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애 첫 주택' 자격 완화 약발 시들…한 달 만에 거래 급감

분양 사무소 방문객도 절반 줄어…"추가 부양책 기다리며 관망"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인 '생애 첫 주택' 자격 요건 완화 조치의 효과가 시행 한 달 만에 시들해지고 있다고 베이징상보 등 현지 매체가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시가 이달 초 이 조치의 시행에 나선 이후 한동안 급증했던 거래량이 줄어들었고, 신규 주택 분양 사무소 방문객도 급감했다.

이 조치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베이징의 신규 주택 거래 건수는 5천117채에 달했고, 가장 활발할 때는 일주일에 2천473채가 거래되기도 했다.

이 기간 거래된 신규 주택 건수는 한 달 전보다 39.2% 늘어 장기 침체에 빠졌던 베이징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달 중순부터 주택 매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분양 사무소 방문객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고 베이징상보가 전했다.

한때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운영하던 분양 사무소 접수처들도 거의 사라졌다.

베이징의 한 신규 주택 분양 업체 관계자는 "생애 첫 주택 자격 요건 완화 시행 후 보름 동안 분양 건수와 방문객 수가 이전보다 각각 배로 늘었고, 일주일 만에 100여 채가 팔리기도 했다"며 "종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물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간이 갈수록 거래량이 급속히 줄고, 방문객도 이달 초보다 50% 줄었다"며 "열기가 이렇게 빨리 식을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후 주택 교체를 원하던 사람들이 새 조치 시행 이후 몰리면서 주택 분양이 급증했으나 실수요가 사라지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애 첫 주택 자격 요건 완화는 무주택자가 주택 한 채를 매수할 때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추가 조치가 나와야 주택 거래가 회복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인 이쥐연구원의 옌진 총감은 "최근 나온 여러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분양 가격이 오르지 않고, 일부 신규 주택의 분양가는 오히려 떨어지자 관망세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 가격이 더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이 주택 구매를 서두르지 않고 추가 부양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성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당국은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주택 구매 자격 제한, 기존 주택(중고 주택) 거래가 상한제, 고가 주택 구매 자격 심사 등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시행했다.

그러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중국인들의 자산 80%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대형 부동산 업체 헝다와 비구이위안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직면하며 부동산발 경제 위기가 고조되자 규제 완화에 나섰다.

종전에 주택을 구매한 적이 있어도 이미 처분한 무주택자가 매수하는 주택을 생애 첫 주택으로 인정, 현금으로 내는 첫 계약금 '서우푸'(首付) 비율을 대폭 낮추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첫 주택담보 대출 금리를 평균 0.8%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이달 초 베이징 등 4대 일선(一線) 도시를 시작으로 지방정부들이 잇달아 생애 첫 주택 자격 요건 완화에 나섰고, 일부 2선 도시들은 3년간 시행했던 모든 규제 조치를 폐지하며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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