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인공지능 '무인무기' 경쟁 가열...미국, 중국에 반도체 수출 금지한 이유 [한방이슈]
"우리는 전쟁 중이 아니다. 하지만 전쟁하는 것과 같은 긴급성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세계 최고 군사력을 갖춘 나라 미국 국방부 부장관 캐슬린 힉스의 발언에서 긴박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전쟁과 같은 긴급성이 필요하다" 선언한 분야, 바로 인공지능 AI를 기반으로 한 신무기 개발 때문입니다.
그 배경에는 미국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한방이슈'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미 국방부, 대규모 'AI 군대' 구축
9월 초 미 국방부는 대규모 AI 함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향후 2년 이내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드론과 자율 시스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내용입니다.
함대에만 그치는 게 아닌, '작고', 스마트, 저렴한' 수천 대의 공중, 지상, 해상 기반 인공지능 시스템을 생산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이미 인공지능 기반 군사 장비를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지역에서 감시 목적의 드론 등 감시 센서 네트워크인 '태스크포스 59'를 군사 활동 목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주된 목적은 규모와 기술에서 빠르게 팽창하는 중국군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중국의 신무기 확장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판단입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중국에 밀린다?
중국은 무인 자율 시스템 무기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규모와 기술에서 상당 부분 미국에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2022년 미 국방부 보고서에선 중국이 무인 자율 시스템 무기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또한 미국 자체 시뮬레이션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미-중 간 전면전 발생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더니 미국이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과 해안에 배치한 수천 기 이상의 대함 미사일과 대공 미사일 때문입니다.
상당 부분 AI를 활용한 자율 기반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는 것들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충돌에 대비해 인공섬을 포함해 중국 동·남 해안에 탄도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이 중에는 핵탄두를 장착한 둥펑-21D와 둥펑-26도 있습니다.
사거리 4,000km인 둥펑-26은 미군의 아시아 태평양 함대 기지가 있는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라고 불립니다.
여기에 미군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요격할 수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탄두가 미 항모나 이지스함 상공에서 터지면 컴퓨터와 통신장치가 모두 마비돼 최첨단 항모 기능이 상실됩니다.
중국은 미 항모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동중국 해안에 길이 2㎞인 초수평(OTH) 레이더를 설치했습니다.
여기에 항모 탐지와 미사일 유도를 도울 무인정찰기도 있습니다.
이런 중국의 첨단 무기 시스템 때문에 미국이 대만 침공에 맞대응할 경우 공중과 해상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입니다.
단순하게 풀어보면 사람 중심 미국 무기와 무인 시스템 중심 중국 무기가 맞대결 과정에서 군사 무기들이 파괴됐을 때, 어느 쪽의 인적·물적 피해가 클지 생각해 보면 결론은 명확해집니다.
미국이 스텔스 기능을 갖춰 '유령함대'로 불리는 무인함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초수평(OTH) 레이더 : Over The Horizon Radar, 지평선 너머 대상 탐지, 더 멀고·넓은 지역 탐지 가능, 국경 및 해안선 감시 방어에 활용.
AI를 지배하는 나라가 패권을 차지한다
"AI를 이용하는 나라가 다가오는 수년 동안 결정적인 이점을 가질 수 있다."
2020년 당시 미 국방장관인 마크 에스퍼는 이런 경고를 했습니다.
AI 분야를 석권하면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확신 있는 시진핑 주석은 AI 분야에서 중국을 전 세계 선두주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반대로 미국은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 목적으로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중국의 AI 기술 진보를 늦추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비 증강은 이미 우려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는 무인 무기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의 유력 연구기관들은 미 국방부가 대만해협과 다른 분쟁 지역에서 중국에 우위를 상실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습니다.
