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헝다, 홍콩 증시서 또 거래 중단…재개 한 달 만에

회장이 경찰 감시 아래 있다는 보도 이후 조처

막대한 빚더미에 시달리는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의 본사 건물. 선전/AP 연합뉴스

막대한 빚더미로 중국 전반의 부동산 위기를 촉발한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의 주식 거래가 28일 홍콩 증시에서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이날 헝다그룹과 이 그룹의 자회사인 헝다 신에너지차와 헝다 부동산 서비스의 주식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래 중단 조처는 헝다그룹의 해외 부채 재조정 작업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창업자인 쉬자인 회장이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쉬 회장이 경찰에 의해 모처에 구금된 채 감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 경제학자 게리 응은 “쉬 회장이 왜 경찰의 감시를 받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정부가 헝다그룹에 모종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이런 상황 진전은 이 기업의 구조조정 희망을 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천억달러(약 407조원) 이상의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는 헝다그룹은 최근 국외 부채 재조정을 위한 주주들의 승인을 얻으려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최근 헝다그룹이 중국 본토에서 조사를 받는 통에 신규 채권 발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분석가들은 국외 부채 재조정 차질에 따른 파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홍콩거래소의 헝다그룹 주식 거래 중단 조처는, 지난해 3월부터 17개월 동안 거래를 중단시켰다가 8월말 거래를 다시 허용한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주식 거래가 중단되기 전날인 27일 이 회사의 주가는 19%나 폭락했다. 8월말 거래 재개 이후 이날까지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81%나 줄었다.

헝다그룹의 위기는 중국 정부가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부동산 업계를 되살리기 위한 조처에 나서는 상황에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덴마크계 투자은행 삭소방크의 중국시장 전략가 레드먼드 웡은 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주택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중소 도시들은 여전히 막대한 주택 재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 탓에 “채무 불이행, 구조조정, 부실 개발업자의 파산 소식 등이 이어지고 증권 투자자와 은행의 손실, 투자자의 신뢰 상실 등을 부추길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