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놈만 산다..'천박사'vs'1947 보스톤'vs'거미집' 추석 빅매치 [Oh!쎈 이슈]
[OSEN=하수정 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추석 덕담이 극장가에서도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최소 6일 추석 황금연휴가 확정되면서 극장가도 모처럼 들떠있지만, 그 기대감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관객들의 영화 소비 패턴이 확 바뀌었고, OTT의 급부상과 티켓값 상승 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흥행작을 찾는 것보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을 찾는 게 더 쉬워졌다. 올해 제작비 전액을 회수하고 수익을 기록한 한국영화는 천만 '범죄도시3'를 비롯해 저예산 '옥수역귀신', 텐트폴 '밀수', 공포영화 '잠'까지 4편 뿐이다. 여름영화 텐트폴 빅4 중에서는 '밀수' 밖에 없었던 것.
이번 추석 시즌에도 한국영화 빅3가 동시 출격한다. 9월 27일 같은 날 개봉한 가운데, 초반 우위와 입소문을 선점하지 못하면 불리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 작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순 제작비: 113억 원, 손익분기점: 약 250만 명)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제공배급 CJ ENM, 제작 ㈜외유내강, 공동제작 세미콜론 스튜디오·CJ ENM STUDIOS)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4년 네이버웹툰에 연재돼 큰 인기를 끈 '빙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강동원을 중심으로 허준호, 이솜, 이동휘, 김종수, 박소이 등이 열연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이 부담없이 볼 수 있는 12세 이상 관람가 오락영화다. '팝콘 무비'라고 봐도 된다.
퇴마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스틸이나 예고편 등에서 오컬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판타지 액션에 가깝다. 무엇보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의 조감독 출신 김성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봉준호·박찬욱 키즈가 내놓은 상업 오락영화가 강동원과 만나 어떻게 완성됐는지 궁금하다면 영화관을 가보는 것도 좋다.
# '거미집'(순 제작비: 96억 원, 손익분기점: 200만 명)
'거미집' (감독 김지운, 제공 ㈜바른손,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앤솔로지 스튜디오, 공동제작 바른손 스튜디오·㈜루스이소니도스)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송강호와 그를 페르소나 이상으로 꼽는 김지운 감독이 5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거미집'은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성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다만 온 가족이 즐기는 추석 영화라고 봤을 때, 상업성 면에서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천박사'가 98분, '1947 보스톤'이 108분인 것에 비해 '거미집'의 러닝타임은 132분. 2시간 10분을 넘긴다. 요즘 호흡이 긴 작품을 견디지 못하는 젊은 관객들한테 불리할 지도 모른다.
# '1947 보스톤'(총 제작비: 210억 원, 손익분기점: 450만 명)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미시간벤쳐캐피탈㈜·㈜콘텐츠지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콘텐츠지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빅픽쳐)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다.
추석 빅3 중 유일하게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며, 하정우, 임시완, 배성우 등이 출연했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만든 강제규 감독이 '장수상회' 이후 8년 만에 연출한 신작이다. 하정우가 일제 강점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로 분해 열연했고, 임시완이 손기정의 제자 서윤복을 연기했다.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인 배성우가 음주운전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강제규 감독은 "배성우가 연기한 실존 인물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을 정도로 편집해서 예의를 갖췄다"고 밝힌 바 있다.
역사가 감동 스토리 그 자체라서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와 함께 봐도 좋을만한 휴먼 드라마다. 그러나 역사가 스포인 탓에 결말이 예상된다는 것도 장점이자 단점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