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연기력이 가렸다" 사제복부터 죄수복까지 어울리는 강동원의 얼굴들 [TEN피플]

이하늘 2023. 9.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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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배우'라는 수식어 잘 어울리는 강동원
잔상처럼 남은 '늑대의 유혹' 속 우산 신
능청스럽고 코믹스러운 연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영화 '늑대의 유혹' 스틸컷. /사진=쇼박스



왠지 모르게 이 배우만 등장하면, 벚꽃이 만개해 휘날리는 것만 같고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다. '꽃미남 배우'라는 타이틀에 전혀 이질감이 없는 배우 강동원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늘 리즈를 갱신하고 있다. '검은 사제들'(2015)의 사제복부터, '검사외전'(2016)의 죄수복까지 안 어울리는 것이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2003년 MBC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로 데뷔한 강동원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외모를 자랑한다. 특히 영화 '늑대의 유혹'(2004)에서 정한경(이청아)의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강동원의 싱그러운 미소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특유의 소년미 낭랑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의 활력소가 되어주는 강동원은 외모 후광에 가려져 연기력이 다소 낮게 평가된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스틸컷. /사진제공=CJ ENM



흔히 미장센(mise-en-scéne)이라는 개념 안에서 배우의 신체와 얼굴은 영화를 구성하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관객들이 스크린 위에 상영되는 영화를 볼 때, 먼저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도 프레임 속 배우의 얼굴이다. 대사가 없어도 배우의 얼굴을 보면서 캐릭터의 감정에 함께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동원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미장센이다.

어쩌면 강동원이 유독 오컬트나 판타지 장르에 유독 잘 어울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테다. 27일 개봉한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감독 김성식)에서 강동원은 귀신을 믿지 않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 역을 맡았다. 기존 원작 웹툰 속 '천박사'가 까칠하게 자라난 수염에 피곤함에 찌든 중년 아저씨 모습이었다면, '천박사 퇴마 연구소'의 천박사는 사기꾼 기질이 폴폴 풍기는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강동원만의 '천박사'를 만들어냈다. 강동원의 잊혀지지 않는 얼굴들, 어떤 작품에서 봤을까.

◆ 영화 '전우치'(2009) 감독 최동훈

영화 '전우치' 스틸컷. /사진=CJ ENM



500년 전 조선시대와 2009년 서울로 넘어가는 판타지 영화 '전우치'(감독 최동훈)에서 강동원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 호기심 많은 망나니 전우치를 연기했다. '전우치'는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가자 천관대사(백윤식)과 화담(김윤석)이 요괴를 봉인하고, 와중에 전우치가 임금을 농락하는 소동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극 중에서 전우치가 맘껏 활개를 치듯 강동원도 물 만난 고기처럼 스크린 안에서 거침없이 활보한다. 강동원 아닌 전우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궁중에서 벌어지는 행사에서 왕을 약 올리며 흥얼거리는 '궁중악사' 신은 '전우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다. 강동원은 왕에게 "도사는 무엇이냐.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하늘에 비를 내리고. 땅을 접고.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두르는"이라며 랩처럼 쏟아내며 자신의 도술 실력을 뽐낸다. 강동원이 표현해낸 전우치는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부조리한 세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굳은 심지를 지닌 캐릭터로 그는 인생 연기를 펼쳤다.

◆ 영화 '의형제'(2010) 감독 장훈

영화 '의형제' 스틸컷. /사진=㈜쇼박스



영화 '의형제'(감독 장훈)에서 강동원은 남한에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 송지원 역을 맡아 국정원 대공팀 팀장 이한규 역의 송강호와 남다른 브로맨스 케미를 보여준다. 강동원이 맡은 송지원은 철두철미하게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현장에 있는 아이만큼은 살리려고 하는 따스한 인간미가 엿보이는 캐릭터다.

국정원에서 잘린 한규(송강호)는 6년 뒤, 본인의 적성을 살려 흥신소를 차리고, 송지원과 조우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함께 흥신소 일을 하게 된다. 의도치 않게 한규와 지원은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되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들면서 서로의 삶에 조금씩 스며드는 '의형제' 같은 면모를 뽐낸다. 강동원은 임무를 수행할 때,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가끔씩 보여주는 인간적인 면모로 '의형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남과 북의 이념 차를 넘어서 송강호와 감정적 교류를 하는 장면들은 후반부에 도달하며 눈물짓는 포인트로 자리 잡는다. 북에 있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던 지원 캐릭터가 풍부한 감정을 느끼며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강동원은 섬세하게 표현했다.

◆ 영화 '검은 사제들'(2015) 감독 장재현

영화 '검은 사제들' 스틸컷. /사진=CJ 엔터테인먼트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던 엑소시즘(영화 '엑소시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단어, 퇴마나 구마)에 가톨릭이라는 설정을 더했다.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보조 사제 최준호 역을 맡았으며, 가톨릭 신부 김범신(김윤석)을 따라 구마의식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뺑소니 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박소담)의 구마 의식을 위해서 어둠 속 경건하게 의식을 준비하는 두 사제의 모습은 단숨에 몰입감을 높인다. 강동원은 짙은 어둠 사이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하며 라틴어로 노래를 부르는 결연함을 보여준다. "니가 불리우는 이름이 무엇이냐"라고 되물으며, 악귀에 씐 소녀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견뎌내는 강동원은 보조 사제로서의 느끼는 두려움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영화의 초반부 강동원은 라틴어, 프랑스어에 능통해야 하며,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춰야 하는 보조사제의 능력과는 정반대된 뺀질거린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각성한 듯 자신이 맡은 임무가 소명을 최선을 다하려는 책임감을 보여주며 김윤석을 보조하는 든든한 사제가 된다.

◆ 영화 '검사외전'(2016) 감독 이일형

영화 '검사외전' 스틸컷. /사진=㈜쇼박스



'붐바스틱' 음악에 맞춰서 기다란 기럭지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강동원의 선거운동 장면으로도 유명한 '검사외전'은 짜릿한 복수극을 담고 있다. '검사외전'은 성질을 죽이지 못하는 다혈질 검사 재욱(황정민)이 극동리조트 피의자를 과격하게 심문하던 중, 의도치 않게 피의자가 사망하면서 15년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는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 재욱은 재심을 신청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재욱은 극동 리조트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전과 10범 사기꾼 치원(강동원)을 만나게 되고, 힘을 모으게 된다. 강동원이 맡은 치원은 돈이나 물질 앞에서 소신 따위는 없는 속물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돕는 의리 캐릭터다. 진지하게 복수를 계획하는 재욱 앞에서 세상 걱정 없는 순수함과 능청스러움을 보여준다. 사람 좋은 미소로 검사를 사칭하고, 눈앞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순발력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강동원은 자신의 얼굴을 무기로 사용해서 다소 방정 맞아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배우 강동원 하면, 능청스럽다거나 꽃미남이라는 수식들이 따라붙는다. 물론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양, 잘 소화해내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비슷한 캐릭터나 장르가 아닌 새로운 얼굴의 강동원을 보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강동원을 대체할 배우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강동원에게 새로운 미장센을 기대하고픈 마음이다. 어쩌면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에서 그 모습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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