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美공화당 2차토론…"트럼프는 도널드 덕" "바이든 해고"(종합)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내년 대선에 나갈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미국 공화당의 2차 토론회가 27일(현지시간) 열렸다. 공화당 내 대선후보군 중 압도적인 격차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불참하면서 다소 김빠진 토론회가 계속 됐다.
2차 토론은 미 동부표준시 기준 오후 9시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폭스뉴스네트워크와 유니비전의 주관하에 열렸다.
앞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2차 토론회 자격을 얻은 후보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등 7명을 발표한 바 있다.
1차 토론에는 이들 외에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주지사도 참석했지만, 2차 토론에는 자격 요건 미달로 탈락했다. 2차 토론에 참석하려면 2개 전국 여론조사에서 최소 3%를 획득하고, 최소 5만명의 개인 기부자를 확보하는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날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두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에 집중했다. 특히 1차 토론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미미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2차 토론에선 수위가 센 비판을 이어갔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별명으로 '도널드 덕(Donald Duck)'이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AP통신은 선거 부정 문제로 트럼프와 결별한 크리스티가 토론에 불참한 공화당 선두주자에게 이 별명을 부여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카메라를 향해 트럼프를 의식한 듯 "당신이 (TV토론을)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신이 (토론회에)불참한 것은 이 무대에 서서 당신의 기록을 방어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여기서는 아무도 당신을 도널드 트럼프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도널드 덕'이라고 부를 것이다"라고 했다. 그 직후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도널드 덕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윙크하는 만화 이미지를 소셜미디어 트위터(현 'X')에 올렸다고 CNN이 전했다.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를 향해 일찌감치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를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을 받은 후 디샌티스가 이날 토론 초반부터 트럼프에 공격을 가했다고 AP가 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누가 전투에서 실종됐는지 아시는가? 도널드 트럼프가 전투에서 실종됐다"며 트럼프가 토론을 건너뛴 것에 대해 비난했다.
이 비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질문에 답하는 대신 "골프 클럽 벽 뒤에 숨어 있다"고 말한 크리스티의 비슷한 공격 직후에 나왔다.
AP는 "트럼프에 대한 디샌티스의 강타는 1차 토론에서 전직 대통령(트럼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의 피했던 플로리다 주지사(디샌티스)에게 확실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짚었다.
반면 기업가 출신 라마스와미는 이날 사회자로부터 '트럼프 포퓰리스트 프로테제(피후견인)'이라고 특징짓는 질문을 받자 "진정한 분열은 공화당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대다수의 미국인들과 민주당 사이에 있는 것이라며 공세의 초점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그는 "나는 인위적인 분열이 우리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 내 소수파가 분열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 내 소수파가 그 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분열"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다른 주자들은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놓고 중점적으로 비판하며 당내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펜스 전 부통령은 이날 밤 토론회에서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는 실패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맹비난했다.
펜스는 미국 자동차 노동자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노동자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바이드노믹스는 실패했다.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차 노동자들과 모든 미국 노동자들은 그것을 느끼고 있다. 가족들은 이 경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또 "바이든의 그린뉴딜 어젠다는 베이징에는 좋고 디트로이트에는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린 뉴딜을 재구축하고, 미국의 휘발유와 자동차 제조업을 묘지로 몰아넣고 있는 명령과 보조금을 없애야 한다"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과 함께할 것이며, 모든 미국인들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그들이 결정하는 대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대사를 지낸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주 초 미시간주에서 열린 자동차노조 피켓 시위에 합류한 것을 비난하고 그의 경제 정책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이날 토론에서 자동차 노조 파업에 관한 질문을 바이든 공격으로 돌렸다. 논쟁은 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지만 공화당은 바이든에 초점을 맞췄다고 AP가 전했다.
첫 번째로 질문을 받은 스콧 상원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켓 라인(picket line·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대열을 뜻함)에 있어서는 안 된다. 그는 남쪽 국경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 바이든이 해고되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내가 출마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 질문을 받은 라마스와미는 노동자들이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 앞에 가서 피켓시위를 해야 한다"며 "그곳은 정말로 시위가 필요한 곳이다"라고 했다.
다음으로 펜스 전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켓 라인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실업 라인에 속한다"고 일갈했다.
스콧 상원의원은 이날 공화당 토론회에서 야심 차게 높은 일자리 목표를 제시하며, 그의 정책이 1년 안에 1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5%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AP는 "이례적으로 규모가 크고 예상 밖의 고용일 것"이라면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경제가 팬데믹에서 회복되면서 7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러나 적자 지출과 인플레이션은 이러한 (일자리) 증가를 동반했다. 두 가지 모두 공화당 후보의 공격 지점이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대선주자 중 최연소 후보인 라마스와미는 "16세 이하라면 중독성 있는 소셜 미디어 제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10대들이 '중독성 있는 소셜 미디어'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전반적으로 러시아 침공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에 대한 논쟁은 거의 없었다. 공화당 후보자들은 우크라이나 자금 조달에 대한 입장을 지난 1차 토론회에서 피력하며 많은 논쟁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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