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넘어 하루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 높아진다”
분(分) 단위로 행동 추적한 ‘건강한’ 영국 60대 남녀의 7년 뒤 치매 확률 조사 결과
60세 이상으로, 집이나 직장에서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은 10시간 미만인 사람에 비해 치매(dementiaㆍ인지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으며, 10시간이 넘는 경우엔 정기적으로 운동해도 치매를 줄이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의사협회저널(JAMA)의 최신호에 이 같은 논문을 게재한 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레이츨린 교수팀은 이 논문에서 “10시간 앉아 있는 생활의 악영향이 워낙 커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더라도 하루 10시간 앉아 있으면 치매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60세 이상 남녀 4만9841명을 대상으로,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과 수년 뒤 이들의 치매 발병률 사이의 상관(相關) 관계를 조사했다. 이전에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 병과 치매 관련 여러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는 더러 있었다. 그러나 이는 조사 대상자가 기억하는 ‘앉아 있는 시간’에 기초한 것이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이 추적한 근 5만 명은 UK 바이오뱅크에 등록할 당시에 1주일 이상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행동추적기를 손목에 착용해 하루 중 행동을 분 간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는 이들로서, 등록 당시에 치매에 걸리지 않은 60세 이상이었다.
연구진이 평균(median) 6.72년 뒤에 추적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7.19세였고, 여성이 54.7%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이들 60세 이상 조사 대상자가 분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었는지, 또는 앉아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앉아 있는 시간’은 잠자지 않고 누워 있거나, TVㆍ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승용차를 타고 있는 등 모든 형태의 앉아 있는 시간을 합산했다. 그리고 약 7년 뒤에, 이들이 치매 질환 진단을 받거나, 치매를 앓고 사망한 경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약 5만 명 중에서 414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앉아 있는 시간의 평균(median)이 10시간인 사람은 9.27시간인 사람에 비해 8% 더 치매에 걸렸다. 앉아 있는 시간이 12시간이면 63% 더 높았다. 즉,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평균 9.27시간인 60세 이상에서는 1000명 당 연간 7.49명 꼴로 치매에 걸렸는데, 10시간이면 이 숫자가 8.06명으로, 12시간이면 12명으로 늘어났다.
놀랍게도, 연구진은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운동을 하더라도 치매에 걸리는 확률에선 별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USC의 데이비드 레이츨린 교수는 “오래 앉아 있는 생활 패턴이 인지ㆍ기억 능력 쇠퇴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이런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이 운동한다고 치매 확률을 낮출 수는 없다는 얘기”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또 일단 10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도중에 잠시 걷거나 짧게 휴식을 취하며 움직이더라도 치매 확률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60세 이상 조사 대상자가 하루 중에 의자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높은 책상 앞에 서서 일하는 경우와 치매 발생의 상관 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행동 추적기로는 앉아 있는 것과 가만히 서 있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 분명히 ‘앉아 있는’ 행동이 아닌 책상 앞에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행동이 뇌의 위험성을 줄이는지는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레이츨린 교수는 “하루 9.5시간 앉아 있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늘지 않았다”며 “자신이 얼마나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지를 정확히 측정해서, 10시간이 넘으면 더 움직이고 화상회의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평균적인 미국인의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은 9.5시간이라고 한다.
또 일의 성격 상 계속 컴퓨터를 봐야 한다면, 전화할 때 움직인다든지, 산책으로 미팅 방식을 바꾸고, 사무실에서 배달 음식을 먹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 상관 관계만 보여줄 뿐, 왜 앉아 있는 행위가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지는 증명하지 못했다.
레이츨린 교수는 “TV 앞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과자류로 끼니를 때우면, 뇌에 산소와 에너지 공급이 저하되고 뇌의 혈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추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결론은 “덜 앉아 있고, 더 움직여라(sit less, move mor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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