있다. 원작이 있다. 늙어가는 부모들은 다음 세대가 지켜주는 '브릿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번개맨이나 프랭크가 새롭게 등장한 것처럼 저 역시 기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극한직업' 이후 여러 작품에서 치킨을 소재로 다루면서 류승룡은 치킨의 아이콘이 됐다. 류승룡의 치킨 유니버스를 두고 "한계협회 홍보대사가 됐으면 좋겠다. 닭은 작품과 가장 맞닿은 소재다. 치킨도 우리에게 항상 위안을 준다"고 유쾌한 입담을 펼쳤다.

'7번방의 선물'과 '극한직업' 등 여러 작품에서 임팩트 강한 캐릭터를 맡았고 인생 캐릭터라는 수식어를 꾸준히 경신했다. 이러한 호칭을 두고 류승룡은 감사하면서도 때론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과거 이준익 감독에게 캐릭터를 소모한다는 이야기를 토로한 적이 있어요. 당시 이준익 감독님은 문경에서 저와 함께 걸으시면서 '땅을 깊게 파면 손가락은 아프지만 깨끗한 물이 나와'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말씀이 제 연기 인생의 모토가 됐어요. 모든 작품에 한계를 두지 말고 해보자는 마음, 그렇게 '무빙'을 접근했습니다. 장주원에게 프랭크와 무장 공비, 거인처럼 다음 챕터가 있듯 제 인생도 그렇죠. 다음에 어떤 캐릭터가 나와도 벽에 부딪혀보려고 합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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