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먹었나?" 연휴 내내 설사…'마구잡이' 장보기, 세균 키운다

박정렬 기자 2023. 9.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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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추석 명절 특히 주의해야 할 병이 식중독이다. 가을은 여름 못지않게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로 구매에서 보관·조리 과정을 꼼꼼히 신경 쓰지 않으면 긴 연휴 내내 복통·설사로 고생할지 모른다.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볼 때 이동 동선에 맞춰 아무렇게나 재료를 담다간 세균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음식을 무조건 끓인다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다. 식품 구매부터 보관, 조리까지 상황별 식중독 예방 요령을 살펴본다.

장보기는 식용유→야채→어묵→소고기 순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땐 냉장·냉동식품을 가장 늦게 사야 한다. 신선식품은 상온에 오래 노출될수록 잠들어 있던 세균이 활발히 증식해 식중독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 특히 창문과 시계가 없는 할인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는 평균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구매 시간과 순서를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밀가루나 식용유 등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가공식품부터 구매하고 이어 과일·채소, 햄·어묵 등 냉장 식품, 마지막으로 쇠고기 등 육류와 굴비·조개 등 수산물을 구입하도록 권한다. 이동 거리가 멀다면 번거롭더라도 아이스박스나 아이스팩을 준비해 장바구니나 봉투에 넣어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장을 볼 때 처음부터 신선한 제품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배·사과와 같은 과일은 색이 고르고 흠이 없고 팽팽할수록 신선한 것이다. 수산물은 탄력과 윤기가 있고, 눈알이 투명하고 또렷하며, 비늘이 고르게 붙었는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게 좋다. 필요한 양만큼만 사는 것도 잊지 말자.
재료별로 칼, 도마는 따로 쓰는 게 바람직해
식약처에 따르면 식중독의 원인 식품 1위는 고기나 생선이 아닌 샐러드와 같은 채소다. 깨끗이 씻지 않은 채소를 날로 먹다가 식중독에 걸리는 것. 채소는 식초에 5분 이상 담근 후 물로 3회 이상 씻은 뒤 먹는 게 가장 좋다.

음식을 끓이고 익혀 먹어도 식중독에 걸리는 건 조리 과정에 칼, 도마와 같은 조리 도구를 같이 쓰기 때문이다. 육류, 생선, 채소 등 각각에 있던 세균이 다른 쪽으로 퍼져 감염을 일으키는 데 이를 '교차 오염'이라고 한다. 가능한 칼이나 도마는 식재료별로 따로 쓰고 그게 어렵다면 하나씩 손질·세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그때마다 비누나 손 세정제를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깨끗하게 손을 씻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달걀은 냉장고 안쪽, 육류는 아래 칸에 보관
냉장고 사용에도 기술이 있다. 단순히 오래 보관할 건 냉동실, 빨리 먹을 건 냉장실에 둔다고 생각하면 식중독에 치이기에 십상이다. 냉장실도 안쪽→ 채소 칸 → 문 쪽의 순서로 온도가 낮은데 오래 보관하는 식품은 시원한 안쪽에, 금방 먹을 식품은 문 쪽에 두는 게 좋다. 냉장고를 오래 쓰려면 ▶전체 용량의 70% 이하만 쓰고 ▶문을 자주 열지 않고 ▶냉기가 나오는 뒤쪽에 여유 공간을 두는 게 좋다.

세부적으로 냉장고 문 쪽에는 쉽게 상하지 않는 장류·소스·조미료·음료수 등을 보관하면 알맞다. 달걀을 냉장고 문 쪽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을 여닫을 때 충격으로 껍질에 금이 가 세균이 침투하거나 습기가 차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 사실 달걀은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다. 닭의 분변에서 묻어나는 살모넬라균이 껍질에 존재할 수 있어 꼭 다른 식자재와 구분해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안쪽에 뾰족한 부분(첨단부)을 아래로 향하게 한 상태로 보관하는 게 정석이다.

반찬 등 대부분의 식품은 1~3도로 맞춰진 냉장고 일반실에 보관하면 된다. 채소나 과일은 습도와 온도가 더 높은 야채칸에, 세균 번식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육류·생선류는 냉장고 안쪽이나 신선실에 보관한다. 특히, 육류는 핏물이 흐르지 않는지 확인한 후 용기에 넣어 가급적 냉장고의 가장 아래 칸에 보관하는 게 더 안전하다.

냉동고에 남은 식품을 보관할 때는 채소류는 다져서 넣고 고사리·시금치·취나물 같은 나물류는 한 번 데친 후 통째로 얼려야 해동해도 흐물흐물해지지 않는다. 고기나 생선은 1회분씩 나눠 비닐 랩에 싼 뒤 냉동하는 게 좋다. 얼린 식품을 해동할 때는 10도 이하로 냉장 보관하거나 전자레인지를 이용한다. 상온에 두거나 뜨거운 물에 넣으면 유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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