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보스톤' 촬영 전 무릎 수술, 걸을 수도 없었지만.."[★FULL인터뷰]
최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의 배우 하정우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 하정우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 '손기정' 역에 도전한다. 하정우는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 시상대에 올라야 했던 '손기정' 선수의 울분부터, 1947년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참가하게 된 국가대표 마라톤팀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이날 하정우는 "손기정 선생님이 워낙 유명하신 분이시고, 영웅이시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 자체는 부담스러웠다.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고, 원래 캐릭터를 구축할 때 제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손기정 선생님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며 "'선생님이 보고 게신다'라는 생각을 했고, 이 상황에서는 어떤 심정이셨을지 고민했다. 함부로 해석하기도, 표현하기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이 인물에 대해서 잘 알고 게시는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손기정 재단에 계신 분들을 통해서 살아계실 때 어떠셨는지, 또 어떤 삶을 사셨는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전해들었다"며 싱크로율이 높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계속 사진을 보다 보니까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저보다는 손기정 선생님을 잘 아시는 분들이 닮았다고 하니까 '그런가?' 싶으면서도 기쁘더라"라고 말했다.
'1947 보스톤'을 통해 강제규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추게 된 하정우는 "2003년에 압구정 갈빗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강제규 감독님과 연출부가 열띤 토론을 나누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때 저는 졸업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다. 당시 나도 저기 껴서 얘기를 나누고, 강제규 감독님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이웨이' 때도 '감독님이 언제 한 번 안 불러주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947 보스톤' 시나리오를 받고 '드디어 왔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님과의 작업은 디렉션이 주효할 때가 많았다. 말씀을 많이 하시는 편은 아니신데 보시고, 딱 짚어주는 부분이 놀라웠던 것 같다"며 "예를 들면 서윤복 어머님의 병실에 가서 제가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애매하더라. 일차원적인인 상황에서 일차원적인 디렉팅을 하실 법도 하고,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데 절제가 있으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1947 보스톤'으로 마라톤에도 도전했다고. 하정우는 "이 영화 찍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를 한 번 뛰어봤다. 2018년 12월에 호놀룰루 마라톤에 참여했다. 하와이에서 2018년 12월에 참여해서 어떤지 느껴보고 싶었다. 뛰다가 걷다가 반복했지만, 보통 일이 아니더라. 평소에 뛰고 걷는 걸 좋아하는데도 굉장히 힘들더라. 6시간 만에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잔디밭에 앉아서 꼼짝을 못했다"고 말했다.
마라톤을 경험해 봤기에 임시완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는 하정우다. 그는 "그 맛을 봤으니까 (임) 시완이가 뛰거나 훈련할 때 저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시완이 같은 경우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아서 그 프로그램을 잘 소화했다. 그래서 실제 촬영할 때 달리는 주법이 싱크로율이 높아서 놀라웠다"고 전했다.
이어 "저한테도 ''비공식 작전' 너무 잘 봤어요.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면서 '답장은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하더라. 걔랑 얘기하면 소매치기당한 느낌이다. 고맙다고 답장은 했다"며 "영화 상견례 때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그때 임시완을 처음 봤다. 실물을 처음 봤는데 갑자기 마이크를 들고 제자리뛰기를 하더라. 그러더니 영화 끝까지 이렇게 뛰는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하더라. 마음은 알겠는데 좀 이상했다. 첫인상은 이상한 아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가 유난히 지방 촬영이 많았다. 질문을 하는 게 연기나 캐릭터에 대해서 딥하게 질문한다. 수개월이 지나니까 이 친구는 그렇게 뭐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인 거다"라며 "몸을 만들고, 식단 조절을 하는 게 징그러울 정도더라. 이번 영화는 시완이의 노력의 결과물인 것 같다. 촬영 끝나고 육전 먹으러 가면 옆에서 닭가슴살 쉐이크를 먹더라. 순수한 열정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게 감동 포인트였다. 영화를 보고 굉장히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재활을 하고, 두 달 있다가 '1947 보스톤' 촬영을 시작했는데 절대 뛸 수 없고,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재활 받으면서 촬영했다"며 "그렇게 농구를 은퇴하고, 골프에 입문했다. 지금은 완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1947 보스톤' 개봉에 이어 연출을 맡은 '로비' 촬영 중인 하정우는 "보통 전체 리딩을 한 번 정도 하는데 저는 열 번을 했다. 촬영 4개월 전부터 리딩을 시작해서 좋은 건 기억하고 시나리오에 반영했다"며 "그런 시간을 많이 갖게 되면 현장에서 새로운 게 나온다. '롤러코스터'나 '허삼관' 때도 마찬가지다. 롤러코스터 같은 경우는 배우들이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했다. 불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잘 설득하고,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마음 같아서는 제작이나 연출도 연기하는 것만큼 왕성하게 하고 싶다. '롤러코스터'를 11년 전에 시작하게 됐던 것도 로비 촬영을 하려고 했던 과정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며 "거창하게 제작자, 감독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제 꿈을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단계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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