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하러 해외를 왜 가"…워크숍 아닌 '플레이숍' 쏘는 회사들

김태현 기자 2023. 9. 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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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Runway, 생존기간)가 정해져 있는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휴가는 사치다.

분기 성과를 공유하는 워크숍은 사무실에서 진행하고, 1년에 한번 해외로 떠나는 건 플레이숍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알라미를 만드는 구성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해외 플레이숍을 매년 시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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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푸껫에서 한가로이 플레이숍을 즐기고 있는 딜라이트룸 직원 /사진제공=딜라이트룸


'런웨이'(Runway, 생존기간)가 정해져 있는 스타트업 직원들에게 휴가는 사치다. 해외 여행은 고사하고 국내 여행도 쉽지 않다. 유니콘(시장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나 다름없다. 재직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로감은 더 쌓여만 간다.

팍팍한 근무 환경에서도 직원들에게 해외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 일하지 말고 완전히 놀자는 취지에서 행사 이름 역시 '워크숍'(Workshop) 대신 '플레이숍'(Playshop) 또는 '플레이위크'(Playweek)로 바꿨다. 통 큰 복지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살펴봤다.

글로벌 알람앱 '알라미'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의 임직원들은 1년에 한 번 해외로 간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는 연간 4번, 매분기마다 지난 분기의 성과와 다음 분기의 계획을 공유하는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설립 2년 뒤인 2015년부터는 연간 1번 해외 워크숍을 떠났다.

코로나19(COVID-19) 이전까지는 태국 푸껫에서 진행했고,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서울 시내 고급 호텔에서 진행했다. 코로나19가 완화된 지난해에는 제주도로 갔다.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딜라이트룸의 워크숍은 분기 성과를 공유하는 업무 연장의 목적이 강했다.

그랬던 워크숍의 성격은 2021년 달라졌다. 분기 성과를 공유하는 워크숍은 사무실에서 진행하고, 1년에 한번 해외로 떠나는 건 플레이숍으로 이름을 바꿨다. 다 같이 놀기만 하는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했다. '일할 땐 하고 놀 땐 놀면서 확실한 리프레시를 제공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딜라이트룸은 10월 초 사이판으로 2023년 플레이숍을 떠나 업무는 생각하지 않고 논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알라미를 만드는 구성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해외 플레이숍을 매년 시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태국 푸껫에서 진행한 딜라이트룸 플레이숍 /사진제공=딜라이트룸

게임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를 운영하는 쿡앱스 또한 해외로 워크숍을 가는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쿡앱스는 해외 워크숍의 이름을 '해외 플레이위크'라고 부른다. 2012년부터 인도네시아 세부, 태국 푸껫 등으로 떠났던 쿡앱스는 코로나19로 한동안 해외 플레이위크를 멈췄다.

2020년 이후 한동안 멈췄던 플레이위크는 지난 4월 몰디브로 가면서 재개했다. 쿡앱스 관계자는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재밌는 게임이 나온다는 철학으로 플레이위크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보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피앤피시큐어는 2012년부터 해외 워크숍을 시행하고 있다. 세부, 괌, 푸껫, 사이판 등 해외로 떠났던 피앤피시큐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시기였던 2020~2021년 잠시 멈췄던 해외 워크숍을 올해 4월 괌에서 재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의 특징은 그만한 실적과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딜라이트룸은 지금까지 투자를 받지 않고 성장한 스타트업이다. 2022년 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달성했다. 피앤피시큐어는 6000여곳의 고객사, 쿡앱스는 4억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고강도 야근을 뜻하는 '크런치모드'에 놓인 스타트업 특성상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을 지키긴 쉽지 않다"며 "임직원이 많은 대기업에서는 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복지를 제공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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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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