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형제자매 돕자"…아르메니아인 대탈출에 동포 지원 물결

이도연 2023. 9. 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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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 분쟁지에서 수일째 아르메니아계 5만명 이상이 탈출 행렬을 이어가면서 이들을 맞으려는 지원 물결이 쇄도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떠나온 동포를 도우려는 손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장악하자 '인종 청소 공포'에 휩싸인 현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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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무료 개방·소셜미디어로 집 제공
피란민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아제르바이잔 분쟁지에서 수일째 아르메니아계 5만명 이상이 탈출 행렬을 이어가면서 이들을 맞으려는 지원 물결이 쇄도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떠나온 동포를 도우려는 손길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일대를 장악하자 '인종 청소 공포'에 휩싸인 현지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르메니아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으로 5만명 이상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떠나 아르메니아로 입국했다.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 수는 12만명 정도였는데, 이중 40% 이상이 집을 버리고 본국인 아르메니아로 피란한 것이다.

국경 인근 아르메니아 도시 고리스에서는 당국이 시내 중심가의 영화관에 난민 지원 센터를 설치, 밀려드는 난민을 맞이하며 숙소 등 등록을 접수했다.

난민 수가 많아지자 일부 가족은 등록 절차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자 현지 호텔들은 난민들에게 객실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곧 객실이 모두 찼다고 BBC는 전했다.

정식 숙소를 찾을 때까지 고리스에 있는 학교를 난민들 숙소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고리스뿐 아니라 아르메니아 전역에서 소셜미디어에 난민들에게 숙소를 제공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리스 주 광장에는 난민들을 위한 음식 텐트와 구호 물품 등이 비치됐다. 제공되는 식량 중 일부는 지역 당국이 제공했고, 상당수는 기부된 것이었다.

이곳에서 과일을 자르고 커피를 나눠주는 10대 소녀 마리아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돕고 싶었다"며 "계속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라바흐 산맥을 넘어오는 난민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지자 아르메니아인들은 길가에 서 있다가 차창 너머로 무료 샌드위치와 음료를 건네주기도 했다.

아르메니아계 피란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보금자리를 버리고 피란길에 오른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라고 전했다.

가족과 함께 카라바흐를 떠난 스베타라는 한 60대 여성은 "울음이 그치지를 않는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남겨두고 왔다"며 "집 네 채, 모든 것을 두고 왔다"고 호소했다.

스베타 가족에게 누군가가 4시간 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아줬지만, 이미 거의 이틀을 꼬박 이동한 탓에 가족은 너무 지쳐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감동적인 사연은 전해졌다.

아르메니아로 피란 온 타마라는 3년전에 베풀었던 도움을 되돌려받았다. 그는 피란 전 나고르노-카라바흐 중심 도시인 스테파나케르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었다.

그는 지난 19일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 자치군 진지에 포격을 가했을 때 다친 자치군 병사들을 치료하기도 했다면서 "무서웠고 부상자가 많았다. 사람들이 실종자들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자치세력의 군대를 무장해제하되 현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타마라는 이를 믿지 않았고 아르메니아로의 피란을 결정했다.

가족과 함께 구소련제 작은 지프차에 짐을 싣고 국경을 넘을 때 타마라는 3년 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무력 충돌 당시 치료해줬던 젊은 아르메니아인 병사가 생각나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리스에 도착한 타마라 가족은 그 병사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고, 병사의 가족도 빚을 갚게 돼 행복해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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