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끌어준 고마운 친구…얘가 꼬셔서 야구했어요"[김민경의 비하인DOO]

[스포티비뉴스=이천, 김민경 기자] "나는 초등학교 때 축구를 좋아했는데, 이 친구가 꼬셔서 야구를 시작했죠."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태근(27)은 야구를 시작했던 꼬마 시절을 되돌아보며 친구 이덕현(27) 트레이너를 떠올렸다. 축구를 하고 싶었던 김태근을 꼬셔서 야구 배트를 들게 한 인물이다. 그때의 선택으로 김태근은 지금까지 프로야구선수로 생활하고 있으니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친구인 셈이다.
이덕현 트레이너는 김태근과 끝까지 야구선수로 함께하진 못했다. 둘은 건대부중 시절까지 함께 야구를 했는데, 이 트레이너는 3학년이 되기 전에 선수 생활을 포기했다. 선수의 꿈을 접은 뒤로는 공부에 매진했고, 대학교는 스포츠재활학과에 진학해 트레이너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올해 두산 2군 트레이너로 취직해 김태근과 다시 함께 뛰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두 친구는 각자 다른 길을 열심히 걸었을 뿐인데, 운명처럼 또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태근은 "친구가 나보다 훨씬 야구를 잘했는데, 중학교 때 그만뒀다. 친구가 꼬셔서 야구를 했는데 나만 남았다. 친구는 그 뒤로 트레이너의 길을 걸었고 우연히 두산에 들어왔더라. 나도 놀랐다. 제일 친한 친구가 왔으니까"라고 이야기하며 웃었다.
이 트레이너가 김태근만 두고 도망(?)간 이유가 있었다. 그는 "(김)태근이가 나 때문에 야구를 같이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동네에서 야구를 같이 하는 무리 4명이 있었다. 태근이는 축구를 좋아했는데, 다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태근이를 데려갔다"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중학교 때까지 같이 야구를 하다가 나는 3학년 넘어갈 때 그만뒀다. 정말 힘들었다. 그때는 사춘기라 야구 자체는 재미있는데, 강압적인 분위기가 나한테는 안 맞는 것 같았다. 야구를 더 하면 힘들겠다 싶어서 나 혼자 도망갔다. 그래서 태근이 부모님께서 뭐라 하시기도 했다(웃음). 나만 도망가고 태근이는 고생하고 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트레이너가 야구공과 방망이를 내려놓고, 펜을 든 뒤로도 둘의 우정은 변치 않고 이어졌다. 김태근이 묵묵히 뚜벅뚜벅 꿈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했다.

이 트레이너는 "태근이가 대단해 보인다. 나는 그만둘 때도 야구 선수를 계속한다고 생각하면 깜깜했다. 태근이를 보면서 나는 잘 그만뒀다고 생각했다. 태근이는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 참고 하더라"며 친구지만 존경스러운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야구가 힘들어 도망쳤지만, 트레이너의 길을 선택한 것도 결국은 야구가 좋아서였다. 친구 김태근과 함께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 트레이너는 "야구를 그만두고 바로 공부를 시작해서 대학에 가려는데, 또 막상 좋아하는 게 야구밖에 없더라. 그럼 야구와 관련이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트레이너로 방향을 잡고 스포츠재활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면서 태근이랑 서로 도움을 줬다. 태근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부상이 많아서 부상 관련된 것들을 물어보면, 나는 공부해서 찾아보고 태근이에게 알려주는 그런 것들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태근이 지난해 7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을 받으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도 옆에 친구 이덕현이 있었다. 김태근은 부상 당시를 떠올리며 "이대로 끝나는구나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다"고 고백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뚜벅뚜벅 야구선수의 길을 걷던 김태근이 가장 크게 흔들린 순간이었는데, 이때 이 트레이너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태근은 "내가 다쳤을 때 (이)덕현이는 아직 두산 트레이너가 아니었다. 그때 내가 걸어다니질 못하니까 덕현이가 와서 휠체어를 끌고 산책을 시켜주고, 여행도 데려가고 그랬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트레이너는 "나만 그랬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들 다 같이 태근이가 다쳤을 때 집에서 못 움직이고 있으니까 휠체어를 끌고 데리고 나와서 바람도 쐬게 하고 그랬다. 그때는 내가 재활 센터에서 일할 때라 태근이가 센터에 오면 쉬는 날에도 운동을 봐줬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태근이가 처음 (아킬레스건을) 다쳤을 때 힘들어했던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그래도 친구가 금방 이겨내려고 하길래 나도 옆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해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트레이너는 김태근의 기분 전환을 위해 초등학교 친구 무리와 함께 코타키나발루 여행까지 계획해 다녀왔다. 그는 "여행도 거의 끌고 갔다. 태근이가 운동만 하고, 쉬는 날에는 그냥 쉬고, 비시즌에도 운동만 하고 어딜 다니질 않아서 여권이랑 돈만 달라고 해서 친구들이랑 끌고 갔다. 태근이는 그 여행 전날까지도 가기 싫다고 했다. 그런데 끌고 가니까 좋아하더라"고 설명하며 웃었다.
이어 "여행 갔을 때도 태근이가 혼자 운동하겠다고 튜빙 같은 것을 챙겨와서 첫날에 계속 운동을 하더라. 한약 챙겨와서 먹고 운동하고 그러길래 그런 걸 다 내려놓게 해주고 싶었다. 다음 날부터는 운동도 못하게 하고 놀았다"며 운동밖에 모르는 친구가 조금은 부담을 내려놨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

김태근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9년 두산에 입단해 올해까지 1군 43경기에 출전했다. 입단했을 때는 두산 외야진이 워낙 탄탄해 상무에서 군 문제부터 해결했고, 복귀해서는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올해 전반기까지 경기에 나서질 못했다. 올해는 백업으로 기회를 얻으면서 32경기에서 타율 0.216(37타수 8안타), 8득점을 기록했다.
이런 김태근에게 친구 이덕현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 트레이너는 "고생한 만큼 결실을 빨리 이뤘으면 좋겠다. 될락 말락 하는 상황이니까. 부상을 받았으면 좋겠고, 노력하는 거 아니까 잘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조금만 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너무 열심히 하니까 친구들이 자꾸 어디를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다. 운동 이외의 것도 많이 느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둘은 평소 같이 다니면 '쌍둥이냐, 형제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함께한 세월만큼 꼭 닮은 두 친구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 한다.
이 트레이너는 "태근이는 자라면서 계속 봤는데, 대단하다. 보기보다 더 성실한 사람이다. 그리고 엄청 고마운 친구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고민을 태근이에게는 다 이야기한다. 그런 걸로 의지가 많이 된다. 존경스러운 친구"라고 했고, 김태근은 "정말 닮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형제 같은 친구다. 가장 힘들 때 힘이 된 고마운 친구"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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