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협상 더 난항겪나…김정은, 핵무력 헌법화에 신냉전 재천명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북한이 핵무력 강화 정책을 헌법에 명기하고 '신냉전' 구도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협상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푸는 게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26∼2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나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담보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명기하는 문제를 채택했다.
기존 헌법 서문에 담긴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에서 더 나아가 무기 개발의 목표와 방향성을 비교적 상세하게 명문화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하고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공표한 데 이어 사실상 핵무력 발전정책을 영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핵무력 강화를 헌법에 반영해 국가가 추구할 방향으로 규정하면서 비핵화 문제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법적, 제도적 최고수위 법을 통해 핵무기 고도화의 '비타협성', '불가역성', '영구성' 등을 국내외에 강력하게 발신하려는 의도"라고 짚으며 "향후 비핵화 협상 불가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향후 세대나 정세가 바뀌어도 핵무기는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구상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신냉전' 구도를 언급하며 '반미연대'를 재차 구축하겠다고 천명한 것도 협상을 통한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전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고 주권국가들의 존립과 인민들의 생존권마저 엄중히 위협당하고 있는 현 상황은 모진 시련을 이겨내며 핵무력을 건설하고 그것을 불가역적인 국법으로 고착시킨 우리 공화국의 결단이 얼마나 천만 지당한가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신냉전 기류가 짙어진 현 국제정세를 들어 핵무력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북한에 유리한 국제정세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정은은 올해 새해를 앞두고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은 원론적으로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이지만, 핵개발 정책에만 열을 올리는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에 큰 관심이 없는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이 무단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두달여만에 일방적으로 추방한 데서도 드러난다.
지난 7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킹 이병의 신병 문제로 북미간 직접적인 대화의 물꼬가 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무색하게 북한은 조건 없이, 중국을 거치는 인계 방식으로 킹 이병을 풀어줬다.
특히 북한은 오랜 혈맹 중국에 더해 우크라이나전에서 미국 주도 서방과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달 중순 김정은이 팬데믹 기간 외교적 은둔 모드를 깨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푸틴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논의되는 등 향후 양국 교류는 한층 밀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아래 각자 진영이 선명해지는 동북아 질서는 한반도 주변국가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두고 협력하는 데 영향을 주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더 어려운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26일 발간한 '북한 '신냉전' 구조 활용구상에 대한 평가' 제하 보고서에서 "한국으로서는 북핵 위협 대처에 불가피한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병행해 북한에 이로운 방향으로 '신냉전' 구조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대외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한미일 간 안보협력 제고 수준에 조응해 한중, 한러 간 전략대화 수준과 빈도를 제고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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