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기술’과 한국 ‘산업생산’의 결합, 한미동맹의 완성”

권경성 2023. 9. 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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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워싱턴서 강연
“중국 대신 미국과 ‘보완적 관계’ 맺어야”
토론서 “곤경 빠진 중국 위험해” 경고도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27일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미국의 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산업생산 능력을 결합해 한미동맹을 완성시키자는 제언이 나왔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서다. 안보 동맹을 넘어 상호 보완적 첨단 산업 파트너로 한미 관계가 진전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중 경쟁 속 한미동맹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정 이사장은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초청으로 8월부터 워싱턴에 머물며 특별초빙연구원 자격으로 미중 관계의 미래와 한국의 전략 방향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정 이사장이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의 새 정체성이다. 그는 “한국이 지난 40년간 중국과 보완적 산업 관계를 즐겼지만 이제부터는 미국과의 보완적 산업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은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의 확대는 안보 동맹을 넘는 한미동맹이 완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새 핵심 주제로 ‘보완성’을 꼽았다. “미국의 첨단 과학기술 역량과 한국의 산업 제조 역량은 가장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이라며 “한국의 산업 기술력과 생산성 높은 제조업 생태계, 대량생산 능력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전략에 필수 요소가 되리라는 것은 워싱턴 전문가들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보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정 이사장은 “북한 억제를 위한 핵 균형 확립이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협력을 고려할 때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다수의 한국인은 자체 핵 무기 프로그램이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맺은 것과 유사한 핵 공유 프로그램, 일본·독일 모델의 ‘무기화하지 않은 무기체계’ 등을 통해 신뢰할 만한 핵 억제 능력을 갖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국익의 균형’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게 정 이사장의 조언이다. 그는 “중국과의 수출 및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미국의 정책에 한국이 참여한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안보 문제에만 몰두하는 대신 동맹의 지경학(지리적 특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학문)적 측면에서 유연성과 실용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에 신호를” vs “북한 위협 우선”… 대만 개입 논란

27일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의 강연에 이어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한미동맹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껄끄러운 존재다. 이날 강연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미중 대립이 첨예해지며 과거 암묵적으로 인정했던 미국의 동북아 안정자 역할을 중국이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게 됐고 역내 패권 야심 노출도 노골화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저성장, 부동산 침체, 청년 실업난, 외교·국방부장(장관)의 잇단 낙마 등 최근 동시다발로 불거진 중국의 국내 문제를 한미동맹의 악재로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국내 문제는 역시 커져 가는 중국의 지정학(정치 현상과 지리적 조건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적 야심만큼 한미동맹 입장에서 문제적”이라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모욕하거나 공격하는 행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더 민감하고 맹렬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본·중국 3국 간 협의 틀을 짜는 것은 괜찮은 중국 관리 방안이라는 게 김 연구원 의견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경제적으로도 관계가 깊다”며 “미국이 바라는 대(對)중국 관계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한국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절반 가까이가 대만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미중 대치는 역내 모두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끼칠 것”이라며 “대만 해협의 평화·안정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미국만큼 강하다는 외교적 신호를 베이징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태미 오버비 알브라이트스톤브릿지그룹(ASG) 수석 고문도 “한일 둘 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데다 그게 대만 해협을 통해 온다”며 “문제가 생기면 자동 연루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한국 입장에서 한미일 동맹의 핵심 존재 목적은 한국 방어”라며 “한국은 북한의 잠재적 위협을 최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평화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가 원칙 간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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