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오정세 "이유 있는 다작, 대표작 없는 배우가 꿈"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2023. 9.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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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배우 오정세가 21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엔에이 2023.09.21 /사진=이동훈
매번 다른 얼굴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오정세가 영화 '거미집'으로 돌아왔다. '열일'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대표작이 없는 배우가 꿈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배우 오정세가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

이날 오정세는 "'거미집' 대본을 검토하고 너무 좋았다. 보통 배우가 꽂히는 포인트가 있는데 저는 호세라는 캐릭터에 꽂히지는 않았다. 그냥 이 놀이터에 꽂혔던 것 같다"며 "이 대본과 감독님, 나와 같이 놀 배우들이 저를 끌어당겼던 것 같다. 그들과 같이 한 공간에서 놀고, 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미집' 대본이 들어와서 만나긴 했지만, 저는 긴 여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오디션을 봤지만 오디션을 봤지만 떨어져서 못 만났고, '우아한 세계'의 단역으로 출연해서 송강호 선배님을 만났지만 편집됐고, '하울링' 오디션도 떨어져서 못 만났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를 만나게 돼서 시작부터 기쁨과 설렘이 있었다"고 전했다.

송강호에 대해서는 "최 국장(장광 분)이 들어와서 감독(송강호 분)이 도망가는 신이 있는데 송강호 선배님이 계속 전력 질주하시더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큰 울림이 있었다. 큰 감정신이 아니기 때문에 시선만 움직이거나 스태프들이 도와주셔도 되는데 계속 뛰시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송강호 선배님도 연기를 너무 잘하시지만, 그 안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다. 고민하시기도 하고, (캐릭터를) 다시 찾아가려는 과정을 옆에서 보면 그것도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10여년 전 송강호와 함께 연기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밝혔던 오정세는 "꿈을 이뤘다.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은 배우를 꿈꿨을 때부터 로망이었던 분들이다. 최민식 선배님은 아직 작품은 못했는데 팬클럽 모임 때 한 번 뵀다. 처음으로 팬분들과 자리를 가졌던 자리였는데 제가 단역을 할 때 그 모임의 구석에서 구경하다 왔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미집' 현장에 대해 영화적인 낭만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그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작은 것들에 대한 울림이 있었다. 김지운 감독님도 단역 배우들 한 명 한 명 다 신경 쓰시는 느낌이었다. 촬영하면서 단역 배우들이 너무 안 나왔다 싶으면 자리 배치도 다시 하시고, 모두가 한 마디씩 할 수 있게끔 신경 쓰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배우 오정세가 21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엔에이 2023.09.21 /사진=이동훈
오정세는 '거미집'의 남자 주인공 강호세 역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았다. 그는 톱스타의 허세와 그 뒤에 숨겨진 사랑 때문에 번민하는 순수함은 예상외의 순간에 웃음을 안긴다. 오정세는 극 중 한유림(정수정 분)과 러브라인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면서 "베드신도 감정적인 부분은 없었다. 호세가 혼자만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미집'에서는 김열 감독이 걸작을 만드는 여정 속에 여러 사람이 걸림돌이 되는데 호세 또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인물이다. 어떤 걸림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설정만 보면 두 사람을 사랑하는 바람피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미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비호감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지, 그게 이 작품에 맞는지 고민했는데 그렇게 가는 것보다는 지금의 호세처럼 가는 게 작품의 결에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만 중간에 좀 혼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거창한 게 아니라 소소하게 혼나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기에 감독님께 제안한 장면이 있고, 그게 잘 구현된 것 같다. 저에게는 짧지만 진한 신이었다"면서 "마지막에는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찰나에 뉘우침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전했다.

또한 '거미집' 속 오정세는 70년대 배우 말투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그는 "그 연기를 준비하면서 어떤 클립 영상을 봤는데 진심으로 하지만, '발연기'처럼 보이더라. 지금 시각으로 봤을 때는 연기를 못하는 듯 보이는데도 사랑스럽더라"라며 "그래서 호세도 연기를 못하는 사람이면 어떨까 생각해서 처음에는 연기를 못하는 설정으로도 가봤다. 그게 사랑스럽고 매력 있지만, 영화를 찍는 데는 방해가 되는 설정으로 연습을 했는데 제가 클립 영상에서 봤던 날것의 발연기가 아니더라. 그걸 못 뛰어넘겠고, 전체 톤으로 봤을 때도 잘 안 맞았다"고 설명했다.

오정세는 "이 안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연기 톤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시대의 말투나 호흡을 참고했던 것 같다. 반 박자 빠른 호흡들과 '아이쿠', '저런저런' 등 의성어의 문자화를 잘 구현하려고 했다"며 "70년대 연기가 처음에는 과장된 가짜 연기 같았는데 계속 연습하고 고민하다 보니까 그 안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의 배우 오정세가 21일 진행된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엔에이 2023.09.21 /사진=이동훈
캐릭터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오정세는 늘 변함없는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사실 할 때마다 과정이 힘들다. 어떤 친구는 일찍 만나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늦게 만나기도 한다. 부족하고, 방법을 모르니까 이것저것 시도해보려고 한다"며 "예전에 단역 오디션을 보면 쪽대본을 받는다. 제가 희극적인 인물인지, 혹은 양아치인지, 한 신이 나오는지 열 신이 나오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한다. 근데 오디션에서 수백명, 수천명을 이기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물의 전사, 좋아하는 색깔, 혈액형, 고향까지 생각하는 거다. 그래도 성에 안 차면 주인공의 고향을 가보기도 한다. 오디션을 보는데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작업이지만, 그냥 저에게는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매번 정답은 못 찾지만 이런 시도, 저런 시도 해본 것 같다. 노크를 하면서 매번 다른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여러 방법을 찾아가며 브라운과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열일'을 이어가고 있는 오정세다. 그는 "저도 좋은 시나리오나 좋은 환경의 작품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근데 그런 작품은 3~5년에 한 번 오면 감사한 일이다. 저는 쉼을 즐길 수 있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뭐라도 하나 꽂히면 가는 거다. 캐릭터는 자신 없지만 작품이 너무 좋아서 참여하기도 하고,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 캐릭터가 너무 끌려서 하기도 한다. 두 개가 맞물리는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감독, 작가들이 많이 찾는 배우 오정세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는 긍정적인 사고다. 그런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잘 버티지 못했을 거다. 오디션을 볼 때도 처음에는 '왜 안 되지'라는 마음을 가졌다면, 어느 순간에는 '나를 떨어트렸어? 너희 손해야'라는 마음이 생기더라. 사실 그때도 떨어질 만한 이유가 충분했겠지만, 그런 마음가짐이 생기는 시점도 있었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표작이 없는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정세는 "저는 하나의 색깔로 규정지어서 누군가에게 각인 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 것 같다. 저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하나의 색깔, 하나의 인물이 없어졌으면 하는 욕망이 있다"며 "쌓아왔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감당할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 신선한 공기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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