함정 기준 2020년, 중국은 미 해군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군 함정 수는 현재 약 355척, 2025년까지 420척, 2030년까지 460척까지 늘릴 것으로 관측된 반면 미국 해군 함정 수는 현재 약 300척, 2045년이 되어도 350척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은 양적인 면에선 중국에 열세지만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중국의 군사 무기 기술력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이런 자신감이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 육해공 전군 무인무기로 전환
미국은 육해공 전 분야에서 최첨단 무인 군사 장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태양열을 이용해 24시간, 365일 하늘에 떠 있는 감시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적들의 동향을 전송받고, 적의 표적이 탐지되면 무인 지상군 장비나 무인 해상 또는 항공 드론을 통해 적을 타격하고 교전합니다.
적군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우주 공간이나,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장비 역시 AI 기반 자율 시스템이 사용됩니다.
미국이 무인 무기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이유에는 중동과 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미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지역에 더 효율적 관리가 가능한 '지정학적 특징'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할 경우 중동과 유럽은 무인 시스템을 통해 안보 공백을 메울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인력과 물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국방 예산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인 시스템을 어느 분야에 어느 정도로 확장할지, 그리고 기존 인간 중심의 시스템과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용에 대해서는 미 국방부는 '리플리케이터' 계획, 무인 무기 개발에 필요한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기존 예산에서 조달할 예정지만 무인 무기 제조 업계에선 "수억 달러 예산으로는 중국과 다른 적들에 대한 억지력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응입니다.
기본 설계 단계만 2~3년, 본격적인 개발에 이은 실전 배치까지 포함하면 5~10년이 예상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불가피합니다.
일각에선 냉전 시대에 버금가는 군비 경쟁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용과 인적 자원의 효율성을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하면 무인 무기의 개발 효과는 확실합니다.
공군을 예로 들면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F-35의 대당 가격은 약 8천만 달러, 한화 1,063억 원입니다.
반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인 로봇 항공기의 대당 가격은 F-35의 3.75%인 3백만 달러, 39억 원에 불과합니다.
F-35 전투기 1대에 드는 비용이면 무인 전투기 27대 정도를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기술이 발달할수록 비용이 감소하는 특징까지 고려하면 무인 무기로의 전환은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 흐름으로 인식됩니다.
무인 전투기 1천~2천 대를 제작 예정인 미 공군의 계획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 군비 경쟁이 규모 중심의 하드웨어에 주력했다면, 지금은 무인 시스템 중심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무인 항공기는 공격 임무는 물론 정찰 감시, 보급 수송 등 다양한 역할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고 전투기로 사용할 경우 무리를 짓는 편대 비행도 가능하고, 인간 조종사의 윙맨(Wing man)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한 군사 작전이 가능합니다.
AI 무인기의 독립적인 작전 투입 시, 사람이 조종하는 전투기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지상 기반 미사일 목표물을 격추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 군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살인의 외주화', 윤리적 논란
다만, 컴퓨터 센서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도록 허용하는 것, 이른바 '살인의 외주화'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넘어야 할 산입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AI 무기가 실수를 했을 때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리아에서 미군의 재래식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기술 발전 영향으로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스카이넷'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치명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무인 무기 개발 경쟁에 있어 체계적, 윤리적,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시대를 지배한다
역사는 그 시대의 핵심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그 시대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산업혁명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구축했던 영국, 다양한 분야에서의 우위로 패권을 차지한 미국이 그랬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AI와 이를 통한 무인 무기 시스템이 핵심 기술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모습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 속에서, 국가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가치와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무인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야 할 중대한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역사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1938년, 인류는 처음 우라늄 원자 핵분열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1945년,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입니다.
불과 7년 사이 등장한 '대량살상 무기'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 있습니다.
핵분열은 오늘날 원자력 발전, 의료 분야, 우주과학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힘을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면 인류는 놀라운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획 : 김재형(jhkim03@ytn.co.kr)
제작 : 이형근(yihan3054@ytn.co.kr)
촬영 : 안용준(dragonjun@ytn.co.kr), 손민성(smis93@ytn.co.kr)
조명 : 제작기술부
참고기사 :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YTN 김재형 (jhkim03@ytn.co.kr)
YTN 이형근 (yihan305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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